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부부’ 양희종·이하늘씨
자전거·도보로 9개국 2만3000㎞
“새해부턴 백두대간 종주 시작”
누구나 바쁜 일상을 떠나 세계 일주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은 언제나 그 꿈을 가슴속 깊이 남겨두게 한다.
양희종(35, 이하 양)·이하늘(34, 이하 이) 씨 부부는 그 꿈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안정된 삶의 추구는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6년부터 미국·멕시코·태국·호주 등 9개국을 여행했다. 미국 서부 해안을 잇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애팔래치아 산맥을 연결한 애팔래치아 트레일(AT), 미국의 대륙 분수령을 잇는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 등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을 완주해 ‘트리플 크라우너(Triple Crowner)’에 오르기도 했다. 1만3000㎞를 걷고, 1만㎞를 자전거로 이동했다. ‘두 다리와 두 바퀴로 세계를 여행하는 부부’라는 의미의 ‘두두부부’를 이름으로 내걸고 끝나지 않는 신혼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은 희종 씨였다. 2015년 4300㎞의 PCT를 걷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도망치듯 떠났고, 자신을 찾기 위한 길을 고통스럽게 걸었다. 트레일의 끝에서 그는 생각했다. 그 무엇이 됐든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자고. 완주를 마친 희종 씨는 하늘 씨에게 고백했다. 우리의 행복한 여정을 함께 하자고.
Q :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A : 이=“희종이 내게 청혼하고 3일 만에 다시 길을 떠났다. 4개월 후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휘트니산 정상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여행하며 의미 있는 장소마다 결혼사진을 찍고 둘만의 결혼식을 한다.”
Q :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 양=“부부가 되면서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도 했다.”
이="또 다른 삶의 선택권이 열린 거라 생각했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 부부 싸움은 하지 않나.
A : 이="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좁은 텐트 안에서 자야 하니 싸우면 떨어질 공간도 없다.”
양="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걸으면서 이런 것들을 많이 내려놓게 된다. 아내와 함께하면서 많이 변하게 됐다.”
Q : 걷는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나.
A : 양="3~5일 정도 일정으로 걷고 마을에 내려와 식료품들을 보충해 다시 걷는다. 하루 평균 10~12시간, 20~30㎞를 걷는다. 평탄하지 않은 길이다. 설악산 종주를 매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Q : 여행 경비가 많이 들 것 같은데.
A : 양=“솔직히 많이 들진 않는다.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고 잠은 텐트에서 잔다. 둘의 퇴직금과 모아둔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Q : 위험한 상황도 많았을 것 같다.
A : 양=“말벌에 물려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고, 진드기 때문에 한 달 넘게 고생하기도 했다.”
이=“설원에서 설맹이 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정말 두렵기도 했다. 4일 만에 시력이 돌아왔는데 정말 감사했다.”
Q : 그럴 땐 그만두고 싶지 않나.
A : 이=“더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딛게 되고 하루하루가 가치 있고 소중해진다.”
양=“위기 후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게 된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욕심도 서서히 버려지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다음 목적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다. 내년 1월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둘은 세상의 모든 곳을 다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여행을 통해 얻은 행복을 자양분으로 앞으로도 발걸음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