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 전... 외국어 정보를 얻기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던 꽤나 전에 있던 일이라 지금과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어
당시에 아는 게 없어서 가족들이 다같이 너무 고생했었고
아주 끔찍한 기억이라 어디가서 익명으로라도 말한 적이 잘 없는데ㅋㅋㅋ 갑자기 떠올랐어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을까싶어서 적어봄
1. 발단
가족 중 한명 (이하 A)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이후로 그 사람에게 피부병? 알러지? 같은게 생겼어
그때 우리집은 가족구성원이 전부 각방, 각침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행 다녀온 그 사람만 피부 여기저기가 매일 새롭게 빨갛게 올라왔고 견딜수 없을 정도로 가려워했어....
알러지일거라 생각해서 병원을 거치고 거쳐 대학병원까지 갔었고 알러지유발원 검사를 해서 뜬금없이 본인도 몰랐던 알러지가 있다는걸 알게되었으나ㅋㅋㅋ 해당 알러지 자체는 심한 정도가 아니었기에... 대체 왜 매일 가렵고 붓고 괴로운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한달이 넘게 아무런 차도가 없었음
2. 전개
그 상태로 가족이 다함께 기분전환겸 2박 3일 국내여행을 다녀옴
...여행중에는 A의 알러지가 심해지지 않았어... 우리는 이제 드디어 약이 듣는건가? 같은 생각을 했어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모두 A처럼 몸이 모기물린것마냥 붓고 가려워하기 시작함...
희한하게 여기던 어느날 새벽에 잠에서 깬 다른 가족 B가 소리를 지름
새벽에 깨보니 침구 위에... 작은 벌레들이.... (이하생략)
바로 빈대였어... 인터넷에 있는 사진이랑 진짜 똑같이 생김 (알고싶지 않았어요)
원래는 빈대를 묻혀온 A의 방 침구에만 빈대들이 살고 있었는데, 며칠간 집을 비우는 바람에.... 피를 못빤 빈대들이 3일 사이에 먹이를 찾아 온 집안에 퍼진거였지.....
3. 위기
빈대라는 것이 낮에는 흔적도 없이 나무마루나 벽지 틈새로 도망갔다가 새벽마다 피를 노려서 기어나오더라
문제가 빈대임을 명확히 알게 되었으니 이제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여기서부터가 더 문제였음
빈대 처리용으로 유명한 비오킬을 수십만원 어치 온 집안 구석구석, 모든 가구와 직물에 사용했으나 아무 소용없었어..ㅎㅎ 오히려 당시에 키운 벤자민 고무나무에 끼던 진딧물에 아주 잘통해서 마지막에는 남은 비오킬을 전부 진딧물퇴치용으로 사용함ㅋㅋ 아무튼 빈대에는 노소용이었음
새벽에 살아 도망가는 빈대한테 축축할 정도로 쏴서 맞췄는데 안죽었거든;; 에프킬라로 벌레잡는 그런 느낌이 아니야
저독성으로 유명한 살충제잖아? 인간한테 해를 안끼치는대신 빈대한테도 약효가 약해진거 아니냐고 다같이 허탈해했지
아예 안통하지는 않겠지 일부는 비오킬이 통해서 죽을 지 몰라... 그런데 살아남은 몇마리가 계속 번식을... 하는 탓에 끝이 없었을 수도 있어
세스코에도 상담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거든? 근데 그당시에 세스코가 자기네는 개미랑 바같은거 전문이라고 빈대는 약품처리 해줄순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식으로 거절했었어;; 충격
다른 방역업체들도 거쳤는데 방역 견적이 상당했고...
방역하는 긴 기간동안 집에 머물수 없는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집은 처리해주는데 가구랑 세간살이(특히 패브릭 제품)는 전부 버리고 새로 사야한다고 그랬어
이 빈대라는 것이 영하의 온도에서도 죽지 않고 가사상태로 살아남았다가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잠에서 깨서 나온다고하고
먹이(=피..ㅎㅎ)를 먹지 못하고 쫄쫄 굶어도 반년은 버틸 수 있다고 하고;; 조사하면 할수록 진짜 개끔찍지독하게질긴생명레전드였음
왜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고 하는지 절절하게 이해함 그당시 우리는 진짜로 집을 불태우고 싶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족구성원 C는 인체에 유독한 살충제여도 되니까 빈대만 다 죽일 수 있다면... 이라는 말을 매일 했고...ㅋㅋㅋㅋ
조금 자다가 새벽에 알람듣고 일어나서 기어나온 빈대를 잡고 다시 몇시간 선잠자다 깨고... 낮에도 몸에 뭐가 기어가는 것같아서 예민해지고... 괴로운 시간이었어...
집에 사람을 초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데로 갈수도 없고... 의식하지 못한채로 묻어서 다른 장소,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수도 있으니까
4. 절정
그러다 가족구성원 D가 해외의 빈대사냥기와 연구글을 탐구하다가 아이디어를 냈어
빈대놈이 낮은 온도에는 강하지만 높은 온도에는 약해서 익어 죽어버린다고 했거든 생각보다 그리 높은 온도가 필요하지 않았어 아마 40도 정도 였을걸?
그때는 여름이었기 때문에 한낮에 그늘없는 땡볕아래에 자동차를 갖다두면 내부를 태양열오븐으로 만들 수 있는 계절이었어... 여름에는 자동차내부온도가 90도까지 오를수도 있거든
우리는 차 안에 막대기를 설치해서 세간살이를 차곡차곡 펼쳐 널어 놓고 열로 빈대 살균을 시작함
살균을 마친 것들은 특대형 김장비닐에 이중삼중으로 싸서 보관하고...
그리고 집은... 단순하고 확실하고 몸이 고생하는 열처리 방법을 사용함
헤어드라이기를 가지고 온 집안에 존재하는, 빈대가 숨을 수 있는 모든 좁은 틈을 조지기 시작한거야
매일매일 드라이기를 틀어서 나무 틈새, 벽지 틈새, 모든 가구의 모든 부분을 열풍으로 쬐어줌
한여름에 온몸에 땀을 뻘뻘흘리면서 그 열처리를 한달간 했어
5. 결말
N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그 집에 당시의 가구를 그대로 가지고 살고 있지만 그 한달 이후 빈대는 정말로 없어졌어
열처리가 다행히 통했던거지...
물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짓을 두번은 할 수 없어
몇년 지난 지금은 그 상황에 처하면 그냥 돈이 얼마가 들든 낼거같다고 생각해;;
당시엔 몇달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정신이 예민해져서 집 불태우는거말곤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의지가 생겨서 몸으로 때우는게 가능했음ㅋㅋㅋㅋㅋ
6. 요약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데 아직 빈대를 겪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언제든 재앙은 일어날 수 있다
해외여행갈때 빈대=베드버그 대책으로 비오킬을 캐리어에 뿌리는 팁이 유명했는데 비오킬은 독성이 약해서 사실상 소용없다 눈마주치고 뿌려도 안죽음
열풍으로 조지는 것이 답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