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1n년 변호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 후기
6,281 42
2025.09.12 19:53
6,281 42


- 사람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된다. 그 사람이 내 고객일지라도.


- 사람은 생각보다 인지적 오류를 자주 범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내 사건에 객관적이기가 쉽지 않아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되는 이유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라기보단 그 사람이 믿는 사실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위와 같은 이유로 객관적 증거가 중요하다. 별표 백개


- 증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성향. 당사자가 합리적이고, 나랑 말이 잘 통하고, 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높을수록 결과도 좋은 것 같다. 항상 그렇진 않지만. 가끔 기가 막히게 증거를 잘 만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다. 증거 찾기는 변호사가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는 있지만 많은 부분이 당사자의 몫이다.


- 간혹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는 분들이 있는데 소송에서 이기기 가장 힘든 유형이다.


- 사람은 입체적이다.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공존한다.


- 사건도 입체적이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것과 실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심지어대리인인 내가 아는 진실과 실체적 진실이 다른 경우도 있다.


-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증거 없는 사건에서 고객 말을 믿고 사건을 진행하던 도중에 증거가 나와 고객의 말이 진실임이 밝혀졌을 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사건이 끝나고 나서도 나에게 계속 연락해줄 때.


-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피해자로 만난 분이 가해자가 되어 나를 찾아왔을 때.


- 재판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법원은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즉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 불합리하더라도 바로잡기에 소극적이다. 원고로 소송을 제기할 때 항상 명심할 부분. 초기 비용 부담과 입증의 책임을 진다.


- 민사: 조정, 합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님의 살길을 찾을 수 있어 제일 좋아한다. 게임으로 치면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많은 느낌. 근데 그만큼 상대방한테 불의타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돈을 받아주려면 보전처분(가처분, 가압류)-소송-집행을 다 챙겨야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 형사: 주로 피해자 쪽이라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가해자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관대하고 피해자는 소외된다. 내 업적(?) 중 자랑할 만한 승소 케이스는 대부분 형사 피의자, 피고인 건. 사실 피의자/피고인 사건을 기피하는 이유는 도덕적 이유가 아니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구속 사건은 진행이 빠르고 접견 때문에 힘들다. 특히 법원에서 무죄 다투는 사건은 난이도 백배. 무죄받는 변호사님들 존경합니다.


- 행정: 행정청(피고) 쪽이 유리하다. 사건 진행이 빠른 편. 분야별로 특화된 변호사가 많은 편이다. 분야마다 절차나 법논리, 최신 트렌드(?)가 달라서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


- 가사: 잘 맞는 사람들은 좋다는데 나는 제일 힘들다. 변호사로서는 사건이 많고 전형적이며 재산분할의 경우 성공보수 단위가 큰 사건이 많아서 특화하기는 좋은데, 내 인생을 걸만큼 사랑했던 사람(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자식...)에게 배신당하고 그 사람과 서로 헐뜯으며 바닥까지 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용서는 피해자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살인자는 죽을 때까지 용서받을 수 없다. 간혹 가해자들이 언제까지 잘못을 빌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대답은 간명하다. "피해자가 진심으로 용서할 때까지."


- 소송에 관여한 사람 중에서 사건의 실체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판사님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저놈이 알아도 판사님은 모른다. ... 사실 변호사도 모르면서 아는 척할 때가 많다.


- 법을 적용할 때는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공식이 있다. 그래서 문과 중 유일하게 정답이 있는 학문이라고도 한다.


- 변호사가 사건을 보는 순서: 기록 검토, 사실관계 정리(Facts) - 쟁점 추출하기(Issue) - 법률과 판례, 자료 리서치(Rule, Reference) - 적용(Application) - 결론(Conclusion)인데 현재 AI는 모든 단계를 다 수행할 수 있다. 뜩히 리서치는 대체가 빨리 됐다.


- 위와 같은 이유로 변호사 직역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 본다.


- 그런데 법은 항상 정답이 하나만 나오지는 않는다. 법은 완전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졌고, 기득권을 대변하기 쉽다. 법의 언어는 일의적이지 않고 가치중립적이므로, 실제 사건에 적용할 때는 법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처지와 상황, 감정, 가치, 사회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좋은 의도로 만든 법이 불의를 실현하는 데 쓰일 수 있다.


- 그러므로 법을 도구로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정의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 소송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보통 1심 사건은 6개월~1년. 2심은 3~6개월. 3심은 4~5개월 안에 한번 결판이 나고(심리불속행기각), 그 기간을 넘어가면 모른다... 기약이 없다.


-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가까운 법원에 가서 법정 아무데나 들어가면 증인신문이나 변론 시간이 긴 사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 (공개재판주의, 물론 경위가 못 들어가게 막는 사건은 안됨)


- 변호사의 적성: 워낙 하는 일이 다양해서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일단 저년차 때는 체력과 정신력이 강해야 한다. 다독, 속독 중요. 언어능력(말빨+글빨), 논리력이 중요해서 리트가 유의미한 것 같기도? 연차 높아지고 잘 나가는 사람 보면 기쎄고 사람 상대하는 거 잘하는 사람, 자기 PR에 강한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켜주는 사람... 저년차(어쏘)와 고연차(파트너)에게 요구하는 자질이 다른 것 같다.


워... 쓰다보니 끝이 없네

혹시 궁금한 거 있음 물어봐 내가 아는 선에서 답해줄게


목록 스크랩 (10)
댓글 4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선정 시 최대 100만원] 커뮤니티 하는 누구나, 네이버 라운지의 메이트가 되어보세요! 258 12.26 30,11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70,47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90,00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13,01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11,40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80854 그외 카드혜택 적립 vs 할인 어떤걸 더 선호하는지 궁금한 중기 8 15:30 136
180853 그외 병원에 월요일에 갈건데 넘 아파서 ㅠㅠ 8 13:22 562
180852 그외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전환 고민중인 초기 13:16 144
180851 그외 출산한덬들 언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갔는지 궁금한중기 13 13:00 390
180850 그외 Adhd덬인데 운전 도전중이야 9 11:32 533
180849 그외 친구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고민중인 초기 11 10:41 603
180848 그외 주위에 설 선물세트 돌리는 덬들은 뭐 돌리는지 궁금한중기 4 08:55 299
180847 그외 교회를 갈까 성당을 갈까 고민중인 초기 12 08:46 562
180846 그외 37살 평생 지성피부인줄 알았는데 건성피부였던 후기 4 08:23 606
180845 그외 갑자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너무 외로워서 당황스러운 초기 11 02:38 1,244
180844 그외 이 말 고백으로 들리는지 궁금한 후기 46 00:15 2,183
180843 그외 🩸헌혈 70회 기념패 받아온 후기🏆 22 12.27 969
180842 그외 슈싱 서랍형 침대 사려는데 어디거가 좋은지 궁굼한 초기 4 12.27 410
180841 그외 시계줄 교체하려고 샀다가 세개째 실패한 후기 3 12.27 549
180840 음식 하이디라오 원정가는데 꿀팁이나 맛있는메뉴가 궁금한 후기...♡ 17 12.27 661
180839 음식 부산 차이나타운 잘알덬들에게 궁금한후기 4 12.27 544
180838 그외 에어팟 프로3 선물하려는데 애플케어가입 추천하는지 궁금한 후기 6 12.27 435
180837 그외 무신사 그라임 GR02 데미 후기 #광고 12.27 363
180836 그외 mbti 신봉자는 아닌데 뭔가 있는거 같은 전기 7 12.27 1,128
180835 그외 요즘 사소한 거에 행복을 느끼는 후기 2 12.27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