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세조종 범죄로 300억 이상의 이득을 보는 등 죄질이 무거우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된다.
폭력 등 사건에서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습 공탁’을 하고 감형을 요구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공탁 관련 양형기준도 정비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0일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 증권·금융범죄 및 사행성·게임물범죄 수정 양형기준 등을 최종 의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새 양형기준은 오는 7월1일 이후 기소된 범죄부터 적용한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한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벗어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우선 시세조종 같은 증권범죄에서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은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로 분류돼 범죄로 인한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 규모에 따라 형량 범위가 조정됐다.
범죄로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이득을 봤을 경우 기본 5~9년·가중 7~11년이던 형량 범위가 각각 5~10년과 7~13년으로 늘어났다. 이득이 300억원 이상일 때는 기본 7~11년·가중 9~15년에서 각각 7~12년과 9~19년으로 권고 기준 상한을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가중 영역 상한 기준이 오르면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사나 재판 절차에서 적극 협조한 사람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시장의 투명성 침해 범죄’ 중에서도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는 법정형이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상향됨에 따라 별도 유형을 신설했다. 형량 범위도 기본 1~3년으로 조정했다.
범죄수익 등을 은닉·가장하면 징역 6개월~1년 6개월을 기본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형량 가중 대상이면 징역 10개월~징역 3년까지 가능하다.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면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6년~10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징역 3년~7년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보이스피싱, 뇌물, 마약범죄 등 자금세탁의 ‘전제범죄’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중한 경우에도 일반가중인자로 설정해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행성·게임물 범죄에 대한 형량 범위도 상향했다. 무허가·유사 카지노업의 형량 범위는 기본 징역 10개월~2년, 가중시 징역 1년6개월~4년으로 올렸다. 이들 범죄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 특별가중인자가 적용된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탁하고, 감형을 주장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공탁 관련 양형기준도 수정했다. 전체 범죄군을 대상으로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모두 삭제한다. 양형위는 “공탁이 곧 피해 회복이라는 오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공탁에 의한 피해 회복 여부 판단 시 피해자의 수령 의사, 피고인의 회수청구권 포기 의사 등을 신중하게 살필 수 있도록 정의 규정을 개정했다”고 했다.
또 범죄피해자보호법상 구조 대상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군의 경우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구조금을 받더라도 원칙적으로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규정했다. 피해자의 구조금 수령이 가해자에 대한 감경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