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된 친구하고 있던 얘기인데 오랜시간 친한 친구임.
최근 들어 좀 많이 달라져서 나도 기분이 계속 상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거 같아서 여기 고민글 남겨봐 ㅜㅜ
직장생활하고부턴 자주는 못만나도 월차내서 만나기도 하고 성격은 서로 다른 편이지만 취미도 비슷해서 오히려 잘 맞는 사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친구 성격이 평소 계획적이고 성실하고 차분한편인데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작은 선물같은거, 생필품 사서 써보고 좋으면 나눠준다든가 이런식으로 주변인들한테 슬며시 준다든가
그렇게 챙겨주기도 했어.
그런데 최근 1년간 친구를 만나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거야. 원래 안맞는 성격도 아니고 오랜시간 친구로 지내왔고 예전엔 같이 여행도 종종 다녀왔는데 갑자기 이렇게 느낀다는게 좀 이상하잖아.
그냥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가보다 하고 넘기고, 얘기해서 풀기도 했었다가
최근 친구하고 3박 4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아...이게 이 친구의 표현방식이구나, 아주 가끔 컨디션 안좋을때 이러는거 같긴 한데 점점 그 기간이 짧아지고 습관처럼 되는구나. 예전하고 달라졌구나.
하고 깨달았어.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너무 자기 위주인거야. 특히 약간이라도 배고픔, 더위 이런거 못 참아. 인내심이 갑자기 없어짐.
예를 들면 주말에 친구네 동네 주변에서 브런치 먹고 한강공원 산책가기로 해서 만났어. 친구가 길안내를 해서 그냥 따라갔더니 30분 넘게 계속 한강 산책로를 걷길래 식당이 이 쪽 길이야?라고 물었더니
오전에 좀 일찍 깼고 날 만날 시간까지 넉넉해서 아침을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가 부르다는거야. 그래서 한강에서 1-2시간 놀고 점심 먹으러 가면 딱 좋을 거 같대.
..."우리 밥 먼저 먹고 공원가기로 한거 아니었어? 난 브런치 먹자고 해서 일부러 안먹고 나왔는데..나 지금 너무 배고파."
"아, 그랬나? 나 아침에 배고파서 좀 전에 밥 먹고 나왔어."
"같이 맛집 가기로 했잖아. 그러면 간단히 토스트같은거나 먹고 나오지..."
"그게 나도 조금 먹으려고 했는데 넘 맛있어서 먹다보니 넘 많이 먹어버렸어. 쏘리."
난 여기서 너무 황당한 포인트가 두가지인게,
1) 점심약속 직전에 혼자 밥 배부르게 먹음
2) 자긴 배부르다고 나한테 밥 먹었냐, 배고프냐 묻지도 않고 멋대로 계획 변경함
이런식으로 나랑 만날 약속을 하면, 약속시간까지 여유시간이 1-3시간이 있다.
그럼 그 시간에 혼자 뭔가 해. 집에서 밥을 먹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다가 예상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약속에 늦어버린다든가,
아님 약속장소에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근처 백화점에서 혼자 쇼핑해버리고 나 도착하면 1시간도 안되어서 자긴 피곤해서 집에 가야겠다든가..
아님 또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근처 프렌차이즈 까페에 가 있거나...또 배가고프고 너무 덥다며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샌드위치랑 커피를 마셔버림.
내가 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자긴 배불러서 식당 못가겠대. 그래서 나도 그냥 거기서 커피 한잔 마시기도 했는데 내가 다 마시면 그럼 이제 집에 갈까? 이런식임.
몇번 참았다가 한번은 너무 짜증나서 내가 좀 목소리 높여서 말함.
"그래서 너 이럴거면 나랑 왜 약속잡았어? 내가 늦은 것도 아닌데 네 맘대로 일찍 와서 너 혼자 놀고 밥먹고...피곤해서 집에 간다고?
난 너랑 같이 가려고 여기 저기 검색한거 미리 공유도 했고, 간만에 만나서 밀린 얘기라도 하려고 했는데...좀 황당하다."
"그, 그러네. 듣고보니 내가 생각이 짧았다. 내가 아깐 좀 덥고 피곤해서..지금이라도 가자. 미안해"
바로 사과는 했고 나도 그냥 찜찜하게 헤어지기 싫어서 그냥 그날 약속한대로 좀 더 어울렸는데 기분이 이미 많이 상하더라고.
얼마전 여행갔는데 첫날은 친구가 플랜을 짜고 둘쨋날은 내가 플랜을 짰거든? 출발 전에 전화로도 대충 상의하고 미리 카톡으로 블로그 후기, 동선 같은거 찾아서 다 공유함.
근데 내 플랜대로 하는 둘쨋날, 날씨가 덥다고 (30도) 계속 짜증을 내는거야.
그리고 점심식사 하려고 식당 찾아갔더니 걔가 계속 난 여기 더러워서 싫어. 여긴 쫌...메뉴가 별로야. 이럼서 계속 들어가기 싫다고해서 1시간 내내 걷다가 겨우 어디 가서 먹었어.
밥 먹고 좀 쉬고 나서 다음 관광지로 가자고
"우리 이제 A,B 가면 돼. 바로 옆에 있어서 그냥 걸어가면돼. 아, 가는 길에 C 도 유명하대. 거기도 잠깐 들를까?" 내가 말했더니
짜증스런 얼굴로 퉁명스럽게 이러는거야.
"A? 거길 왜 가야돼? B? 나 비슷한데 많이 가봤는데 아, 다리 아파. C ? 난 관심없어." (너 땜에 1시간 내내 걸은건데.-_-)
"...다리 아프면 넌 벤치에 앉아있어. 나 혼자 구경할게."
난 여행와서 친구랑 싸우기 싫어서 그냥 그렇게 말하고 나 혼자 건물 안에 들어가서 보고 나왔거든.
그 동안 잠깐 쉰 내 친구는 다시 에너지 충전이 되었는지 혼자 신나서 여기 저기 사진 찍고 다니고 기분 업 됨.
결국 A,B,C 다 갔고 즐거워함.
난 숙소에 돌아와서 너무 화가 나는거야. 내가 지 시녀도 아니고 갑자기 왜 저래?
어제까진 또 잘 다니더니...친구들끼리 여행오면 싸운다고 하는데 난 원래 친구들하고 여행 같이 다녀도 싸울 일이 없었거든? 그리고 이 친구랑도 오래전에 여행 다닌 적도 여러번 있음.
호텔 로비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호텔방에서 내가 조심스레 얘길 꺼냄.
"너 아까 나한테 짜증낸거 알아?"
"내가? 언제? 엥?"
"계속 짜증냈잖아. 이러저러 해서 퉁명스럽게 다 싫다고 계속 투덜거렸잖아. 그런데 막상 가면 또 재밌어하더라.
내가 미리 카톡으로 관광지도 공유해줬잖아. 근데 거길 내가 왜 가야하는데? 계속 그런식으로 말하면 나도 기분이 좋진 않지. 네가 내 상사도 아니고. 같이 오기로 했는데 내가 너를 설득해야돼?"
"아..내가 너무 덥고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나봐. 미안해..."
"...너만 피곤해? 나도 너랑 하루 종일 같이 다녔어. 나도 피곤한건 마찬가지였어."
"맞다..넌 지금 생리 중이기도 하지. 사실 네가 링크 보내준거 내가 자세히 안읽어서 장소가 낯설어서 왜 가야하는지 유명한데인지 잘 몰랐어. 내가 잘못했다. 그래도 말해줘서 고맙네..너도 기분 안좋았을텐데."
친구가 진지하게 사과하길래 나도 기분이 좀 풀리긴 했고 그냥 같이 얘기하면서 서로 풀고 나중엔 웃으면서 잘 마무리하긴 했는데,
돌이켜보니 올 한해 동안 이런식으로 어긋나는 일이 자주 있었어. 매번 나만 기분 상하고 내 친구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함.
그 전엔 저런 일이 없었어.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사회생활도 멀쩡히 잘 해. 본인 말론 회사에선 거의 말 안한대.
성격 외적으로 1년간 변화는 친구가 회사에서 새 프로젝트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고, 고혈압약을 복용한지 반년 넘었어 그것도 원인일까?
갑자기 밥을 먹는다든가 만나서 1시간도 안됐는데 피곤해서 집에 간다고 한다든가, 매번 핑계가 배고파서, 피곤해서..이거 두가지임.
난 그냥 거리두기 말고는 방법이 없겠지? (답정너라 미안)
오랜친구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려서 나도 당황스럽고 같이 만나면 즐거운 추억도 많고 공유하는것도 많아서 또 만나고 싶긴 한데 최근 1년간 저런 에피소드들이 여러건이라 내가 쟤 남친도 시녀도 아닌데 왜 일일이 맞춰주겠어.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는게 좀 황당하고 오랜 친구랑 멀어지게 되었다는게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