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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우울증 친구를 대하는데 도가 튼 후기.ㅌㅅ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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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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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우울증에 걸린지 11년이 되었고 그때부터 나랑 짱친이 되었어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이젠 도가 터서 아주 수월해
주변에 우울증 친구나 가족이 있는 덬들에게 도움이 되고저 이 글을 찐다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법*

우울증은 병임
환자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다 그 증상일 뿐, 그 사람의 인격도 성격도 아님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 증상임.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증상임.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고 공황이 온다? 증상임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병원 치료를 해야 돼
주변인이 할 수 있는 건 대증처치지, 근본적인 치료는 병원임
병원을 안 다니고 있다면 무조건 병원에 가게 하는 게 먼저고 나는 증상에 맞는 대처를 해주면 되지, 거기에 과몰입해서 얘를 막 뜯어고쳐보려고 애쓰면 안됨
공황이 오면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던지, 누워만 있으면 어떤 날은 그냥 내버려두고 어떤 날은 같이 산책이나 카페나 가면 됨
나 오늘 공황발작와서 일하다 말고 뛰쳐나갔어ㅜㅜ 하면
그래? 안에 있음 더하지, 밖에서 바람 좀 쐤어? 정도로 대해야지 막 너무 걱정하고 몰입하고 그러면 내가 지침
나는 구원자가 아니야. 그렇다고 남도 아니고
대책없이 다 받아주다가 초반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가 있음
다 받아주지도 말고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마
답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님. 증상이야 그 모든 게
과몰입해서 감정을 소모하지 말고 적절히 들어주고 상황에 맞는 조언들을 해주면 됨
예를 들어 환자가 돈이 없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근데 직장을 다닐 상태가 아니다? 그럼 파트타임 알바라던지 다른 걸 추천하면 됨
거기에 대고 막 너무 인생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고 말 많이 보탤 필요가 없어
왜 사는 걸까? 죽고 싶다 이런 말에도 막 너무 목매서 죽지마라 하기보단
카페 가서 달달구리 빠는 재미로 사는 거지 모, 여행 가는 재미로 사는 거지 모, 하고 가볍게 넘기면서 종종 한번씩 진지하게 삶의 의미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누면 됨
나는 인생은 디폴트가 불행이라 생각해. 덜 불행하게 살자 우리 그냥. 대체로 불행하고 가끔 즐거우면 된거 아닐까? 나랑 같이 놀면서, 늙어서도 이러면 뭐 어때. 니랑 나랑 이러구 찌글거리는 것도 사는 재미지 모. 나는 뭐 이런 식으로 주로 얘기함, 이게 내 삶의 모토기도 하고 쨌든
중요한 건 밸런스임
환자에게 무관심한 것도 아니고 과몰입한 것도 아닌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돼
내 친구는 중증우울증을 오래 앓으면서 지인들을 많이 잃었는데, 남은 지인들 중에서도 나를 제일 좋아하고 의지해
이유는 내가 너무 자기를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가끔 증상이 너무 심해 발작을 일으켜도, 약을 남용하거나 자해를 했을 때도 내가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아서임
약을 3,4일치 그냥 털어먹었을 땐
어이구 약을 왤케 많이 먹었대? 야 너 이러다 못 깨어난다? 약이 약하다 싶음 병원 가서 얘기하구 좀 더 센걸로 처방받아. 맘대로 먹지말고. 너 의사 아니지? 쌤하고 상의해서 약 바꿔보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자해 했을 땐 드레싱밴드랑 알콜스왑, 연고 챙겨가서 반창고 발라줬어. 아이구 오만데 피 다 튀었네, 야 우리 이제 나이 먹어서 흉도 안 사라지거든? 이거 관리 잘해야 돼, 흉지면 자해한 과거가 계속 보일텐데 니 정신건강에 더 안좋다?
이런 식으로 대응했음

그리고 중요한 거
우울증이 오래되면 좌절감이 심해짐
극복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을 수록 더해
평범하게 살아보려 하는데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그러면 나중엔 아 죽어야지- 로 흘러감
이때 자살 징후를 잘 읽어야 됨
언제나처럼 다시 우울터지는 날들이 계속되는데 뭔가 엥?? 싶은 촉이 와
카톡을 탈퇴하거나 슨스를 갈아버리거나, 사실 이런 건 몇번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아서 또 도졌네 어휴 할 수 있음
여기서 추가되는 건 자기가 없어지고 난 이후에 대한 가정을 함
심각하게 할수도 있고 지나가는 말처럼 할수도 있음
그리고 내게 맨날 기대는 포지션이었던 친구가 나에게 후해짐
선물을 쉽게 준다거나, 돈을 잘 쓴다거나, 자기 물건을 주기도 하는데
자기 물건을 주는 게 가장 위험 신호임
이때 잘 지켜보고 곁에 내가 있다는 걸 은연 중에 계속 느끼게 해줘야 됨
사소한 것들이면 됨. 같이 밥먹고 차마시고 산책하고 취미생활을 같이 해도 좋음
나는 친구가 곧 자살할 거란 걸 알았을 때 친구집에 자주 놀러가고, 반대로 친구를 자주 불러내서 놀았음
재밌는 영화를 보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야 이번에 알게 된 뮤지션인데 넘 좋더라 들어바바 하고 같이 노래도 듣고 거기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나는 다행히 징후를 캐치했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막을 수 있었어. 그치만 앞으로 또 그런 날이 안올 거란 보장은 사실 없고, 나는 친구가 언젠가 또 죽고 싶어할 거라 생각해. 그러다 정말 죽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땐 나는 나를 지키고 내 마음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글이 엄청 긴데 요점은
-병원 치료는 반드시. 그것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받게 할것
-환자의 증상에 휘둘려 내 멘탈이 깨지지 말것, 적당한 거리감 유지
-위험할 땐 그 징후를 캐치하고 대응할 것

우울증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거야
내 주변에 있는 우울증 환자는 게으른 것도 아니고 의지박약도 아니야. 뇌가 아픈 환자야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적당한 대숲 정도가 되어주면 돼. 감정 쓰레기통 노릇하다 지쳐서 나가떨어지지말고
우울증은 아주 오래, 어쩌면 평생도 가는 질병이니 초반에 힘 다 쏟고 손절해버릴 수가 있는데 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이야
나도 힘들지만, 환자도 우울증으로 인해 관계 단절을 당하니 더 비관적이게 되고 심해져

폰으로 쓰다보니 말이 막 옆으로 새는 것도 있고 했던 말 또 한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정리할 엄두가 안난다 ㅋㅋ 알아서 읽어조
우울증 환자를 위한 글들은 많은데 주변인에 대한 글은 상대적으로 적더라구
근데 주변인도 참 힘들거던ㅎㅎ 내 나름의 노하우를 적어봤어
좀 덜 힘들게 멘탈 관리 잘하자!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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