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영화 <원더풀 라이프> 초반부에 본인 어린 시절 회상하면서 "예전에 전쟁 났을 때 솥 안 뺏기려고 뒷산에 묻어 숨기고 그랬지~~" 이런 대사하는 할머니 나오는데 그거 보고 느그나라 전쟁 느그 국민한테만 피해 준게 아니라 우리한테도 자원 수탈 징병 징용 다방면으로 피해 줬그든요 sibal 보다 빡쳐서 바로 꺼버린 적 있다.
근데 그어살은 이상하게 별로 거슬리진 않았음. 일단 전쟁이 있었던 거 자체는 사실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득 보는 사람은 늘 존재하는 것도 팩트기도 하고.... 내가 전쟁을 아련하게 회상하는 걸 싫어하는지 아니면 OTT와 영화관 몰입도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일본어로 들었으면 나도 빡쳤을수도? 다만 일본군한테 인력거에서 내려 인사하는 장면은 존나 별로였고 실제로 예전에 다들 그랬다고 하더라도 굳이 굳이 영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음.
사실 그보다 더 씹스러웠던 설정은 아버지랑 재혼할 여자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여동생이었다는 거임 우욱... 새엄마랑 엄마랑 잘 아는 거 같길래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인가? 했는데 친동생임;;;;;; 결말에선 심지어 동생도 태어남. 뭔 고구려 시대도 아니고 형사취수?? 내가 일본어를 잘하면 진심 미야자키한테 "나니 그랬어요??" 하고 물어보고 싶음. 그냥 먼 친척, 하다못해 사촌까지만 가도 안 찝찝할 듯. 주인공 애비 직업 기분 나빠도 자전적이라 익스큐즈 가능한데 왜 모친 쪽은 그런 설정을 넣은 겨??
판타지 모험물이라고는 하지만 관객들이 흔히 기대하는 일직선의 액션 활극은 아니고,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 공간을 모험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같은 영화였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 많은데 굳이 이해해야 하나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를 이해하면서 읽는 사람은 없잖아요~
근데 모든 설정과 대사가 비유적이고 철학적이라 ㅋㅋㅋㅋㅋ 왜가리는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를 나타내는 걸까 이런 생각 하며 보긴 함
너무 어려운 예술 영화(ex 김기덕 봄여름가을겨울)까지는 아니었고 이게 뭐노? 싶은데 적당히 재밌는 (ex요르고스 란티모스 더 랍스터) 그런 영화였고 개취로 영화표 값이 아깝진 않았음.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행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근데 막 추천해 주긴 그래... ㅋㅋㅋ 더 랍스터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약간 여운도 남는 영화인데 남한테 섣불리 추천하긴 좀 그렇잖아. 심지어 그어살 보단 더 랍스터가 나음
+) 아 나 불만 또 있는데 포스터보고 왜가리 존멋캐인줄알았는데 비주얼 병크침 - -
+) 큰 할아버지 역의 한국 성우가 너무 신비롭고 중후한 현자 같은 목소리 톤으로 연기 잘해주셔서 그 목소리 자꾸 귀에 아른거림.... 진짜 목소리만 들어도 절대 범인은 아닌 톤이었음. 운좋게 모국어 더빙으로 들어서 더 집중 잘되고 잘 와닿았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