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혜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작품 홍보 일정이 꽤 빽빽하다고 들었어요. 오늘 촬영에도 예능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 팀이 함께했고요. 원래 홍보에 열정적인 편이에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니 홍보 스케줄이 몰아쳤어요. 원래 이렇게까지 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유독 많이 하게 됐네요. 이제 제작 발표회, <놀라운 토요일>, 유튜브 예능 <채널 십오야>를 하면 대장정이 끝나요.
홍보 방식이 달라지면서 배우의 몫이 크게 늘었죠. 이번에 유독 홍보에 열을 올린 이유가 있어요?
좋아하는 주변 분들이 진행하는 유튜브와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 ‘그러면 거기까지 나가보자’고 한 게 이렇게 늘어났어요. 작품에 참여한 모두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도 커서 가능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싶었고요. 함께 출연한 배우 중 이미 너무 유명한 분도 계시지만, 이제 막 열심히 시작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의 연기와 열정을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길 바랐어요.
예고편을 보니 1997년 커리어 우먼으로 활약하는 ‘홍금보’의 기세가 엄청나요.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
<지옥에서 온 판사>의 ‘강빛나’와는 다른 결의 인물을 찾았어요. 차기작을 고를 때는 전작과 다른 온도의 인물에 끌리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에너지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되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대본을 보는데, <언더커버 미쓰홍>은 콘셉트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서른다섯 프로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스무 살 신입 사원 ‘홍장미’로 위장취업해 벌어지는 일을 그려요.
여직원을 이름 대신 ‘미스’라고 부르던 시절, 커리어 우먼으로 활약하는 금보는 당시 일하는 여성에게는 영웅과 같은 존재 아닐까요?
홍금보가 홍장미로서 일하는 방식이 그 시대 여성들이 겪은 불편함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여성 직원이라고는 없는 불모지를 개척한 금보가 장미로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데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아요?’라며 당당함이 더해진 넉살을 부릴 때 통쾌하더라고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꽤 있잖아요.
신혜 씨도 일찍 일을 시작하면서 통과한 ‘그 시절’이 있었잖아요.
하하하. 맞아요. 방송 쪽도 지금과 같은 노동 환경이 안착되기 전에는 쉽지 않았죠. <상속자들> <피노키오>를 할 때가 가장 바빴는데, 6일 밤을 새우고 7일째 아침에는 광고를 찍으러 간 적도 있어요. 사우나에서 겨우 씻고, 졸면서 리허설하다가 “레디, 액션!” 하는 소리에 눈떠서 연기하고요. 이제는 진짜 추억이 된 시절이죠. 많은 것이 변했고, 다행이다 싶어요.
요즘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또 뭐가 있나요?
늘 언니, 오빠, 선배님으로 가득했는데, 어느새 선배가 됐더라고요. 저보다 나이 많은 스태프들에게 선배님 소리 듣는 게 어색해서 늘 이름 뒤에 ‘형’을 붙여 부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정말 선배가 됐어요.
어떤 일을 더 오래한 ‘선배’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해요?
정답은 모르겠지만 저는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현장 분위기나 진행이 조금 느려질 때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죠. 편집점을 예측해 아이디어를 내거나, 조명 세팅에 따라 수월하게 촬영할 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는 식이죠. 경력이 쌓이다 보니 보이는 부분이 좀 더 많을 때가 있더라고요. 모두의 빠른 퇴근을 위해서는 ‘고효율적 사고’가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웃음)
그럴 때 주변에서 조용히 ‘따봉’이 올라오지 않나요?
맞아요. 감독님이 배의 선장이라면, 저는 그 옆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인 거죠. 이렇게 의견을 내고 밀어붙일 때,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게 하는 게 여전히 숙제예요. 아직 그렇게까지 내공이 쌓이지 않은 터라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같은 일을 하는 후배들이 고민 상담을 하려고 자주 찾아올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조언을 해요?
미래를 고민할 때는 ‘그냥 해!’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께 “이렇게 오래 잘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다들 “그냥 하는 거지”라고 하시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저 역시 ‘스스로에게 자꾸 핑계를 대면 안 된다’는 걸 느꼈고요. 현장에서는 촬영에 필요한 실제적인 팁을 알려주려 해요.
역시 고효율적으로!
렌즈를 볼 때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앵글마다 동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상대 배우의 연기를 침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에요. 현장에 서는 배우가 자신의 몫을 잘 해내야 하니까요. 저는 이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어릴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꿀팁’을 잔뜩 알려주고 싶어요.
돈 주고도 못 들을 족집게 과외네요.
제가 그런 걸 알려주면 ‘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어요’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누구도 알려주지 않거든요. 궁금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어서 정말 막막해요. 저도 그랬던 터라 더 알려주려 하는 것 같아요.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다 관심에서 비롯되는 거잖아요?
예전에는 쓴소리와 관심이 애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됐어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더 관찰하고, 오지랖을 부리게 돼요. 이번 현장에서는 동갑내기인 경표가 있어서 더 든든했고요.
고경표 씨와는 <이웃집 꽃미남> 이후 13년 만의 재회죠?
벌써 그렇게 됐더라고요. 제가 기억하는 13년 전 경표는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굉장한 ‘까불이’였어요. 경력이 쌓이고 현장에서 다시 만나니 그 위트는 그대로인데, 더 진중해지고 멋있어졌더라고요. 경표가 맡은 정우가 유일하게 코믹 요소가 없는 인물이라 코믹 연기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 친구의 진중한 얼굴도 너무 좋았어요. 함께하는 장면마다, 연기를 참 맛있게 즐겁게 했어요. 동갑이다 보니 현장에서 시시콜콜한 얘기들,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더라고요.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돌아보면 <상속자들> <피노키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지프스: the myth> 등 여러 필모그래피에 늘 독특한 세계관이 있었어요. 그 속에서 용맹하고 대담한 인물을 그려냈고요. 문득 그 막막함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캐릭터보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라 내용의 흐름에 무게를 두고 선택해왔는데, 돌아보니 그랬네요. 그래서 막막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웠어요. 캐릭터를 연구하기보다 이야기 흐름에 맞춰 자연스러운 모습을 꺼내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배우의 역할이 캐릭터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저를 통해 이 드라마를 이해하고 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인 거죠. 저를 통해 상황에 몰입하고, 남자 배우를 바라보고, 감정에 몰입하는 거죠.
‘공감’이 핵심인 작업이네요?
맞아요. 하면 할수록 이 일은 공감을 많이 얻어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제 모습을 많이 넣으려고 하기도 하고요. 연차가 쌓일수록 더 잘 해내고 싶고, 어깨가 무거워요. 그러다 보니 현장 분위기와 스태프들의 사기, 작품이 길을 잃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신경 쓰게 돼요.
아직 더 보여주고 싶은 얼굴도 있나요?
정~말 못된 역할요. 욕을 하면 사람들이 웃기다고 해서 욕 없이 말발로 제압하는 아주 못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인생의 절반 이상 쏟아부은 일이지만, 여전히 큰 애정이 느껴져요. 지치지 않는 그 동력이 뭘까요?
이 일을 하면서 제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이룰 수 있었거든요. 착실하게 일했을 때, 꿈 같은 보상이 많았으니까요. 과거에는 그걸 참 좋아하고 즐긴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저 역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마주하고, 역할이 더해지면서는 ‘책임’으로 무게가 쏠리더라고요. 배우의 일이 힘들고 지치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니 해내자. 그래서 열심히 하게 돼요. 그게 요즘의 제가 이 직업을 끊임없이 사랑하는 동력이 됐어요.
살다 보니 어떤 변화든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것 같아요.
인간은 정말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고, 계속 나아가야 하는구나 실감해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이하며 과거에는 쉽게 넘어가지 못한 부분도 어느 순간 ‘그럴 수 있지’라며 이해와 허용의 범위가 커졌어요. 경험하는 감정도 한층 풍부해졌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감정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펼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어요.
고경표배우 인터뷰 파트 중 언급부분
방영을 앞둔 <언더커버 미쓰홍>의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재미’가 마음을 끌었나요?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던 차에, 함께 출연하는 분들의 면면이 반가웠어요. 오랜 친구인 박신혜 배우를 비롯해 긴 인연을 이어온 (정)이랑 누나와 (김)원해 형이 있었고 강채영, 최지수, 하윤경 배우 모두 만나보고 싶은 친구였어요. 조한결, 장도하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들과의 호흡이 궁금했어요.
13년 만에 재회한 박신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그때도 지금도 역시 본받을 게 참 많은 친구예요. 타의 모범이 되는 배우죠.
경표 씨가 생각하는 모범생의 모습인가요?
네. 저는 제가 못하는 걸 해내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운데, 현장에서 신혜의 모습을 보고 정말 존경스러웠고 심적으로도 많이 의지했어요. 신혜의 촬영 분량이 가장 많아서 고된 스케줄을 소화했거든요. 제작 환경이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스케줄에 치이다 보면 피로가 쌓일 텐데 구김살 하나 없어요. 그래서 신혜가 힘들다고 얘기하기 전까지 나는 내색조차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도움을 주려 했고요. 신혜는 제가 많이 조용해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생각 없고 철없을 때였고 모든 게 마냥 신나는 열정 가득한 아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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