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멈추면 짧게는 1달 길게는 3달로 보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함
(호스피스 까지 권유받음)
아직 아빠는 모르셔
원래도 끈기있고 독하신 분이라 항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데
지금 너무 마르고 체력이 떨어져서 잠시 항암을 쉬게 된 거라고 생각함.
우리도 아직 멀쩡하신데 뭐지 싶어서
집에서 아빠 살 찌우고 기력 좀 올린 뒤,, 다른 병원에 모실까 싶었음
뭐 티비에 말기암이라고 판정 받았지만 5년, 10년 더 산 사람 많으니까
항암 쉬고 처음 1주일은 괜찮았음
밥도 잘드시고 (항암 하고 싶어서 살찌운다고 정말 잘드심)
운동을 핑계삼은 산책도 거의 매일 나가셨음
그런데 무슨 미끄럼틀 떨어지듯 갑자기 안좋아지는게 눈에 확확 보임
얼마전 부터 10걸음만 걸어도 주저 앉아서 숨 몰아쉬는걸 반복하다보면
길거리에서 1시간을 보내고 있음
집 5분거리가 산책로겸 작은 공원인데 거기까지 도착을 못함
계단 오르는 것도 매우 힘겨워 하심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계속 찾으심
주머니에 넣어두고 까먹기 일수…
마약성 진통제가 이젠 잘 듣지 않는지 통증 관리가 안되기 시작
어젯밤은 통증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하셔서
몇시간을 누웠다 일어났다 바닥을 기어다니셨는데
다음날 기억을 못하시는 거야…
그래서 오늘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암전문병원에 입원시켜드리고 옴
거기 의사샘도 차트 보시더니 여명이 2~3개월 같다고 하심
아빠빼고 우리끼리 연명치료 중단도 결정함
아직 호스피스까진 아닌거 같아서 젤 상태 좋은 환자들 있다는 일반병동에 모심
사실 젤 상태 좋다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울아빠 상태가 젤 좋아보임 ㅜㅜㅜㅜ
아빠는 그냥 통증 잡고 영양제 맞으러 입원한 줄 아시는데
(사실 이게 맞기는 함)
어쩌면 다시는 집으로 오시지 못할수도 있음.
그런데 아빠가 집 나서기 전에 갑자기 나한테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라고 말하셨어.
자려고 누운 지금 계속 그 말이 맴돌아서 눈물이 멈추지 않음
뭔가를 느끼셨던 걸까.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보는 것처럼 한참을 이방저방 불 점검하고
베란다 문단속하고 가스벨브 잠그고
거실에 한참 앉아있다 병원에 가심
내 인생에서 아빠가 없었던 적은 없는데ㅠㅠ
오늘 본게 집에서 보는 아빠의 마지막 모습일까…
지금이라도 원자력 병원 같은데 모시고 가서
새로 진료받고 항암을 시켜드려야 하나…
우리가 뭐라고 저렇게 의지가 충만한 아빠의 연명치료를 중단을 결정하나 싶다가도
3개월 남았다는 걸 알리면 충격 받아서 모든걸 아빠가 놓아버릴까봐
엄마는 말씀드리는걸 반대하셔
정말 긴 항암을 독기 하나로 버텨오신 분이라…
아빠한테 비밀이 정말 많은데ㅠㅠ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몰래 사업중이었는데
성공하면 알리려고 했는데 3년째 숨기고 있었거든…
아빠는 어쩌면 이 비밀을 평생 모르고 돌아가실 것 같음
꽤나 골머리를 앓다가 이제 첫 삽을 뜬 지주택도
완공은 못보고 가실거 같고…
우리 3남매중 아무도 손자는 커녕 결혼도 안해서
자식을 결혼시키는 이벤트, 손자 손녀의 재롱 이런것도 경험 못해보심
아빠는 고생만 하다가 노년은 즐기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가시는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