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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홍진경이 친구 정신에게 쓴 시와 편지들.txt(+수필)
82,089 629
2019.12.1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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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누구를 사랑하며 살았니

무얼 먹었니

쉬는날엔 주로 어떤 소일로 시간을 보냈니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니

형제는 또 어떻게 되니



내 동생의 결혼할 사람을 앞에 둔

것처럼 나는

한 작은 여자를 마주하고 정말이지 그런게 궁금해져 깜짝 놀랐다

아 사람을 만나

사람을 만나 이리도 별개

다 궁금해 본 것이 얼마만인가

내 키의 반만한 이 아이가 누구인가

분명 지금 나를

온통

흔들고 있는 무서운 기집애

내가 너 때문에 웃겠구나

내가 너 때문에

그리고



아플수



있겠구나.



2004 3월의 디미트리

정신을 처음 마주하고





2.

정신에게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사람 알면 뭐해.
 그것은 자랑거리도 못되고 그저 불려 다녀야만 하니 몸만 피곤한것.

나는 성격이 좀 모가나도 삐짝해도 너의 파리한 손끝과 예민한 핏대에
순종하여 함께있는 시간이 달다.

그리하여 이제껏 본적없는 내가 된다.
이런것은 참 좋은것.

뭐라해도 달콤한 것.
네가 참 못됐어도 내가 취향과 감흥이 다른 여러 착한 사람을 알면 무엇해.

그것은 역시 자랑거리도 못되고 많은 이들 가운데에 외롭기만 그지 없다





10.

추석이 끝나가는 월요일 저녁 홍대앞을 정신과 나는 걸었다.

우리둘의 몸에서는 비누향기가 났다.

나는 정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정신은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부터 어떤 카메라에 관해 떠들고 있다.

정신아 우리 마치 서수남 하청일 같아.

우리가 같이 걸으면 그래서 더 사람들이 쳐다보나봐.

속으로 그러면서 난 서수남 아저씨를 한번 생각해본다.

아 시발 다음 세상에선 키도 아담한 예쁜여자로 한번 태어나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4.
https://img.theqoo.net/IjlhZ
어떤 해는 정신을 한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정신 생일을 축하해

2019 9 14 홍진경


++))이외에 홍진경이 쓴 수필들
1.

흰 쌀밥에 가재미얹어 한술뜨고 보니 낮부터 잠이 온다.

이 잠을 몇번 더 자야지만 나는 노인이 되는걸까.

나는 잠이들며 생각한다.



다시 눈을뜨면 다 키워논 새끼들이랑 손주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스러운 젊음일랑 끝이나고 정갈하게 늙는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날의 계절은 겨울이였으면 좋겠다.

하얀눈이 펑펑 내려 온통을 가리우면 나는 그리움도 없는 노인의 걸음으로 새벽 미사에 갈 것이다.



젊은날 뛰어다니던 그 성당 문턱을 지나 여느날과 같은 용서를 빌고

늙은 아침을 향해 걸어 나올 때 그날의 계절은 마침 여름이였으면 좋겠다.



청명한 푸르름에 서러운 세월을 숨기우고 나는 그리움도 없는 노인의 걸음으로 바삭한 발걸음을 뗄 것이다.





2.

@@과도 같은 책을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별의별

구차한 인생이 구제될 수가 있습니다.

나는 그런것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몇권의 괜찮은 책을 정독 함으로써 처지가 나아지는 경험을

말이지요.

많은 양의 글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잠재된 영감과 직감을 건드려줄 몇 줄의 글이 필요할 뿐이지요.



그리고 제 경험상 그러한 글은 어떤이에게는 좋고 어떤이에게는 좋지 않은 그런게 아니라 한결같이 누구에게나 자욱을 남겨버리는 필연의 무게가 있는 생명체라는 겁니다.



어떤 문장은 분명히 그러합니다.만은

그러나 그런 보석을 발견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한심한 활자들을 뒤적여야 한답니까.



과격한 인터뷰

-글에 관하여1- 중

홍진경







3.

정말 외로울땐,

저 먼 브라질의 어떤 감옥

독방에 갇혀있는 죄수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러한 도시속,

사람들 속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면 정말이지 위안이 됩니다.

어느정도 위안이 되는 겁니다.



이런식의 마인드컨트롤.



아플때.

무서울때.



또는

면접을 볼때에.



떨리는 마음을 붙잡는데에도

유용합니다.





4.

내가 시집갈 날을 받아놓고

얼마 안 있어

어느 날엔가 나는 괜시리 서글픈 마음이 들어

지난 나의 사람들을 찾아보려 했을 때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믿을 수 없이 텅 비어진 사진첩을 마주해야 했다.

김서방이 보면 불쾌해할까 다 버렸다는

어머니를 그대로 서서 바라보다가

비에 젖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뒤지고 사라진 너의 얼굴을 찾아

울었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었다고

마음대로 이래도 될 거라는 내 어머니의 당당함도

나의 얼음같은 분노에 숨 죽였다.

그렇게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상황이 그러하니 살다가 문득이라도 너와 나의 기억

하나 떠오를 때면

나는 사진도 한 장 없는 딱한 것이니

기어이 그 하나 가는 기억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사진 한 번 꺼내어 보고 웃고 말 일을

이렇게 하루가 다 가도록 우울히

만들었다.





5.

벌써 6월이네요.

일년의 절반을 잘들 보내고 계신가요.

올해도 뭐그리 달라진거는 없지요.

특별히 큰 혜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일도

주변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는 일도

없었지요.



예전처럼 저녁 아홉시에는 뉴스를 하고

동네 개들은 멸종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없는 세상입니다.

십년전에는 오늘이 마치 대단한 미래사회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때는, 십년이나 지난 오늘에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물냉면을 좋아하구 늦게자는 습관도 그대로예요.

그렇지만 달라진것도 분명히 있지요.

그렇게도 친하던 몇몇사람들과 소원해졌고 내 살갖과 표정도 조금은 나이를 먹었네요.



그래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예요. 그때와는 조금은 같아도 또

조금은 다른 나예요.





6.

그리운 당신께.



두부와 콩나물을 사고 부츠도 한켤레 사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무한도전을 봅니다.



또 어떤날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가라오케에도 갑니다.

빅뱅의 거짓말을 부르려다 실패하고 결국 사랑은 창밖에 빗물같아요를 부릅니다.



오늘은 오다기리조의 도쿄타워를 보고 고등어 자반을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저녁밥을 먹습니다.



자반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왠지 귀찮아 어제 먹다만 갈치를 다시 데워먹고 침대에 눕습니다.



독한술을 한 두잔하고 신문도 좀 보다가 잠에 듭니다.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뭐 늘 그렇죠.

그러다가도 잘 지내다가도 당신이 그리워 또 참을수가 없는 날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당신이 계신곳. 그곳에도 바람이 부나요. 그곳에도 달이 뜨나요.



날아다니는 천사를 혹시 보았나요. 그렇게 그리워하던 어머니도 만났나요.



당신이 없는 저는 그래도 그런대로 씩씩하려고 노력해요.

저도 이제 어른이고 다 컸으니까요.



아버지. 그래도 가끔은 아이처럼 궁금해요.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계신지.

어쩔때는 그런게 막 궁금해서 하늘을 보며 아버지의 얼굴을 찾아 봅니다.

그곳에서는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른가요.

꽃밭도 과일나무도 시냇가도 있나요.

우리가 보이나요.

엄마하고 나하고 경한이가. 아버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우리들이

보이나요.



07.11.14





7.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살고 있는 이 성의없는 시대는

도무지 수고할 필요가 없는

이상한 시간속에 정체되어 있는 듯 하다





8.

우리는 언제나 선택해야잖아

헛없어 신라면이냐 진라면이냐

광식이 동생 광태냐 작업의 정석이냐

물론 신라면 먹고 진라면도 먹고

광식이 동생 광태 보고 작업의 정석도 보면이야 좋겠지만

사는게어디 그러냐

그러니까 그놈의 갈래길은 도처에 있고 우리는 어느쪽이든 선택 해야 하는건데 그러니까

내말은 가긴가는데 말야 가보지 못한 다른 그 길.

언제나 그길이 궁금해진단 말이야.

그게 참 문젠게 나같은 겨우

그 궁금증이 너무 커



그래서 중국집만 오면 아주 죽겠어

신경질이 막나



2006 1 4

압구정 만리장성


9.

김애란의 말처럼 다만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

나는 결국 문학속에서 살 수 만은 없었다.

밥을 안먹으면 배고프고 신상품이 나오면 사고싶은 나는 그런 여자였다.

자식도 낳아야하고 해서 김치장사를 시작한다.

배추도 팔고 무우도 판다.

그러나 몸이 너무 피곤한 어떤 저녁날에

열어보지도 못한 저 책 만큼 나는 퇴색되고 빛

바랬다.





11.

오늘 하루동안 홍진경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것은

다 당신 덕분입니다.

다 당신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도 당신에게 질 세라 부러 행복한 까닭입니다.

그러다 나는 진짜로 즐거워집니다. 그것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삶의

선물 였습니다.





12.

나는 오늘 완전히 자아도취에 빠져서 화장을 한시간이나 하고 멋진 옷을 입어 봅니다.

그렇지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또 누가 나를 나처럼

예뻐해 준단 말 입니까.

누가 나를 나처럼 사랑한단 말입니까. 내게

따뜻한 밥한끼 를

사준단 말입니까.





13.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살고있는



성의없는

시대는

도무지

수고할 필요가 없는 이상한 시간속에 정체 되어 있는듯 하다

배고픈낭만시인땀흘리는거장고집스러운장인



어디에 있는가

넘쳐나는

정보의 호우 속에서

뭐든

쉽게

알아버리고

가지고

편안하고

당연하고

이렇게도 쉽다

우리는

모나리자를

원판 뺨치게 칼라복사 하고

사카모토의 rain두

공짜로

다운받고

몇시간이면

유럽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로빈슨크루소가 표류되었던

고독한 섬

야자나무 아래에서

살을 태운다

얻기위해서

만나기위해서

안부를전하기위해서

빨간

우체통 앞에

서야했던

시절은

이제

가고

없다

에집트로가는

배삯을 마련하기위해

일년이고

이년이고

유리그릇을 팔아본 적

없다

우리의

사랑은

더이상



위대한 개츠비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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