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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앙상한 요람 완독 후기 긴글 ㅅㅍ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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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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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부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했던 백건우와 다 가졌음에도 약탈 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유해수, 미성숙하고 안쓰러운 주인공들이었다.


남자 아이의 기억이 있던 순간부터 집이란 공간은 창부 어머니의 푼돈 성매매에 노출 되는 장소였다. 여자란 돈 주고 섹스를 사는 염색체였고 남자란 욕설과 폭력을 배설하는 인간이었을 뿐. 주기적으로 그 창부를 찾아오는 아버지는 비록 겉은 멀쩡했으나 폭력과 섹스만 휘두르고 사라지는 인간이었다. 배곯아 쓰레기를 먹고 술과 담배를 입에 대도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던 어린 아이가 배울 수 있었던 게 무엇이었을까.

작중 백건우만 기억하는 첫 만남에서 첫 눈에 반한 유해수에게 돈이 없으니 네가 날 먹어달라는 말에, 첫사랑을 돈과 섹스 외엔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남주가 안타깝기도 했다. 스스로 쓰고 버려지는 게 당연한 삶이라고 여기며 사는 남주가 왜 죽은 아버지의 안경을 쓰게 됐는지. 그건 초라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멀쩡하고 일반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가리개였음을.


재벌 여주인 유해수라고 달랐을까. 왜 장채환에게 말도 안 되는 성상납을 당하면서도 무심을 넘어 무기력해 보이고 별 노력을 안 하는지 답답해하는 리뷰도 많이 봤다.
약탈에 익숙한 삶, 다 내어줘도 절대 드러내선 안 되고 비난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삶, 여주는 사실상 평생을 가스라이팅 당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평생 해왔듯이 돈을 내어주나 몸을 내어주나 똑같다고 느꼈을 것이고 아버지의 누명과 삼진(작중 여주 회사)의 정상적 운영만 보장된다면 그 외의 것들은 어차피 누가 됐든 내줬어야 하는 부분이 그녀에겐 늘 똑같았기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주 유해수 또한 백건우와 다름 없는 밑바닥 삶이 아니었나 싶다.


작품은 일단 표면적으론 몸정>맘정 루트로 진행되는데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알고 보면 백건우는 첫눈에 반했던 첫사랑 재회하고 이미 맘정 충만해서 감겨서 그냥 폴인러브 한 거였고. 단지 그걸 과격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못 배운 모지리였을 뿐. 정류장 폭력씬 / 여주 임신튀 전 폭력씬도 같은 맥락.
첫사랑이란 기시감, 사랑에 빠진 감정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표출해낸 싸대기(아이고 금쪽이새끼), 떠나지 않길 바라는데 붙잡는 방법을 몰라서 본인이 아는 방법인 폭력으로 억눌러서 붙잡고 싶었던 마음.

유해수가 백건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여주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인간 관계가 목적이 있고 털어먹는 게 전부였던 삶에 오로지 백건우만이 유해수 하나만을 맹목적으로 원하는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어쩌면 백건우도 몰랐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유해수가 먼저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 사랑이란 게 과격한 섹스나 욕설로 표현되더라도 별 타격 없었던 이유 또한 유해수만이 백건우를 쓰고 버려지는 개새끼로 보지 않고 사람새끼로 봤기 때문일 것이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백건우가 스스로 놓아준 여주의 임신튀 이후는 여주를 위한 남주의 모든 빌드업과 조금씩 사회화되는 백건우, 그리고 백건우 따님이 확실한 하영이 얘기가 깔리고 여주와 남주의 애정 서사도 훨씬 많아서 보기 편할 것 같다.

임신튀 이후 백건우는 불면증, 자낮, 불안 증세 쓰리 콤보로 평생을 살게 되는데.
외전까지 와서도 딸까지 낳고 셋이 살고 있어도 여주가 어느 순간 떠날까봐 늘 잠들지 못하는 것, 끝의 끝까지 자낮인 것, 본인의 삶 전체를 부정하면서도 결국은 여주에게 사과와 사랑을 고하는 것, 그래도 떠날까봐 존나 불안한 것. 뭐 대충 이렇게 불쌍한 우리 금쪽이의 삶을 산다. 욕설도 덜 하고 입 쳐 닫을 줄도 알고.


유해수의 표현이 너무 없다는 것도 공감은 되는데 이해도 된다. 여주 자체가 이용만 당해왔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사실 무심이 아니라 미숙한 게 크고 약간 자낮인 부분도 보인다. 다만 백건우가 유일하게 사랑해 준 사람인데, 둘 다 해본 적이 없으니 유해수는 유해수대로 서툴러서 표현 못하는 게 큰 거라 느껴진다.

그래도 부분부분 표현된 것들이 되게 한방인 게 많은데.
일단 임신튀가 사실 흔한 임신튀가 아닌게. 이미 여주는 남주가 관련된 아버지 사고에서 결국 패륜적이지만 사랑하는 남주를 마음으로 용서한 상태라는 것, 다만 같이 있는 것만은 도덕적으로 할 수 없어서 떠났다는 것.
그러나 돌아와서 결국 한남동 여주 본가로 남주를 먼저 이끈 게 여주라는 것. = 천륜인 부모보다 남주를 택한 것. 이런 요소들 덕에 유해수 또한 백건우를 미친듯이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남주의 감정선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라 백건우 캐릭터가 매력적이게 느껴지긴 한다. 작중 수많은 씬 사이사이, 서술 곳곳에 감정선이 있어서 집중해서 정독하면 더 좋을 듯 하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외전까지 읽은 지금 지독하게 여운이 남는다. 서술이 다소 친절하지 않고 첫 눈에 어려울 수 있으나 사실 집중해서 끝까지 읽는다면 1권에서부터도 복선과 떡밥이 꽤 많아서 막 어렵진 않다고 보인다. (대부분 1권에서 하차하는 것 같은데 완독한 입장에선 아쉬울 따름)

트리거 키워드 경고 문구가 있어도 정도 이상이었단 반응들에 좀 꺼려졌지만 지금은 글쎄, 욕설 폭력을 미화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적어도 납득되는 서사 덕에 충분히 설득력이 느껴진다. 초반 탈주한 독자들에게 강요할 순 없으나 적어도 오해는 없길 바라기도 한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과한 욕설이 단순히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소비되는 소설이 난무한데 적어도 이 작품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는 되니까.

단순히 불호키워드에만 초점을 두기에 이 작품은 두 주인공의 불행한 서사나 애틋하고 안 쓰러운 감정선과 그 변화들이 더 큰 작품이기에 나처럼 망설였던 로미들이 있다면 마음 다잡고 읽어보길 바라며. 오늘 비포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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