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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수능과 의대에 대해 미련이 남은건가 씁쓸한 후기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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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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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대덬이야. 근데 사실 한 번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어. 반1등은 당연한 거였고, 어딜가나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내가 너무 교만했어... 사실은 그렇게 똑똑하지도, 그렇게 성실하지도 않았는데.

현역 수능을 말아먹었어. 조금 망한 게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그래서 그대로 재수를 했어.
재수를 했는데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어. 점수맞춰서 지방교대를 갔지... 교대생각이 없었는데도 교대를 간건, 내가 무조건 전문직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이야.

막상 교대를 가니까 만족스러웠어. 편안한 학교생활, 취업걱정 없이 자유롭게 자기생활 즐기면서 수능공부에 찌들었던 시절이 다 잊혀지더라구.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교사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날 괴롭혔어. 난 애들 좋아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내 적성과 맞는 것 같지만 초등교사는 또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정말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도 교만심을 버리지 못했나봐. 스스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전혀 없어. 교사..
그래, 괜찮지 생각하면서도, 그 월급받고 만족못할텐데 나는, 내가 의사 변호사 라면 너무 멋질텐데ㅡ이런 생각에 시달렸어... 이건 지금도 유효한데, 이게 제일 큰 문제같아. 내 직업에 자긍심이 없어..


결국 교대 1학기 다니고 반수시작..
정말, 정말로 열심히 했어. 항상 내 발목을 잡았던 수학을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했고, 하루순공 11시간을 풀집중으로 꽉꽉 채웠고. 솔직히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자신은 별로 없어.

처음엔 막연하게 의대가면 돈도 많이 벌고, 나는 암기에도 강하니까 괜찮겠다ㅡ 라고 생각했던 것도 공부하면서 너무 간절해졌어. 의사가 너무 되고 싶더라고. 의대가면 정말 빡세게 공부해야하는 것도, 의사 되고나서도 힘들게 살아야한다는 것도 다 아는데, 그걸 기꺼이 감수하고 싶더라고. 공부하면서 영어지문에 의학내용 같은 거 나오면 막 가슴이 두근거렸어ㅋㅋㅋ 그래서 매일 플래너에 제발 의대 갈 수 있길, 나는 예비 의대생이다(ㅋㅋㅋ) 이런거 쓰면서 하루하루를 버텼어.

평소에 멘탈이 강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나인데도 이번 반수하면서는 정신적으로 너무 함들었어. 일년에 한 번 울까말까한 성격인데, 반수 초기에는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고 9월 넘어가니까 숨 쉬기가 힘든 날도 오더라고. 그래도 꾸역꾸역 공부했고, 공부가 너무 잘되는 날도 많았어. 모의고사도 참 많이 풀었는데, 성적이 잘나왔어. 원래 수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은 거의 무실점에 가까워서 꽤나 안심을 했지


결론은 또 못봤어. 내가 재수 때 국어를 백점을 맞았고 국어엔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 81점을 맞았더라.. 풀면서도 아 못봤구나 생각들었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가채점표 작성조차 못했어. 국어시간이 끝나고 스스로도 못봤다는 걸 느껴서, 수학에서도 좀 떨리는 상태로 봤던 것 같아.. 아니 그냥 이번 수능현장에서 정신병 걸릴 것처럼 힘들었어.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재수 때는 마인드컨트롤 잘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풀었는데.


수능이 끝난 후, 혼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을 정리했어.채점 전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수능, 절대 의대갈 점수가 나온 것 같지가 않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수능을 또 볼 자신이 사라졌어. 너무 힘들어서... 이번 반수기간, 그리고 수능장에서의 그 느낌이 내 인생 중에서 가장 힘든 시간들이었어.

채점을 해보니 국어는 말아먹었고(1컷 84불수능이라 2등급을 받긴 했지만 작년대비 19점 떨어질줄은 몰랐어), 수학도 2등급이더라. 허탈했어... 난 내 최대로 노력했는데 결과는 왜이럴까. 수능 세 번 본 것도 이미 욕심 부린건데 여기서 더 욕심내지 말자. 세 번이나 봤는데도 안 된거면, 정말 포기할 때가 온거다.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이런 생각하면서, 정말로 포기하고 그냥 복학하기로 마음을 굳혔어.


며칠 전까지...그랬지. 근데 모르겠어. 의대가 가고싶다...
교사되어서 내 시간 마음껏 누리면서 사는 것 정말 괜찮지... 의사? 막상 되면 힘들겠지... 그것도 4수씩이나 해서 가면 더 힘들겠지... 작년에는 내가 몇년이 걸려도 의대 가고야 만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야.

근데 TV에서 의사, 의대 어쩌고 단어 들을때마다 마음 한 편이 아프다. 내가 삼 년동안 원서접수했던 대학의 이름들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미련이 남는다. 수능준비할 때, 마음 약해질 때마다 들었던 음악들을 이제는 듣지도 못하고, 작년에 다녔던 독서실 주변을 지나칠 때마다, 아는 사람 만날까봐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던 내가 떠올라 또 마음이 아프다...


하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이번 수능을 또 볼까봐 무섭다.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수능. 그냥 내 삶 즐기면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싶다. 또 수능 공부할 생각하니까 끔찍하다.


그런데 교사할 생각하니까 또 싫다 그건ㅋㅋㅋㅋ그냥 순응하고 다니는 게 맞겠지. 너무 찡찡대니까 내가 한심하네.



쓰다보니 참 길어졌네... 여기까지 읽은 덬들이 있으려나.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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