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사진첩보다가 다시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혹시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후기 작성해보게 됐어
작년 9월 임신 확인 후에 엄청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몸을 쓰는 일을 해서 임신 중기(20주 정도?) 부터 병원 초음파 볼 때마다 아기가 조금 내려와있다는 소리를 매 검진 때마다 들었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상생활 하라길래 그렇게 지내다가 28주차에 아가가 너무 내려와있으니 육아휴직을 일찍 들어가면 어떻냐고 주치의가 소견서 써줘서 28주에 급하게 육아휴직 들어와서 눕눕 생활을 거의 두 달을 하게 돼. 다행히 아가도 잘 버텨줘서 37주까지 잘 진입하고 이제 언제 아가를 낳아도 괜찮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한결 마음이 가볍더라! 초음파 볼 때마다 아가 머리크기가 평균보다 크고, 내가 속골반이 좁아서 난산 할 거 같으니 제왕 생각있으면 날짜 잡자고 해서 38주 0일 되는 날에 제왕 날짜를 잡았어.
그런데 37주 2일 되는 날 되게 소량의 피가 비치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이슬인가 해서 급하게 출산가방을 싸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는데 생리통처럼 아리아리한..? 통증이 가진통처럼 있는데 참을만했고 하루에 두 세번 정도 아프길래 그냥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고통 참고 넘겼어. 그렇게 조금씩 피가 비치기를 4일째 되는 37주 6일차 저녁 8시 30분 경에 화장실을 갔는데 계속 보던 소량의 이슬이 아니고 정말 왈칵 피가 쏟아지더니 그 때부터 배 아픈 강도가 생리통의 몇 백배..? 로 왔어. 혹시 몰라서 진통 주기를 재보는데 진통 어플로 3-5분 간격으로 진통이 있어서 병원에 문의하니까 초산모니까 조금 더 참아보고 병원 내원하라고 하더라.
한 시간 정도 참고 버티는데 와 이제는 내가 더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인 거 같다고 생각해서 다시 병원에 전화하고 내원해서 내진을 했는데 (내진 아프다는 후기를 많이봐서 쫄고 있었는데 진통 올 때 내진하니까 오히려 시원했어;;ㅠ) 이미 자궁문이 8센티가 열려서 제왕하기 너무 아깝다네.
10시 30분에 입원수속하고 그 뒤에 관장하고 제모하고 다시 내진하니까 자궁문 10센티가 다 열렸고 아기 머리도 만져진다고 의료진이랑 힘주기 했어. 진통 올 때마다 밑으로 대변 보는 것처럼 힘주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ㅠ 초산모라 어디로 힘 줘야할지 진짜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응가하는 것처럼 밑에 계속 힘 주니까 아가 머리 다 나왔다고 힘 빼라고 해서 힘 빼니까 뭐가 쑥.. 나오는 느낌 나더니 am 12:27분에 아가 나왔다고 알려주셨어.
너무 빨리 진행돼서 무통도 못 맞고 진통제도 못 맞고 자연분만으로 아가 만났어ㅠ 회음부 열상주사만 출산 직전에 맞았는데 그래도 통증은 심했고 자연분만치고 회복도 느렸어ㅠ (나중에 여쭤보니까 무통을 못 맞은 것도 있고 회음부를 |자로 절개해야하는데 아가 머리가 커서 /이렇게 사선으로 절개해서 더 아픈거라고 알려주시더라 ㅠ 조리원 들어가서도 제왕절개한 산모들보다 내가 더 회복 느렸던 거 같아...)
초산모라고 이게 맞는 진통인가 생각할 때 무조건 병원 문의해!! 나같은 급속분만 케이스도 있으니까 아프면 참지 말고 나 대신 무통천국 경험하길 바랄게. 아가 둘 이상 낳거나 계획중인 맘덬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이 글 읽는 임산부 덬들 다들 순산하길 바랄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