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너무 잠 못자겠고 괴로워서 올려....
일단 나덬은 토끼띠, 만 24살임. 여러 사정이 겹쳐서 대학은 아직 1년 남은 학생이고. (잉 하는 덬도 있을 수 있음. 근데 집안 사정이 좀 있었어...)
그런데 올해 생일이 지나면서, 내 띠가 벌써 두 바퀴를 지났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면서 이 '나이'라는 게 너무도 두려워지기 시작했음.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이렇게 한 해가 간다는 게 지금처럼 무서운 적이 없었어. 정말로.
하루하루가 갈수록 내 앞에 놓인 가능성이 닫히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내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압박은 거세지기만 할 거 같은데 그에 맞게 행동할 자신이 없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연말이라 그런지 더더욱 자주 이런 마음이 들고, 그러다 보니 잠도 잘 못자겠고... 좀 아까는 호흡이 갑자기 빨라지더라.
(사실 이런 꼴로 자겠다고 자겠다고 하는 것도 의미 없을 거 같아서 여기 들어온 거)
여기에 지난번 추석에 외할머니까지 그러시더라. 너가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걱정된다고... 예전 같으면 시집이나 얼른 보내는데 요즘은 어떨지도 모르겠고 늬 엄마 부담 주지 말고 빨리 취직하라고. (나 대학 올 때도 '대학교육까지 받으면 시집 잘 간다' 가 첫 마디였던 분이심...)
그리고 계속 집에서도 부모님이 그러심. 너가 첫째인데, 어엿한 성인인데, 어떻게 요즘도 이렇게 어른스럽지 못하냐고. 되먹지 못하게 구냐고.
그런데 나.... 대학교 들어오고 첫 학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던 거 빼고는 쭉 알바했어. 집이 저 남쪽 어드메고 학교는 서울이라 한 곳에서 붙박이로 일하지는 못해도, 정말 이 알바 저 알바 많이 했음. 그리고 그 알바하는 곳들에서 정말 내 모든 걸 걸고 '느릿하다', '빨리 배워라', '왜 이리 답답하냐' 이런 소리 들어본 적 한 번도 없고. 오히려 '00씨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냐', '다음번에도 일해 줄 수 있겠냐' 등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맘 가라앉히려는 시도도 당연히 해 봤어.
(내 전공 이공계다. 밥벌이할 길 많을 거다.
군 복학생 선배들, 내 또래 남학우들, 체력으로는 못 이기는 그 사이에서 치이며 공부하고 학점 땄다. 덕분에 뭐 최우등은 아니어도 어디든 지원서 넣어 볼 정도는 된다. 그렇지 않느냐.
토익도 졸업요건 넘겼다. 선배들이 이공계 기준 어디 가서 잘릴 점수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여기에 학교 연계로 스타트업에서 인턴도 해 봤다. 등등...)
그런데 맘이 안 가라앉아. 내가 무슨 사관학교 지원처럼 '나이' 그 자체가 결격사유로 명시된 곳에 갈 것도 아닌데 자꾸자꾸 이놈의 나이가 나한테 들러붙는 거 같아.
그냥, 그냥 숨이 막혀. 상담 다니고는 있는데 아마 이거 외에도 해결해야 할 게 많아서 (심각한 건 아닌데 식이 문제도 있었고 정서적으로 시달리는 것도 있음) 이 얘기는 당장 못 할 거 같고... 이 '나이듦'을 남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싶고,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마 이러고 내일 또 내일 할 일 하러 노트북 들고 나가겠지. 할 일을 하는 게 우울과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최선이라는 건 아니까.
그런데 돌아오고 다시 자려고만 하면 다시 이딴 생각에 시달릴 거 같아서 나 자신도 돌아 버릴 거 같아.
가끔 어른들이 저승사자 붙잡고 싶다 하는데 정말 시간의 신이 있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울어 버리고 싶어ㅠㅠㅠㅠ 제발 나 좀 어떻게 해 달라고, 아니면 그냥 좀 일찍 데려가 달라고. 시간 멈추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 불안만 이렇게 떠안겼냐고.
뭘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 뭘 해야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