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조국 공약에 반발…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정책도 재탕”
1,095 15
2019.08.22 09:20
1,095 1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하겠다면서 낸 정책공약은 정신질환자를 위험인물로 묘사하는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담았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을 겁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필요한 인격체가 아닌 사법적 관리대상으로 보는 프레임과 정책 제안들을 재탕했을 뿐입니다. 참모들이 만든 문건이겠지만 본인도 내용을 봤을 텐데 참담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당사자단체 파도손(약칭) 박환갑 사무총장의 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내놓은 일종의 정책공약집인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을 두고 정신질환자 당사자 단체들이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문구가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유일한 정책마저 사회복지사 등 복지현장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내놓은 ‘다짐’ 중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공약은 두 번째 항목이다.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 치료하여 국민들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부터 차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이나 진주 참사처럼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증 정신질환자는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 범죄를 저지르기보다 오히려 피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는 것이 그들을 가까이서 접하는 의료계와 사회복지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국민들 일상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진한 글씨로 강조해 처리할 정도로 정신질환자와 범죄 위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 이는 자칫 ‘중증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일반화시켜 차별적이며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위험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의 대표격인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국민들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표현 자체가 정신질환자를 국민과 다른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를 반복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진주참사 등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조 후보자의 표현은 편견을 막기보다 부풀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박환갑 사무총장은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막을지는 논의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만 특정 계층을 골라서 말하는 것 자체가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라고 평가했다. 권오용 카미(약칭) 대표 역시 “정신질환자라서 범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중 정신질환자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의사들도 인정한 바인데 이런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일 발표한 ‘다짐’ 중 정신질환 범죄 예방 부분.

다짐에 담긴 유일한 정책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보를 지역 내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질환계의 보건소)에 공유하겠다는 내용인데 정신센터 종사자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사안이다. 진주참사 이후로 업무량이 급증했지만 정신센터 인력은 그대로여서 업무 부담만 많아졌기 때문이다. 채용 공고를 내도 열악한 처우 때문에 정신센터 근무를 기피해 몇 달씩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본보 7월 1일자 보도)이다. 이는 복지부도 인정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지역 정신보건 인프라에 예산을 투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법과 제도만 만들겠다고 각계가 나서는 상황이다. 광주지역의 정신보건사업 조정을 총괄하는 김성완 광주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정보를 연계하는 식의 법만 자꾸 만들어 봐야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오용 대표는 “현재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에는 정신과 의사는 몇 명 없는 상황에서 1,000여명의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저 갇혀만 있다”며 “이러한 수용화 문제, 실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왜 조 후보자가 하지 않는가”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차별을 부추기는 듯한 문구로 다짐을 밝힌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홍성완 숙명여대 법대교수는 “세부적인 안건에 대한 의견은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우려가 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문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이나 기존에 법무부가 해왔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이 가족 문제로 시끄러운 시점에 이러한 공약을 내놨다는 것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목록 스크랩 (0)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 이벤트] 장기용X천우희 쌍방구원 로맨스!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릴레이 댓글놀이 이벤트 9116 05.03 51,70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38,51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72,05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35,05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46,56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37,65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35,05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84,5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4 20.05.17 3,091,74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61,27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41,7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3069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시원해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6편 04:44 91
2403068 유머 추구미 도달가능미.twt 2 04:39 362
2403067 기사/뉴스 "5성급 호텔 돌잔치, 1000만원이나 드네요"…부모들 '한숨' [이슈+] 34 04:11 1,309
2403066 이슈 삶에 도움이 되는 6가지 생각 7 03:57 1,113
2403065 기사/뉴스 데 리흐트의 귀환, 다시 줄어든 ‘철기둥’의 입지···김민재, 챔스 4강 2차전 다시 벤치 예상 03:54 302
2403064 이슈 [만화] 여기에 이름 쓰고 지장찍으면 사은품 드려요.jpg 13 03:52 1,274
2403063 기사/뉴스 산후조리원 韓서 생겼는데…"원조는 나요" 中 황당 해외수출 3 03:51 818
2403062 유머 정말로 본받고 싶은 삶의 자세.jpg 4 03:45 1,464
2403061 이슈 캠핑 중에 찾아온 손님 16 03:43 1,094
2403060 기사/뉴스 [단독] CGV·롯데시네마 줄폐업…곳곳서 임대차 해지 '잡음' 4 03:42 1,154
2403059 기사/뉴스 포춘 100대 기업 중 절반이 애플 비전 프로 구입 1 03:40 639
2403058 정보 [선재업고튀어] 솔이 따라 대학 하향지원한 류선재 30 03:39 1,890
2403057 기사/뉴스 ‘타자만’ 오타니, 타율-안타-홈런 1위 7 03:37 495
2403056 기사/뉴스 "기초연금 왜 줄었나요?". .노인 민원 빗발친다 (2024.05.06/뉴스데스크/ MBC) 2 03:36 746
2403055 기사/뉴스 의료계 “의대증원 회의록 작성 안한 정부 직무유기” 03:33 354
2403054 유머 어린이날 힙한 어린이 인터뷰 1 03:30 1,148
2403053 이슈 <트랜스포머:원> 새 포스터 공개 5 03:28 667
2403052 기사/뉴스 尹대통령, 9일 오전 10시 대통령실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 29 03:26 1,021
2403051 유머 실망한 점장님...jpg 1 03:24 1,634
2403050 기사/뉴스 ‘범죄도시4’ 13일 만에 800만 관객 돌파 3 03:23 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