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XbzfD
요 며칠 전업주부 관련 글들이 많아져서
저도 용기내어 써봅니다.
누가 알아볼까봐 자세히는 못 쓰겠지만...
저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남편은 근처 타 대학의 치대를 나온 치과의사입니다.
제 전공이, 정말 전공 살려서 일하기에는 to가 너무 부족한 탓에
계약직으로 몇 년 정도 그냥저냥 일하며 시험준비를 해오다가
남편과 결혼하며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현재 살고 있는 지방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남편 고향이에요.
남편은 같은 고향 출신 두 명과 함께 치과를 개업했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의사 원장이 모인 중형 치과병원"이고, 교정과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돈은 정말 잘 벌어요.
처음에 올라왔던 '전업주부인데 행복하다'하는 글에서
남편 연수입이 1억 5천쯤 된다...고 쓰셨는데
제 남편은 1억 5천 정도는 3~4달이면 벌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몇 낳아서 잘 키우는 중이에요.
지방이라 아파트 값도 저렴해서, 여기서 제일 비싼 아파트, 제일 큰 평수에 인테리어도 최고급자재로 싹 새로 해서 좋은 집으로 가꾸어 살고 있고
애들을 각각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은 가사도우미 이모님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저도 한가로이 운동도 다니고 합니다.
제가 계속 서울에 남아서 계약직으로 일을 했으면..
연봉은 3~4천 수준에 불과했을 겁니다.
정규직 시험에 통과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제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편 고향에 나의 커리어를 다 접고 내려온 댓가로
지금의 풍족하고 부유한 경제력과 가정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삶에도 나름 만족하는 편입니다.
잘 자라주는 아이들과 날 사랑하는 남편을 보면 행복하고요.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 키울 만큼 키우고 여유시간이 나서
대학동기들과 연락하거나 해보면
다들 그 똑똑한 머리 아깝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전공 to가 모자라서 전공 직업은 못 살렸지만
그 대신 다른 전문직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계리사..)의 직업을 갖고 멋지고 치열하게 살고 있거나
미국 유명대학에 유학을 가거나
삼성 한화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대리, 과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것도 대부분 다 여자인 친구들이구요.
여전히 저는 남편의 경제력에 너무나 감사하고
내가 서울에 남아있었다면 절대 이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처음 살아보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애 키우고 집안 돌보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나..
남편도 학창 시절 공부 잘한건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도 수재 소리 듣고 자랐는데
왜 나는 이렇게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나..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통장 보면서 든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스스로가 못나보이기도 하죠.
비단 남편이 뭐 어떻게 될까봐, 바람이 날까봐, 다칠까봐, 망할까봐 등등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내가 갖고 있던 능력을 접어두고 남편에게 오롯이 기대어서 살아야하는 내 자신이 가끔 낯설게 느껴진달까요.
고등학교 때 평균 0.1점 차이로 전교 등수가 바뀌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모의고사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내 자신을 채찍질하고
대학에 와서 과제로 밤을 새면서도 이 모든게 언젠간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리라며 믿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버린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우울하고 슬퍼집니다.
게다가 주변 이웃, 어린이집/학부모로 만난 전업주부들이
처음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알게 된 후 헉! 하다가도
(심지어 ☆☆대학 나온 사람 태어나서 처음봐요! 라던 분도 있었어요)
결국 별 수 없는 전업주부인건 똑같네? 라며
나의 모습에서 묘한 위로를 얻어가는 다른 엄마들을 볼 때면
정말 괴롭습니다.
이러려고 내가 여기에 왔나...
대학 동기 중 한 명은 졸업 후 바로 의전에 갔고
레지던트 2~3년차에 결혼을 해서
현재는 전문의 시험 통과 후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임신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아이를 낳고나서 언제 다시 병원에 돌아와야 될 것인가, 아이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등등의 고민으로 걱정이 많던 친구였지만
'맞벌이엄마라서 힘들지? 그러니까 나처럼 전업주부하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비교하니 더 초라보이는 내 자신...
오히려 그 친구야말로 '넌 이제 애들 웬만큼 컸는데 집에만 있으니 너무 아깝지 않아? 그 동네는 일할만한 곳이 없을까?'라며 저에게 맞벌이라면 맞벌이를 권하고 있어요.
절대로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능력을 그대로 사장시키기에 너무 아까워서 사회에서 일하려는 그런 맞벌이요..
이제 와서 뒤늦게나마 나의 능력 (사실 능력이랄 것도 없고 그냥 머리 좋은 거 정도겠지만요)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내 아이들이 꽤 클 때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붙이지 않고
엄마인 내가 직접 학습지도를 해주는 것 정도인 것 같은데
슬슬 엄마말 안 듣고 반항하려는 첫째를 보면
이것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조건에서의 전업주부, 혹은 맞벌이를 보시더라도
뒤에서 이런저런 추측은 할지언정
앞에서 대놓고 이러저러한 말씀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사실 전업주부/맞벌이 하는 당사자가 제일 그 상황이 괴로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듣고 가장 충격이 오래갔던 말 중 하나는
"여자는 공부 잘해도 아무 소용없네요~ 00대 나와도 집에서 살림하는데^^" 라는 말이었어요.
이런 말을 내 앞에서 대놓고 할 줄이야..
아무튼 정리하자면
전업주부/맞벌이와 내 삶의 행복도는 크게 유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은
내 역량이 고작 집안살림하고 아이키워내는 수준밖에 안되는 것인지, 그것에 정말 스스로 만족하는지
다시금 고려해보셨으면 해요.
정말 저는 제 스스로가 너무 아까워요..
https://img.theqoo.net/bbeoY
https://img.theqoo.net/rzjiB
출처: 네이트판
요 며칠 전업주부 관련 글들이 많아져서
저도 용기내어 써봅니다.
누가 알아볼까봐 자세히는 못 쓰겠지만...
저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남편은 근처 타 대학의 치대를 나온 치과의사입니다.
제 전공이, 정말 전공 살려서 일하기에는 to가 너무 부족한 탓에
계약직으로 몇 년 정도 그냥저냥 일하며 시험준비를 해오다가
남편과 결혼하며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현재 살고 있는 지방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남편 고향이에요.
남편은 같은 고향 출신 두 명과 함께 치과를 개업했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의사 원장이 모인 중형 치과병원"이고, 교정과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돈은 정말 잘 벌어요.
처음에 올라왔던 '전업주부인데 행복하다'하는 글에서
남편 연수입이 1억 5천쯤 된다...고 쓰셨는데
제 남편은 1억 5천 정도는 3~4달이면 벌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몇 낳아서 잘 키우는 중이에요.
지방이라 아파트 값도 저렴해서, 여기서 제일 비싼 아파트, 제일 큰 평수에 인테리어도 최고급자재로 싹 새로 해서 좋은 집으로 가꾸어 살고 있고
애들을 각각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은 가사도우미 이모님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저도 한가로이 운동도 다니고 합니다.
제가 계속 서울에 남아서 계약직으로 일을 했으면..
연봉은 3~4천 수준에 불과했을 겁니다.
정규직 시험에 통과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제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편 고향에 나의 커리어를 다 접고 내려온 댓가로
지금의 풍족하고 부유한 경제력과 가정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삶에도 나름 만족하는 편입니다.
잘 자라주는 아이들과 날 사랑하는 남편을 보면 행복하고요.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 키울 만큼 키우고 여유시간이 나서
대학동기들과 연락하거나 해보면
다들 그 똑똑한 머리 아깝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전공 to가 모자라서 전공 직업은 못 살렸지만
그 대신 다른 전문직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계리사..)의 직업을 갖고 멋지고 치열하게 살고 있거나
미국 유명대학에 유학을 가거나
삼성 한화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대리, 과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것도 대부분 다 여자인 친구들이구요.
여전히 저는 남편의 경제력에 너무나 감사하고
내가 서울에 남아있었다면 절대 이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처음 살아보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애 키우고 집안 돌보려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나..
남편도 학창 시절 공부 잘한건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도 수재 소리 듣고 자랐는데
왜 나는 이렇게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나..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통장 보면서 든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스스로가 못나보이기도 하죠.
비단 남편이 뭐 어떻게 될까봐, 바람이 날까봐, 다칠까봐, 망할까봐 등등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내가 갖고 있던 능력을 접어두고 남편에게 오롯이 기대어서 살아야하는 내 자신이 가끔 낯설게 느껴진달까요.
고등학교 때 평균 0.1점 차이로 전교 등수가 바뀌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모의고사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내 자신을 채찍질하고
대학에 와서 과제로 밤을 새면서도 이 모든게 언젠간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리라며 믿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버린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우울하고 슬퍼집니다.
게다가 주변 이웃, 어린이집/학부모로 만난 전업주부들이
처음에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알게 된 후 헉! 하다가도
(심지어 ☆☆대학 나온 사람 태어나서 처음봐요! 라던 분도 있었어요)
결국 별 수 없는 전업주부인건 똑같네? 라며
나의 모습에서 묘한 위로를 얻어가는 다른 엄마들을 볼 때면
정말 괴롭습니다.
이러려고 내가 여기에 왔나...
대학 동기 중 한 명은 졸업 후 바로 의전에 갔고
레지던트 2~3년차에 결혼을 해서
현재는 전문의 시험 통과 후 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임신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아이를 낳고나서 언제 다시 병원에 돌아와야 될 것인가, 아이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등등의 고민으로 걱정이 많던 친구였지만
'맞벌이엄마라서 힘들지? 그러니까 나처럼 전업주부하자'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비교하니 더 초라보이는 내 자신...
오히려 그 친구야말로 '넌 이제 애들 웬만큼 컸는데 집에만 있으니 너무 아깝지 않아? 그 동네는 일할만한 곳이 없을까?'라며 저에게 맞벌이라면 맞벌이를 권하고 있어요.
절대로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능력을 그대로 사장시키기에 너무 아까워서 사회에서 일하려는 그런 맞벌이요..
이제 와서 뒤늦게나마 나의 능력 (사실 능력이랄 것도 없고 그냥 머리 좋은 거 정도겠지만요)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내 아이들이 꽤 클 때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붙이지 않고
엄마인 내가 직접 학습지도를 해주는 것 정도인 것 같은데
슬슬 엄마말 안 듣고 반항하려는 첫째를 보면
이것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조건에서의 전업주부, 혹은 맞벌이를 보시더라도
뒤에서 이런저런 추측은 할지언정
앞에서 대놓고 이러저러한 말씀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사실 전업주부/맞벌이 하는 당사자가 제일 그 상황이 괴로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듣고 가장 충격이 오래갔던 말 중 하나는
"여자는 공부 잘해도 아무 소용없네요~ 00대 나와도 집에서 살림하는데^^" 라는 말이었어요.
이런 말을 내 앞에서 대놓고 할 줄이야..
아무튼 정리하자면
전업주부/맞벌이와 내 삶의 행복도는 크게 유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은
내 역량이 고작 집안살림하고 아이키워내는 수준밖에 안되는 것인지, 그것에 정말 스스로 만족하는지
다시금 고려해보셨으면 해요.
정말 저는 제 스스로가 너무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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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