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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50살된 한국 자존심, 기뻐할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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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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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늘 창립기념식] 이재용 참석 없이 조용히 치뤄

- 고비마다 과감한 결단이 만든 50년
직원 36명에서 31만명으로 매출액 244兆 세계 15위

- 불확실성 커지는 '앞으로의 50년'
밖으로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 안으로는 리더십 부재 걱정
삼성전자 세계 1위 품목 12개… 앞으로는 5G·AI 등에서 승부해야


"국내 전자제품은 품질이 조악했고 가격도 비쌌다. 흑백 TV 값은 웬만한 봉급생활자가 엄두도 못 낼 수준이었다. 삼성이 이 산업에 진출해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촉진시키고 수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하는 선도적 역할을 맡아보자고 결심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1969년 겨울 삼성전자를 창업할 당시 결심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 결심에서 시작한 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원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삼성전자는 반세기 만에 매출액 244조원(작년 기준)인 세계 15위 대기업(포브스 선정)으로 성장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한 해 수출(704조4000억원) 가운데 22%가 삼성전자의 몫이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세계 1등 제품만 12개에 달한다.

하지만 지천명을 맞은 삼성전자는 축배를 들지 못하는 처지다. 어떤 예단도 불허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 농단 재판, 중국의 거센 추격 등 버거운 내우외환 속에 한발만 잘못 내디디면 벼랑으로 추락하는 4차 산업혁명의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열리는 창립 기념식도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한 채 임직원 400여명만 조용히 치를 예정이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는 "삼성전자는 시장 선도자는 아니지만 빠르게 팔로업해 1등으로 올라서는 노하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이라며 "하지만 모든 것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삼성에 닥친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직원 36명에서 31만명으로 성장

삼성전자의 지난 50년은 절체절명의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혁신의 연속이었다. 사업 정체 등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도전에 나서 성장을 쟁취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사업 진출이다. 1983년 2월 이병철 당시 회장은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쿄선언으로 D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내외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내 나이 74세, 비록 인생의 만기(晩期)이지만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어렵더라도 전력투구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썼다. 삼성전자는 그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했고 1988년엔 삼성반도체통신과 통합하면서 창립 기념일을 인수·합병 날짜인 11월 1일로 바꿨다. 1992년엔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오너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故) 이병철(왼쪽) 창업주는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이건희(가운데)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품질경영 시대를 열었다. 오른쪽은 지난 7월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도쿄선언에 버금가는 또 한 번의 혁신은 1993년에 이뤄졌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불러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다. '품질의 삼성'이 시작된 '신경영 선언'이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1994년 첫 휴대전화 애니콜을 성공시켰고,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를 석권하면서 반도체 신화를 휴대폰 분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제품은 TV, 냉장고,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 등 12가지에 이른다.

◇내우외환 빠진 삼성, 앞에 놓인 50년에 안개

전 세계에서 31만명을 고용한 삼성전자는 브랜드 파워 글로벌 6위의 IT 거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삼성전자 핵심 반도체 연구개발(R&D) 기지인 DSA(디바이스 솔루션 아메리카). 2015년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지은 이 빌딩은 메모리 반도체를 세 겹으로 층층이 쌓은 듯한 독특한 구조다. 삼성이 한국에는 드문 이런 화려한 사옥을 지은 것은 인재 유치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구글·애플·페이스북과 같은 쟁쟁한 기업을 제치고 인재를 유치하려면 이런 눈에 띄는 건물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정말로 절박한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 반세기 삼성전자의 질주를 가장 질투 어린 시선으로 봐왔던 일본의 시각은 더욱 냉정하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31일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 중국의 추격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은 62조원, 영업이익은 7조78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3%, 55.7% 줄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아 이익이 반 토막 난 것이다. 반면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중국은 화웨이·샤오미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에서 삼성의 목전까지 쫓아왔다. 반도체 분야에선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고,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위기 해결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나 지난달 26일부로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재계에서는 재판 일정 등으로 인해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양자컴퓨터 등 미래 기술로 급변하는 상황도 쉽지 않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발굴한 스마트폰·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극복하기도 만만치 않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삼성이 마주한 현실은 지난 50년 중 전례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며 "삼성이 현 상황에만 안주한다면 삼성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두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너제이=박순찬 특파원]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강동철 기자]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rankingType=popular_day&oid=023&aid=0003483863&date=20191101&type=1&rankingSectionId=105&rankingSe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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