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있는 평일에는 큰소리 날 만한 일 왠만하먼 안 만드는데
엄마 자리 비운 주말마다 오빠랑 나랑 붙잡고 아빠 교육 중이야.
오빠는 독립했었는데 돈 모아서 집 구하고
올해 초 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어.
오빠랑 나랑 결혼하거나 주재원 가게 되면 엄마랑 아빠 둘이 살텐데
나같으면 저런 사람이랑 같이 못 산다가 오빠랑 내 결론임
그냥 우리생각이고 엄마는 별 말 안 했음
최근에서야 아빠 좀 좋아지니싸 외할머니가 너희 때문에 참고산다는 말을 인에 박히게 헤서 너희한테 그 말 안 하고 살려고 참 애쓴 거 아냐고 한 마디 했음.
집은 오빠랑 내 돈으로 전세 구했어.
나도 취업하고 목돈 좀 모였고 오빠는 많이 일하고 많이벌어.
전에 살던 집 너무 오래되고 이웃때문에 너무 불편했음.
쓰레기집 헤비스모커 옆옆집, 옆집남자 알콜중독 게이인데 가끔씩 새벽에 돌아와서 혼자 너무 심하게 앵앵거리고 윗집은 새벽마다 축구보면서 소리지르고 발구름.
방음 1도 안돼고 냄새났음 벌레도 엄청 많아
나도 목돈 꽤 모았고, 오빠도 우리 있는 도시로 돌아와야했음
어떻게 시기가 딱 맞아서 따로 살다가 다같이 살게 되었음
집 가난하고 아빠 성실하진 않아서
외할머니가 지원해줘서 고딩 때 제일 가고싶은 학원 하나씩만 다니게 해달라 부탁했어.
덕분에 대학교 가고 나름 자수성가한 케이스라 아빠한테 더 큰소리 칠 수 있던 거 같아.
맞벌이하면서 평생 아빠 밥차려주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반찬 뭐 없다고 칭얼거리지 말고 냉장고 반찬 칸 위에서 두 번째 칸이니까 거기서 꺼내먹고 먹고싶은 거 있으면 미리 장볼 때 말해라.
인터넷쇼핑 잘 하니까 직접 시켜도 된다.
택배 온 건 직접 정리해라.
말 안 한 건 당연히 없는거고, 다 먹으면 없는 게 당연히다
아빠가 좋아하는 반찬이면 아빠 돈으로 안 떨어지게 비축해놔라
밥상 다 차려놓고 부르면 누워서 꼬물거리다가 3분~5분 후에 오는데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다.
앞으로는 시간 좀 지나면 엄마가 말려도 먼저 먹을 거니까,
장유유서 권위 세우고 싶으면 쟁취해라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릴 때 뭐 하는지 나와서 살펴보고 숫가락 놓을지 포크놓을지 접시는 뭐 놓을지 물어보기라도 해라
애도 아니고 남들 다 할 줄 아는거 아빠만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너무 왕자님처럼 구는 거 아빠가 생각해도 이기적인 거 아니냐
솔직히 나중에 더 늙어도 우리가 엄마수발은 들어도 아빠수발은 얼마나 들을 거 같냐고 정신차리라 했음.(역사가 있기에)
보리차 다 마셨다 뭐라 하길래 부족하면 마시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채워볼 줄도 알라고 보리차 끓이는 법도 알려줌.
(다 마신 물통 씻지도 않고 채워놔서 한숨 나오긴 해)
혼자 있을 때 라면도 끓여먹었으면 봉지 분리수거하고 설거지 해놓아라
끓이면서 흘린 것도 좀 닦아서 먹은 흔적 좀 없애놔라
물건 뜯고 나온 쓰레기 아무데나 올려놓지 말고 스스로 치워라
커피 타오라 하지 말아라 사무실에서는 혼자 잘 타먹으면서
집에있는 가족 권위적으로 부리려고 하지 말아라
아빠꺼 타먹으면서 먹고싶은사람 있는지 물어봐야
우리한테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는 걸 우리도 좀 느끼지 않겠냐
스트레스받거나 우리한테 심술난다고 tv소리 크게 틀지 말아라
스스로 진정 안 되면 헤드셋 써라(40만원짜리 사줌)
우리도 집 와서 쉬고싶은데 방해받고싶지 않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대접받으며 살고있으면 생활비로 200만원씩 달라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왕이라 생각하며 부리는 거 이해해보겠다
공동체를 위해 잘하는 일 아빠는 솔직히 없다. 부려먹을거면 돈이라도 많이 내라. 엄마가 아빠 먹여살리고 빚갚아줄때도 평생 아빠는 가장의 권위를 너무 부렸다. 아빠 그때 사정이 어떻고 자존심이 어떻고 그런건 엄마나 이해해주는거고 옛저녁에 회복 됐을거니까 이젠 이게 객관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생각해봐라. 아빠같으면 아빠같은 사람이랑 같이 살고싶겠냐.
맨날맨날 저녁에 이 안 닦고 잘 거면 다 늙어서 임플란트 해달란 소리 생각도 하지 말아라 나도 이런 거 까지 뭐라하고싶진 않은데 솔직히 더럽다
같은 컵 쓰고 같은 반찬 먹는 거 조금 그럴 때 있다.
처음에는 아빠한테 이러는 게 안 해본 일이라 조심스러웠는데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워딩이 세질 때도 있었고, 답변이 너무 자기방어적이고 남탓하니까 얼척없어서 화가 날 때도 많았음
같이 술 마시면셔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어
요즘은 아빠고 스스로 생각하고 달라지는 게 있는지 조금씩 좋아지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기도 하고 잘못 말한 거 같으면 정정하기도 해.
아빠가 멋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랑받지 않고 큰 건 아니었거든
나는 중간에 몇 년 빼고 같이 살아서 볼때마다 왜저러나 싶은 거 싸우기 싫기도 하고, 나랑 싸우면 엄마한테 화풀이하고 불똥튀는 것 까지 내가 책임질 수 없어서 많이 참았어. 오빠랑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말할 수 있어서 좋아
아직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