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재판 결과 비난, 부당한 신상 공개에 노출"
"사법부 독립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필요"
김건희 여사 사건 항소심을 맡았던 현직 법관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들에 대한 외부 압박 문제가 법조계 안팎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특정 성향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재판부를 향한 신상 공개와 원색적 비난이 반복되면서, 법관들이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안은 채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재판 결과에 따라 법관 개인은 물론 가족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재판 독립성도 훼손되고 있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 A씨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은 외부 여론 압박과 재판 결과에 따른 비난, 악성 댓글, 부당한 신상 공개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런 상황에서는 재판장이 지휘권을 갖고 있더라도 소신에 따라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가정법원장 출신 변호사 B씨도 "본인 판결에 대한 비난 댓글은 물론 가족 이야기까지 거론되다 보면 마치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게 된다"며 "정치적 사건의 경우 정치권이 지지자와 활동가들을 동원해 법관들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면 영웅처럼 추켜세우다가도 반대 결과가 나오면 사진과 출신학교, 성향까지 온라인에 박제하며 공격한다"며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사실상 '민중재판'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원 내부에서도 외부 공격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2024년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정 사건 재판을 하면서 외부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관 47.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정치권이 개입돼 사법부 독립이라는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해당 설문에 응한 법관 85%는 '국회가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매우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대구 지역 한 판사는 "법왜곡죄 도입 이후 심리적으로 위축된 판사들이 많다"라며 "사법부 내부의 성찰도 필요하겠지만,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