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사우디 등 외교회담
국제법 위반에도 실현 가능성
미국·이란 전쟁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이 중동 국가들과 이란의 ‘통행료 징수’ 방안을 통한 호르무즈 통행 재개 문제를 논의하고 나섰다. 통행료 징수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중동 국가들이 논의의 문을 열면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파키스탄 소식통 2명은 4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수송을 관리할 컨소시엄 구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이란과도 해당 제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해당 제안에는 수에즈운하와 같은 통행료 체계가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1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수에즈운하 통과 시 약 50만 달러(약 7억5000만 원)의 통행료를 내고 있다. 17만4000㎥급 최신 LNG 운반선의 경우 30만∼50만 달러를 내고 있다.
이 방식은 앞서 이란 의회가 내놓은 구상과 비슷하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을 제공하는 대가로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의 초안을 만들고 있으며, 실제 일부 선박에 대해서는 위안화로 해당 금액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운하와 달리 해협 통행료 징수 방식은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가 특정 국가의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강제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이 협약 당사국이 아니고,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통행료를 받는 사례가 존재한다. 튀르키예는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 따라 튀르키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위생(검역), 등대, 인명 구조 서비스 명목으로 t당 5.83달러를 징수 중이다. 말라카 해협 연안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들도 해협 이용국과 해운사로부터 ‘항행원조시설 기금’ 명목으로 자발적인 해양 오염 방지 자금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