- Li Xin/Xinhua/Zuma Press
- 감자 찐빵으로 만들어진 복(福) 자가 세계감자대회에 전시돼 있다.
감자 재배 농부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펑 샤오얀은 감자에 관한 예찬가를 열창한다.
그녀는 중국 TV에 출연해 “감자는 맛있어, 맛이 신선해. 먹으면 먹을수록 잊혀지지 않는 맛이야”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처럼 감자의 주식량화를 추진하는 데에는 환경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의 토지는 심각하게 건조해져 있으며, 쌀, 밀과 같은 농작물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감자에 비해 훨씬 더 ‘물’ 집약적인 작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옥수수, 밀, 쌀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식량 안보도 고려사항이 됐다.펑은 천년동안 쌀과 면이 식탁을 점령해 온 중국에서 감자를 주식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그녀는 올해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중국 정부가 감자를 약 13억의 인구 대국인 자국의 주식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한 것.
개인적으로 하루에 2~3개의 감자를 소비한다는 펑은 “중국에서 감자 혁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 World Potato Congress
중국은 지난 수년간 세계 최대 감자 생산국의 지위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최대 소비국은 아니다. 감자 애호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보통 감자는 빈곤한 이들이 먹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기근이 들었을 때 연명하기 위해 먹거나, 돼지 먹이로 주거나, 볶음밥의 재료로 쓰인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동 여밍은 “모든 종류의 감자를 싫어한다”며 질감이 너무 “끈적거리고” 감자를 먹으면 중국이 못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감자는 주식이 아닐 뿐 중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요리 재료다. 북동 지역에서는 ‘지구상 3대 별미’로 꼽히는 감자, 가지, 피망 튀김이 인기있는 음식이다. 400여년 전 명 나라때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감자는 종종 얇게 채썰어 기름에 볶아 약간 씹히는 맛이 느껴지도록 조리해 식탁에 올린다.
청두에 거주하는 요리 블로거 장 펭은 “감자만 가지고도 만찬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감자가 쌀과 면의 인기에 필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풀린 머리에 진분홍 의상을 좋아하는 펑은 기후가 건조한 산시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며 자랐다. 시멘트 판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종사한 후에 그녀는 감자 재배업으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는 국영 언론매체를 통해 쿵파오 감자 등 감자 요리 레시피를 홍보해 왔다. 또한 비타민 C와 칼륨이 많은 감자가 쌀이나 밀을 대신할 영양가 있는 대체 식품이라고 선전하면서 감자의 건강상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 FENG XIAOYAN
- 중국 가수와 ‘감자, 감자, 감자’를 열창하는 펑 샤오얀(왼쪽).
국영 방송 CCTV는 최근 ‘감자 한 입’이라는 제목의 3부작 시리즈를 방영해 팬케익에서 찐만두에 이르는 모든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감자의 역량을 부각시켰다. 정부의 식품 과학자들도 중국의 “1세대 감자빵”이라고 지칭한 음식을 선보였다. 이제 이 감자빵이 베이징의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감자면 등 감자를 원료로 한 다른 음식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 6월 베이징 소재 헤일레다 푸드 컴퍼니 밖에 군중이 운집했다. 형형색색의 색종이 조각이 뿌려지는 가운데 리본 장식을 단 트럭들이 인근 슈퍼마켓으로 최초의 감자빵을 운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같은 감자빵을 개발하기까지 2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오기까지 약 1만2,000개의 빵이 만들어졌다. 헤일레다는 찌는 동안 빵이 갈라지지 않게 하고 끈적한 반죽을 둥근 모양으로 동일하게 성형하는 방법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헤일레다는 이 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 담당 이사 첸 바오후아는 “우리는 속을 흰 강남콩으로 만든 소 등으로 채운 다른 종류의 감자빵도 만들 예정이다. 그냥 감자빵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재료를 첨가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베이징이 주최한 세계감자대회에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 감자 아이스크림에서 감자맛 초콜릿 칩 쿠키에 이르기까지 감자로 만들어진 다양한 음식을 시식했다. 행사 중간중간에는 중국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감자는 주식”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어깨띠를 두른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상인은 “중국의 맛!”이라고 외치면서 보라색 감자로 짠 쥬스 샘플을 홍보하고 있었다. 한 지나가던 방문객이 이 쥬스의 풍미에 얼굴을 찡그리자 그는 “맛이 약간 시큼하니 원한다면 과일 쥬스를 약간 첨가하라”고 권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교사 렌 시유펭은 ‘감자신’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렌은 감자의 영양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는 중국이 감자를 소비할 수 있는 “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기를 기대하면서, “감자는 중국에서 많은 발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섭취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