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업 가릴 것 없이 옛 4인 가구..부부 중심 혜택
교육·학자금 등 상대적 소외감
장기 근속에도 혜택 없어 해외기업은 반려동물 수당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장성호(37)씨는 지난달 10년간 키웠던 반려견 '보리'를 떠나보냈다. 가족처럼 지냈던 '아이'였기에 화장 등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회사에도 휴가 관련 규정을 문의했지만 반려견 관련 규정은 없었다. 장씨는 인사팀 직원에게 오히려 "강아지 장례까지 치루느냐"는 냉소 어린 핀잔을 들어야 했다.
비혼주의자인 장씨는 "1인 가구가 크게 늘었는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족에 초점을 맞춰 모든 제도를 운영한다"며 "1인 가구나 독신자에 맞는 복지 제도도 갖춰달라고 회사에 건의하고 싶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최근(2018년 10월 기준) 578만8000가구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가구 비율도 29.2%로 과거 가족 구성의 기본적 형태였던 4인 가구 비중을 뛰어넘어 가장 많은 형태로 조사됐다. 2045년 1인 가구 숫자는 809만 가구(36.3%)에 달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했고, 향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기업의 복지시스템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공ㆍ사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들은 여전히 기혼자나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 교육비나 학자금, 경조휴가, 축의금 등 각종 사내 복지제도는 가족을 모델로 만들어졌고, 아무리 오래 근속했더라도 1인 가구나 비혼가구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펫팸족'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결국 사내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가족 구성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비혼이나 1인 가구들은 연말정산과 같은 세제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어서 불만이 높다. 직장인 정수진(29)씨는 "지금의 제도는 혼인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감안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중 취업자는 353만7000가구다. 1인 가구의 61.1%는 취업 상태다. 해외 기업들 중에는 가족 구성 변화에 대응한 제도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일본의 위생용품 기업 '유니참'은 반려동물 복지를 도입해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계 수제 화장품 기업 '러쉬코리아'도 반려동물이 있는 독신자에게 아동수당이 아닌 '반려동물 수당'을 지급한다.
이윤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가족 개념만을 고수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며 "기업이나 기관도 사내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