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이상하지만, 사실은 이별하기 전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후기를 적고 있어.
나랑 내 애인은 1년 넘게 사귀었는데 애인이 나한테 한번도 화낸 적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야. 그치만 내가 애인한테 화를 낸 적이 많아.
애인이 나한테 사소한 것 부터 시작해서, 서운하게 한 행동이나 말은 무조건 콕 찝고 크게 혼내거나 대화했던 것 같아. 애인이 눈치가 없고 많이 둔해. 말하는 걸 보면 속이 섬세한 것 같은데도 여자 마음을 하나도 정말, 센스가 없을 정도로 잘 모르거든. 그래서 내가 많이 서운했던 적도 다 털어놓고 그랬는데도 애인이 다시 그 행동을 하기도 했었고.
그래서인지 문득 사랑하는 게 진짜 힘들구나. 사람은 고쳐쓰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애인도 힘든 상황이었고 나도 힘든 상황이어서 둘 다 금전도 없고 추억도 많지 않고 서로 공유하는 게 없었으니까, 통화도 별로 안하고 오로지 카톡만 하다보니까. 카톡만 안 보면 오로지 혼자 만의 시간이었지. 혼자서는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 애인 생각도 잘 안 했던 것 같아. 매순간 고독하더라. 자기 개발이든, 목표를 추리던 다 할 수 있는데 문득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고. 애인도 할 일이 있으니까 당연히 카톡도 잘 못 볼거고 다 이해하는데 그냥 이럴 바에야 지금 이 시기의 우리는 헤어지는 게 맞겠구나, 라고 많이 고민했었어. 그 생각이 드니까 애인한테 그 이야기 만큼은 아예 꺼내지 못하겠더라고. 사소한 건 다 찝고 넘어가고 그랬었는데, 요즈음엔 그 것마저도 힘에 부치는 구나. 헤어질 건데 뭐하러 말하나 싶어서, 미리 혼자서 감정 정리까지 다 했었어.
근데 내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애인에게 술술 털어놓던 그 습관이 늘 남아있어서 그런지. 애인한테 장문으로 티를 냈던 것 같아. 너무 외롭고, 힘들다고. 그걸 본 애인은 그냥 미안하데. 미안하다는 말만 했던 듯 싶어. 전화도 오지 않고, 그냥 미안하단 카톡만 남기니까. 그리고 그렇게 내 감정은 내가 들추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버렸어. 그 때 정말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
막상 참 발이 떨어지질 않더라. 집 밖을 나서서 그 사람에게 가려고 하는데, 드럽게 후텁지근하고. 땀도 쉴새없이 흐르고 갈거면 빨리 가야하는데 진짜 우리 집 근처에서 한 시간은 그냥 서 있었던 것 같아. 집에 가면 엄마가 계시니까 운 거 티날까봐 눈물도 다 닦고 그러느라. 그래서 결국 다시 집으로 갔어. 마침 애인한테 전화가 왔더라고, 애인이 내일 면접을 보러 간데. 그냥 40분의 통화는 별 말 없이 평소처럼 덥다, 덥다, 하면서 말하고 장난치고 그랬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았어. 이상하게도 그냥 반갑고, 통화하니까 좋고. 애인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만 들어도 평소처럼 기분이 좋은 상태였고, 그런 상태로 서로 걱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통화를 끝냈어.
그래서 그 날 밤에, 결국 다 털어놨어. 통화는 둘 다 못할 사정이어서 카톡으로 줄줄 쏟아냈어. 카톡으로는 무슨 감정으로 말했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와다다 쏟아냈다는 말 답게 쏟아낸 것 같아. 휴대폰 부여잡으면서, 엉엉 울었어. 애인이 나보고 고맙데. 밉지 않냐고 하니까 아니라고 나보고 다 고맙데. 밉고 진짜 원망스럽고 속상했는 데도 말하니까 오열하면서 울고 있는 나도 왜 혼자서 그렇게 매듭을 자르려고 했을까. 헤어지자고 말하러 가려고 했는데, 차마 발이 안 떨어졌다고. 그런 것까지 다 말해버렸어. 걔가 뭘 그렇게 좋다고. 걔가 뭐가 그리 좋아서 난 이렇게 울고있나, 싶기도 하고. 참.
애인이 내일 만나러 올거래. 보면 얼굴 한 대만 꼬집은 다음에 안아줘야지. 울컥할 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