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ㅏ 글 날라가서 쓰는 3번째 후기(를 가장한 영업)
멘탈도 같이 날라가서 마음 다 잡고 다시 써ㅜ
글이 두 번이나 다 날린 거면 그만둘 법도 한데 쓰는 이유는 롬방에 글이 몇 개 없어서야
리뷰 짜기로 소문난 리디북스에서 리뷰가 다들 절절하길래 흥미 생겨서 롬방에도 검색해봤는데 몇 글 없더라구
미리보기 해보고 취향에 맞아서 읽어봤다가 웬걸, 4권까지 쭉 읽어버렸어
얼마나 극호냐면
리디에서 무료 1권 대여로 1권 보고 2,3,4,권 다 읽고 1권 대여기간 끝나자마자 1권도 구매해서 전권 소장 중✌️
발췌도 많이 넣어놔서 스포가 있을 거야! 주요 줄거리는 피해서 안 쓰려고 하지만.
혹시 여기까지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미보 추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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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법무국장의 금지옥엽. 백작가의 사랑스러운 고명딸, 하루하라 미나.
경성 대부호의 상속자. 매국 대신의 장손이자 자작가의 후계자, 임준세.
리디 작품 소개란을 빌려왔어!
인물 소개만 보면 둘다 비호감을 떠나 싸움 걸어보고 싶어지는 배경 아니니
하지만,
1권 서문에 꽂혀 홀린 듯이 읽기 시작했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난 관념적 서술을 좋아해
단점이 있다면 전개를 지루하게 만들어서 흐름이 끊기기 쉽다는 거
그런데,
아
너무 좋잖아요
( ˃ ⌑ ˂ഃ )
심지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념적 서술을 곳곳에 놓고 있어
= 인물의 감정선, 극의 흐름,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하나도 안 놓친다는 뜻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이런 부분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전개가 매끄럽고,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거야
전지적 작가 시점이랑 여주 시점, 남주 시점이 골고루 나오는데
그 전환이 자연스러워서 기시감도 없어
덕분에 상황 파악이 잘 된 상태에서, 남주의 내적 갈등과 여주의 심리 변화를 교차해서 즐겨볼 수 있음
1권에서 제일 인상깊은 부분 중 하나는 자본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야
혐관 사랑하는 로미 손들어~ 당장 1권 보러 간다 실시~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 나서지 않는 여주가 남주의 개소리 도발을 못 참고 받아치는 순간,
감히 경제학 배운 내 앞에서 저딴 소리를? 하면서 정론으로 받아치는 여주를 보는 순간,
이 둘의 관계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
나더러 공산주의자냐고? 저는 제국주의자 주제에. 자본주의와 식민주의도 구분 못 하는 주제에. 입 속으로 마구 뇌까리며 미나는 등 뒤에 선 하녀에게 손짓을 했다.
하루하라 미나와 순정 1권 | 이유월 저
이래놓고 세기의 사랑을 한다는 게 제일 유쾌해ㅋㅋㅋ
로맨스를 중심으로 장르를 잡아서 시대극이 갖는 무거움을 많이 덜은 느낌이라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미디어컨텐츠를 잘 못 보는 나도 술술 읽혔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2권의 눈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이불 두르는 장면인데,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자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하루하라 미나와 순정은 딱 저런 분위기로 내 뇌리에 잡혔거든
로맨스 소설이지만 남주인 임준세가 주는 느낌은 여느 로맨스 소설 남주랑은 달랐어
내 남주 취향은 민서형 대호 ….
남주의 내적 갈등과 거기서 파생된 모순, 트라우마를 중요한 전개 중 하나로 잡고 있거든
때문에 로맨스 소설 남주라고 한다면 얌마,,,, 싶은ㅋㅋㅋ 점들도 자연스레 용서돼
임준세는 오로지 목표 하나만 보면서 삶을 벼텨온 남자였고
그런 남자가 사랑을 만나 혼란을 겪고 변화하는 과정… 맛있잖아요.
그 혼란은 충분히 이해가 잘 되도록 서술되고, 그렇기 때문에 여주한테 무너지는 장면은 더 짜릿함
‘당신은 내가 무서워?’
여자가 옳았다.
그는 그녀가 두렵다.
하루하라 미나와 순정 1권 | 이유월 저
로맨스 소설 남주 중에 알파남 찾기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임준세야말로 알파남에 적합한 것 같아
모든 게 완벽하지만 트라우마와 신념 때문에 늘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열등감이 있지만 해야만 한다면 바닥을 기는 것도 서슴치 않아
자신이 지옥에 갈 걸 확신하지만
하루하라 미나, 임미나가 따라갈 거라고 하자 그 지옥을 네가 어떻게 견디냐면서 무너져..
못 이긴 척 미나를 받아들인 자신의 이기심에 한탄하지만
정작 떠날까봐 불안해서 미나의 어깨를 붙들고 말거든
나름 반전 같던 준세의 순정 모먼트( ͡° ͜ʖ ͡°)
초반만 보면 쇼인도 부부로 살려고 작정했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지독한 사랑꾼은 임준세가 아니라 하루하라 미나(임미나)야
아무리 얘기를 쌓아도 너무 드라마틱한 흐름을 읽을 땐 독자로서 감정이 납득되지 않는 순간도 있는데
이 소설에선 1,2권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미나의 이야기들로 3,4권을 터트리는 느낌이라 이해가 잘 되더라
발단 전개 위기 > 까지는 준세의 이야기로 사건이 쌓인다면
절정 결말 > 에서는 미나의 이야기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느낌을 받았어
미나는 늘 자기 자리를 찾아다니던 사람.
안온하고 부가 넘치는 보장된 삶을 살았지만, 불안정한 위치와 잔인한 시대가 만들어낸 이방인 같은 사람
미나는 어딜 가든 이방인이자 타인, 남이었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녔어
그런 미나가 준세를 보며 ‘넌 나랑 비슷해.’ 하는 생각에
준세에게 그대로 끌려버려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감각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에 둘은 같은 부류인 거야
삶과 자아 중 선택을 강요받던 부류
미나에게 준세는 자기가 찾던 자리였고
그 외의 것들엔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리를 지키고자 해
그리고 그걸 미나는 사랑이라고 불러
그 사랑이 극대화 되어 표현되던 장면은 미나와 미나의 아버지, 하루하라 신이치의 대립 장면.
미나의 사랑 방식은 아빠에게서 배운 것이구나, 알 수 있었어
강단있고 사랑스럽고 지독한 사랑꾼인 여주 얼마나 재밌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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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후기 :
어쩌면 시대가 주는 무게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그 시대는 단순히 전쟁과 투쟁뿐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는 걸 조금은 개인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새로웠어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개입 없이 각자의 신념을 가진 채 묘사되어서 절로 인물들이 다 살아숨쉬는 것 같아 매력적인데
제일 매력적인 건 미나랑 준세였어
다 매력적인 인물들이라 하나하나 소개해도 재밌긴 할 것 같아 ㅎㅎ
+ 3권 발췌 없는 이유
: 우느라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
이 꽉 깨물고 책장 넘기느라 글을 음미할 여유 없었어
다들 필력 좋고 자료조사 짱 열심히 한 게 분명해보이는 고증 잘 된 시대극 속 직진녀와 알파남 사랑 얘기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