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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사랑) 헐리우드 리포트 독점 - 이창동 감독이 말하는 <가능한 사랑> : 계급, 욕망, 그리고 카메라

무명의 더쿠 | 00:06 | 조회 수 88
https://www.hollywoodreporter.com/movies/movie-features/possible-love-lee-chang-dong-netflix-123668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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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심층 탐구: 이창동 감독이 말하는 계급, 영화, 그리고 관계의 균열


<밀양>과 <버닝>의 거장 이창동이 최고의 배우들과 다시 뭉쳤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도발적인 관계 드라마는 동시대의 삶을 지배하는 원망과 갈등, 그리고 그 너머의 가능성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이창동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1997년 장편 데뷔작 <초록물고기>가 개봉 30주년을 앞둔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이 감독은 올가을 <가능한 사랑>으로 8년 만에 돌아온다. 전작 <시>(2010)와 <버닝>(2018) 사이에도 꼭 같은 8년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이 긴 기다림은 단지 보람 있는 것을 넘어, 어쩌면 꼭 필요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은 놀라울 만큼 치밀하고 풍성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이야기에는 오랜 시간 충분히 숙성시켜야만 나올 수 있는 깊이가 배어 있다. 그의 이야기는 어느새 관객의 마음속으로 조용히 파고든다.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처럼, 영화 역시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좋다.


<가능한 사랑>은 무려 10년에 걸쳐 구상되고 다듬어진 작품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이창동 감독은 거기에 사로잡힐 만큼 강하게 끌렸지만, 좀처럼 실제 영화로 옮길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그의 작업 방식으로 보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소재는 그에게 이전과는 다른 과제를 안겼다. 그가 영화 만들기 자체와 맺고 있는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해답을 찾아냈을 때,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기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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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은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와 그 후폭풍, 특히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국가가 폭력적으로 진압했던 사건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그 사건에서 한국은 물론 어쩌면 전 세계가 맞닥뜨릴 암울한 미래의 전조를 보았다. 기술과 부의 변화 속에서 노동자들이 점점 뒤처지는 현실이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일찌감치 자신과 작업한 적 있는 한국의 대표 배우 두 사람을 염두에 뒀다. <밀양>의 전도연과 <박하사탕>의 설경구였다. 두 배우는 이 거대한 현대적 비극을 위해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거기서 멈췄다. 그는 “결국 프로젝트를 접어두게 됐다. 노동자들의 삶을 극영화로 보여주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다룰 때면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이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방식, 바로 카메라를 통해 이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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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고통과 상처를 다룰 때는, 영화감독인 나 자신과 맞닿아 있는 방식으로 그것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관객도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솔직할 수 없습니다.”


오정미 작가와 공동 집필한 최종 버전의 <가능한 사랑>은 최근 해고를 당한 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호석(설경구)과,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아내 미옥(전도연)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처지를 다큐멘터리에 담고 싶어 하는 영화감독 예지(<기생충>의 조여정)를 만나게 된다. 예지는 점점 더 깊숙이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예지와 부유한 사업가 남편 상우(조인성)는 호석·미옥 부부와 위태롭고도 미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가능한 사랑>은 앞서 일각에서 추측했던 것처럼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 9>을 리메이크하거나 이를 토대로 만든 작품은 아니다. 다만 평소 이 폴란드 거장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온 이창동 감독은 두 작품이 서로 맞닿아 있으며, 주제적으로 겹치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


이창동 감독은 애초 완성하지 못했던, 위기에 놓인 한 부부의 이야기를 확장해 서로 다른 두 부부를 둘러싼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한쪽은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삶이 무너진 부부이고, 다른 한쪽은 원하는 것을 거의 모두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부부다. 이야기는 점차 오늘날 우리 사회에 쌓인 원망과 갈망, 그리고 제목 그대로 그 안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폭넓고 도발적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나아간다.


<가능한 사랑>은 다음 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10월 23일 미국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스트리밍으로 공개된다. 또한 한국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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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시나리오를 읽은 직후 곧바로 제작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감독의 창작 자율성도 보장했다.


“넷플릭스는 시나리오가 가진 힘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의 저 역시 전적으로 신뢰해줬습니다. 제작 전 과정과 영화를 만들어가는 모든 단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았죠. 넷플릭스와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편안하고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의외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출연진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배우들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그만큼 깊숙이 파고들어 연기했다.


전도연은 “저도 배우 생활을 꽤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겁이 날 만큼 어려운 작품을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느끼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장면이나 도전에 부딪힐 때마다 설경구 배우와 서로 쳐다보면서 그랬어요. ‘이런 거 너무 좋지 않아? 요즘 우리가 언제 또 이런 도전을 해보겠어? 그리고 이런 현장을 다시 만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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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미옥을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남편 호석이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꺼리는 가운데, 미옥은 예지에게, 그리고 결국 관객에게 갑작스러운 실직 이후 빠듯하게 버텨온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전도연이 빛나는 연기로 완성한 미옥은 자신이 겪은 고난만으로 규정되는 인물이 아니다. 이창동 감독은 “미옥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끝까지 나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죠”라고 설명한다.


전도연은 이렇게 덧붙인다. “미옥의 내면에는 아주 크고 강렬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어요. 저는 그걸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계속 품고 살아가는 것처럼 봤어요. 우리 모두 각자 자기만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고, 그것이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잖아요. 미옥에게는 그게 희망이에요. 그 희망만큼은 끝까지 붙잡고 싶어 하는 거죠.”


영화는 미옥의 불안정한 내면을 통해 부와 불평등의 문제를 흥미롭게 파고든다. 미옥과 호석은 예지와 상우를 알아가게 되고, 두 부부가 누리는 삶의 격차는 관객의 눈앞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옥은 그들이 가진 것에 끌린다. 꼭 물질적인 풍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여유와 거리낌 없는 태도에 가깝다. 상우의 눈을 바라보거나 예지가 예술을 만드는 이야기를 들을 때, 미옥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원해도 되는 사람인지조차 되묻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이처럼 지극히 사적인 감정의 결을 통해 쉽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고, 마침내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담한 마지막 장을 거쳐 감정이 폭발하는 절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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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의 삶은 계급이라는 문제를 논하거나 탐구하는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격차가 너무나 극단적이고 거대해져서, 그것을 과연 ‘계급’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니까요. 상우가 상징하는 부의 규모는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입니다.”


처음 <가능한 사랑>을 접어두었다가 다시 이 작품으로 돌아왔을 때, 노동을 둘러싼 현실은 애초 구상했을 당시보다 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이 감독은 “이제는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가능한 사랑>에서 이창동 감독은 이처럼 압도적인 불평등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또 그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를 영화 속 이야기 전달자인 예지의 서사를 통해 풀어간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예지가 지닌 태도와 욕망에는 여러 면에서 제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영화가 가장 강렬하게 파고드는 지점은 설경구의 연기가 품은 절망과 존엄이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서서히 깨달아가는 한 남자를 연기한다. 설경구의 연기는 많은 순간 침묵 속에 머물고,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처럼 천천히 달아오르다가, 모든 감정이 하나로 맞물리는 순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설경구는 이렇게 말한다. “죄책감도 있고, 수치심도 있고, 내가 인정받던 자리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상실감도 있습니다.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품어야 했던 감정들이 굉장히 여러 겹이고 복잡했어요. 그런 감정들이 한순간에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 촬영 내내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 썼던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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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설경구에게 이창동 감독은 배우로서의 길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존재다. 전도연에게는 2007년 <밀양>을 전후로 연기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달라졌다. 그는 이 작품에서 처절한 연기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도연은 “감독님 덕분에 배우로서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밀양> 이후로는 감독이나 영화를 보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연기하지 않게 됐어요. 대신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죠. ‘이게 진짜인가? 내가 정말 이렇게 느끼고 있는가?’”


설경구는 지금까지 이창동 감독과 여섯 차례 함께 작업했다. 하지만 <가능한 사랑>은 그를 두 사람의 첫 작업이자 자신의 초기작 중 하나였던 <박하사탕> 시절로 단숨에 되돌려 놓았다.


“<박하사탕> 이후 정말 많은 영화를 찍었고, 이제는 한국 영화계에서도 꽤 경력이 많은 배우가 됐죠. 그런데 <가능한 사랑>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제 첫 영화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다시 신인이 된 것 같았고,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거죠. 배우에게 이창동 감독과 작업한다는 건 굉장히 큰 도전입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스크린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면, 그만큼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창동 감독은 배우들에게 대사를 외우는 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말하라”고 한다. 매 순간 그 안에서 진실을 찾아가라는 뜻이다. 다만 <가능한 사랑>에서는 많은 테이크를 반복하지 않았다. 인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흐름을 따라갔다. 수십 년 동안, 바로 이 배우들과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쌓아온 시간은 <가능한 사랑>의 모든 장면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이창동 감독은 말한다. “어쩌면 이 배우들과 함께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서로 같은 마음을 나눴다는 뜻이죠.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했던 것은 오직 카메라뿐이었다. 그리고 <가능한 사랑>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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