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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동안 집에 물이 안나왔던 후기

무명의 더쿠 | 02-18 | 조회 수 8993

지난달 말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잖아

여느집들처럼 우리집도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나왔음

정확히 1월 25일이였지(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월급날이였기 때문에...)


물이 안나온 이후의 행동일지를 써보자면



1/25 오전:출근해야되는데 물이 안나옴. 눈꼽만 떼고 물티슈로 얼굴 슥슥 문지른다음에 머리묶고 출근

1/25 오후:출근후 돌아와봤는데 여전히 물이 안나옴. 드라이기로 말려도 녹을 기미 안보임. 일단 뜨거운물 봉지에 담아서 양수기함에 넣어놓고 대충 챙겨서 근처 목욕탕으로 직행. 돌아오는길에 생수 12통 사옴


1/26 오전:여전히 물이 안나옴. 25일과 마찬가지로 눈꼽만 떼고 물티슈로 얼굴 정돈하고 출근

1/26 오후:수도해빙업체 전화해서 상황설명. 내일(27일) 방문약속 잡음


1/27 오전:오전 10시 해빙업체 기사님 방문. 옥상이랑 1층이랑 왔다갔다하면서 수도 배관 파악하심. 제일 긴 열선(?)으로 해빙시도하였으나 실패.

1/27 오후:해빙업체 기사님 왈, 배관이 너무 복잡하게 되어있는거같음. 내일 다시 오겠음. 그러곤 철수하심. 빌라 우리 라인만 수도관이 얼었던거라 옆집에서 물 받아서 다라에 담음


1/28 오전: 기사님 다시 방문. 옥상에서 한참을 이리저리 씨름하시더니 결국 포기선언. 기사님 왈, 여긴 배관이 너무 복잡해서 해빙기로는 안돼요. 

1/28 오후: 이건 장기전 각이다 생각하고 목욕탕 정액권 끊으러감. 옆집에 상황설명하고 철물점에서 고무호스 20m 사와서 욕조랑 다라에 물 이빠이 받음. 물론 옆집 수도세는 우리집에서 내주는걸로 함..


1/29~2/9 요약

1. 사흘에 한번씩 옆집에서 생활수를 공급받음. 옆집 아주머니는 정말 천사였음. 아휴 딱해라- 하시면서 본인은 집에 언제언제 있으니 이때 물 받으면 된다고 알려주심

2. 샤워+머리감는건 동네 목욕탕에서 해결. 목욕탕 사장님이 못보던 아가씨인데 요즘 자주본다고 반가워하심.

3. 원래 알레르기때문에 화장을 못하는 덬이라서 세수하는건 그렇게 안불편했음. 그냥 물세수만 해도 되는정도라...

4. 변기물은 소변/대변 상관없이 갈때마다 내렸음. 비위가 약하다보니...

5. 다행히 보일러는 정상 작동됨.

6. 이틀에 한번씩은 물나오는 꿈을 꿨음. 샤워기에서 물이 나온다던가, 싱크대에서 물이 나온다던가 하는 꿈... 물론 깨고나면

WHaaQ 

7. 식수는 생수사다가 씀

8. 끼니는 평일 점심저녁은 회사에서 해결하고(원래 야근이 잦음) 주말에는 주로 도시락이나 외식으로 해결했음. 

9. 빨래는 코인빨래방 이용



2/10 갑자기 날씨가 푹해진거같아서 수도가 녹지 않을까 기대함. 그러나 그럴리 없음

2/11 다시 날씨가 추워진거같음. 그냥 포기함. 에어비X비를 설치해서 남는 방이 없나 찾아봄. 가격을 보고 포기


2/12~2/14 날씨가 추워졌다가 푹해졌다가를 반복. 물론 물이 나올기미는 1도 안보였음. 와중에 13일엔 옆집에서 물도 받아놓음



그리고 대망의


2/15 새벽 1시 13분

설 연휴를 맞이하고 여전히 물이 안나와서 싱숭생숭한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남

윗집에서 뭘 하고있나 했는데 잘들어보니 우리집 화장실에서 나는소리같음

그래서 화장실로 가보니 변기에서 나는 소리 같음

설마설마 하고 세면대 물을 켜보니까 한 3초 후에 물이 세줄기로 쪼끔씩 나오기 시작함

말로 형용할수없는 기쁨이 차올랐고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을때의 심정이 이런걸까 생각함

그리고 한 1분정도 물을 틀어놓으니까 물이 콸콸콸 잘나옴. 싱크대도 물이 콸콸콸 나오고 변기물도 시원시원하게 잘내려감


박수치고 좋아하고 있는데 뭔가 보일러실에서도 물 소리가 들림.

보일러 본체에서 물이 새고 있었음

아 망했다, 싶었는데 역시 국가대표 보일러답게 야심한 새벽, 그것도 설연휴에도 경동나비엔 고객센터는 운영하고 있었음

급히 A/S 접수를 하고 보일러 코드 뽑아놓고 물도 졸졸 틀어놓고 다시 잠듦



2/16 오전 10시

나비엔 기사님 방문함. 이것저것 보시더니 보일러 연식이 너무 오래됐다고함. 안에 부품이 다 단종됐다고...

물어보니 우리집 보일러는 2008년식이라고함. (보일러 수명, 즉 교체주기는 보통 7~8년이라고 함)

오래된김에 그냥 교체하기로함.

30분 후 새 보일러 가지고 기사님 재방문. 교체끝.


보일러 교체하는동안 명절떡+샴푸세트 가지고 옆집아주머니께 사례함

아주머니는 너무 잘됐다고 다행이라고 좋아라하심.



상황종료.






20일동안 물없이 지내느라 너무 불편하고 곤욕스러웠음

아무튼 지금은 물이 나와서 너무 좋음

수도관이 얼었던 가장 큰 원인은 관리부실인거같음. 날이 춥거나 말거나 물을 안틀어놔서 이러한 사단이 났다고 생각함


덬들도 날추워지면 나처럼 손놓고 있지말고 꼭 물틀어놓고 자

진짜 물 안나오니까 개고생이다 개고생


처음 물나왔을땐 수압이 평소보다 약했는데 이젠 정상수압으로 돌아갔음

물도 제대로 잘 나오고 물새는곳도 아직까진 발견안되고 있음!



이번일로 얻은것 : 개고생, 이웃의 정, 단골목욕탕, 새 보일러, 겨울철 동파에 대한 경각심

이번일로 잃은것 : 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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