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일인데 슼방 응급실 의사의 깨알 팁 글(http://theqoo.net/579135027) 보고 생각나서 씀
어느 늦은 밤 허기진 상태로 부엌에 진입한 나는 빠르게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스캔했음
마침 가스렌지 위에 엄마가 내일 아침을 위해 갓 해둔 고등어 조림이 냄비째로 있었음
따끈따끈해..
각잡고 앉아 밥까지 차려 먹기엔 돼지같을까 쑥스러운 시각이었기에
젓가락과 앞접시를 꺼내고 고등어 한 도막을 건져올려 가스렌지 옆에 서서 먹기 시작함 (그거나 저거나..)
매콤하게 조린 통통한 고등어의 속살을 밀어넣는 가운데 작은 가시쯤은 철근처럼 씹어 스킵하다가
찌릿한 느낌에 고등어의 3번 늑골같은 큰 뼈가 목구멍에 대들보처럼 걸려버렸단 걸 깨달음
Θ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
민간요법으로 밥을 한 덩이 삼키기도 해보고 손도 넣어봤지만 우웩스팟이라 손도 잘 못 넣겠더라고
구역질로 눈물을 흘리며 인터넷을 검색해 여러 응급처치를 봤으나 당기는 건 없었고
나의 식탐이, 고등어의 원혼이 내 안을 파고드는 가시가 되어 제발 가라고 아주 가라고 애써도 나를 괴롭혔음
이러다 목구멍 뚫리겠다 싶어 응급실을 가기로 함
빨리 해결하고 자고 싶었고 큰 대학병원은 우리집에서 5분 거리...
침착하게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고
매너를 지키기 위해 양치도 빡빡 함
웩웩대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엄마가 한심한 듯 배웅해줌
가을 바람 맞으며 경쾌하게 걸어서 응급실에 입장함
자정 가까운 시각에도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그곳의 누구도 목구멍에 가시 꽂힌 나보다는 더 급해 보였기에
접수하고 얌전히 한 세월을 기다림
접수할 때 가시가 걸렸다고 말하는 수치플을 했던가 안 했던가.. 기억 안남
드디어 불려간 진료실에는 매우 지친 얼굴의 당직이 있었는데
용건을 묻기에 '생선 먹다 가시가 걸려서요..'라고 말하자 묘하게 얼굴이 환해지는 듯했음
뭐랄까 전쟁같은 야간 근무로 지친 의사님께 내 경미하고 우스꽝스런 꼴이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걸 찰나에 느낄 수 있었음
포셉 큰 것 가져오라고 하는 그의 말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기 때문..
새 포셉을 뜯은 그는 내 목구멍의 대들보를 시원하게 제거해줬는데
빼낸 가시는 정말 커서 손가락 1.5마디 정도는 되더라
와 정말 크네요...라고 감탄하자 의사가 가져가실래요? 라고 말함
그때는 대놓고 웃고 있었지만
내 목숨의 은인이 잠깐이나마 즐거웠다면 된 거겠지..
그렇게 나는 터덜터덜 응급실을 나왔고
야간 할증이 붙은 진료비를 카드로 긁고(고등어 n마리 값..)
시원한 밤 바람을 뻥 뚫린 목구멍에 쐬면서 집에 돌아왔다는 얘기
모두 고등어는 차분하게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