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를 이렇게 재해석할 줄 몰랐다.
'제우스의 법'이 계속 언급되는 게
그냥 시대상을 설명하기 위한 건가 했다가
결국 그게 '인간의 미덕'이었고,
그 '인간의 미덕'이 '인간의 욕망' 때문에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계속 언급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소름이 돋았음.
특히 계속 옆에서 등장하던 아테나 여신의 얼굴이
자신 앞에서 머리가 베어져나간
아테나 사제의 얼굴이었다는 게 드러났을 때
광광 울어버렸음...
인간은 너무 어리석어서 그렇게 눈앞으로 들이대주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잃어버리고, 뭘 망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존재인 것 같아서
오디세우스에게 확 감정이입해버림.
물론 그전에도
키르케의 대사라든가(배우분 초면인데 연기의 신이세요)
세이렌의 노래에 대한 오디세우스의 설명에서도 그런 단서들이 있긴 했는데,
죽은 시논의 말들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뭐에 대한 이야기인지 확실하게 알아채진 못했는데
페넬로페 앞에서 거지인 척 고해성사를 할 때
그 모든 게 다 한 개의 실로 꿰어지면서
소름이 돋았음...
오디세우스가 주인공이고 남자 캐릭터들의 비중이 높은 영화지만
이상하게 기억나는 건 여자 캐릭터들의 순간 순간이야.
키르케 말모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페넬로페의 20년 간의 통치라든가,
헬레네가 자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전쟁에 대해 전하는 사과라든가(본인 잘못이 아닌데!!!!)
자기 딸의 복수를 한 아가멤논의 아내라든가(이름이 너무 길어서 찾아보니 클리타임네스트라구낭)
심지어 연기 못했다고 평가받는 젠데이아의 아테나조차도 난 너무 좋았음. 특히 사제일 때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거랑,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오디세우스의 옆에서 울고 있는 아테나 여신일 때의 얼굴이 너무 좋았음.
너무 여운이 심해서 기분이 계속 가라앉는 게 문제라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