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쪽에서 일하는 덬이라 조현병 환자분들 많이 접함. 그래서 더 안타까웠던 듯.. 보통 증상 발생하고 치료 안한 기간이 길수록 회복이 어려워질 확률이 높거든. 근데 마사코님은 25년동안 방치되었는데도 3개월만에 요리도 하고 일상생활 잘 할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었음. 이 정도면 증상 발생했을 때 약 먹었으면 기능 하나도 안 잃고 잘 지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직까지 조현병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진 질병이 아님. 유전과 환경이 상호작용해서 발병하는걸로 보고있거든. 다양한 소인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소인을 가진 사람(유전)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발병할 수 있다는거(환경)+ 발달 중 신경생리학적 이상도 있고. 일란성 쌍둥이도 한쪽은 발병하고 한쪽은 발병 안할 수 있음. 발병률이 1프로라서 생각보다 높은 질환이고, 통계적으로는 조현병이라고 해서 꼭 폭력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는 없음. 통계상으로는 일반인의 범죄율, 일반인의 중범죄율이 더 높음.
그냥 내 입장에서 느낀대로 말하자면, (맞다는건 아니지만)
마사코님은 아마 되게 착하고 남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그런 성향을 가진 좋은 분이셨을 것 같아. 어릴때부터 귀엽다는 말에 똑같은 제스처를 자꾸 했다는것으로 보아서 아마 기질적으로 인정욕구가 크지 않았을까? 근데 자라면서 사진 보면 웃고 있는 사진이 하나도 없고 뭔가 눈빛들이 다 묘해보여. 행복하진 않으셨던 것 같음. 연구자가 되고 싶었다는 것, 4수 끝에 의대에 진학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부모님의 영향이 꽤 커 보였어. 본인이 하고싶은 것보다 부모님의 기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살았을 가능성이 커보이고. 해부할 때 증상 확 나빠졌다고 하는 것도 나는 의미있게 들렸어. 해부 실습할 때 사실 쉽지는 않거든. 포르말린 냄새도 그렇고, 돌아가신 분의 실제 신체를 해부를 해야하니까 이런 부분이 적성이 맞지 않고서는 많이 힘들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마 마사코님이 정말 마음이 착하고 여린 분이어서 이런것들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봄.
처음 증상 발병했을 때 구급차 타고 간 병원에서 아버지가 설명을 듣고 다음 날 그냥 데리고 왔다고 했지. 아마 이 때 조현병 의심된다는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이 큼. 정상이라고 했을리 없다고 생각함. 구급차 부를때까지는 그냥 스트레스에 의한거니까 상담하고 이러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정신과 병원 가서 조현병 가능성 이야기 들으시니까 부정하시고 그냥 데려온 듯함. 완전 뇌피셜임.
다들 느꼈겠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넘나 엘리트시라서 자녀가 조현병이라는걸 인정하는게 많이 어려우셨던 듯해. 예전에는 정신과 질환에 거부감도 많이 컸었고. 처음에 동생이 상담받던 심리사 논문 읽고 상담 안받는다고 했다는거 보고 성격 장난아니시네 느낌. 본인 기준에 안 맞으면 듣지도 않는 스타일일 수도 있고, 조현병 이야기 듣는게 무서우셔서 거절하려고 핑계대신 걸 수도 있고.... 그리고 아버지 성격이 되게 고집있으시다는 걸 느낀 부분이 어디였냐면 동생이 산책나가자고 하니까 마사코님이 막 거부하면서 엉뚱한 말 하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마사코님이 거부하는데도 계속 따라다니면서 산책가자 양말 신어라하고 어머니가 말리는데도 계속 그러심. 아마 그런 태도로 딸을 평생 은근하게 본인 생각대로 움직일 때까지 압박 주지 않았을까.. 나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더 힘든 분이었을 것 같은데 동생이 중간에 누나한테 하는 질문 중에 ‘아빠나 엄마한테 복수하고 싶지는 않아?’ 이런 말을 해서 아마 설명 안 한 내용 중에 약간의 학대스러운 일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좀 추측을 해봄. 매우 조심스럽지만.
발병 초반 20년은 생각보다는 증상이 터져나오진 않았던 것 같음. 보통 조현병 환자분들이 제대로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인데 1) 정상적 사고가 어려움. 뇌에 시스템 이상이 생겼기 때문 2) 환청이 심하면 우리 말 소리보다 환청소리가 더 빠르고 크게 들리는 경우에는 자꾸 집중에 방해를 받게 됨. 증상 심하면 이에 따라 소리지르고 문제 행동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한테 심각하게 화내시거나 크게 소리지르시는게 없어서 더 방치하신 것도 있는 것 같음. 후반 5년 가량은 이모 왔을 때 실제로 소리지르고 욕하시잖아. 그리고 밤에 엄마가 설탕물 가져다준다고 들어가니까 새벽 3시 35분인데 미친듯이 소리지르시고.. 그정도 되니까 아버지가 굴복한 것 같음.
2008년이었나. 어머니가 치매라는 이야기가 뒤에 나오고 그 전에 어머니가 집에 도둑이 벽을 타고 올라 창문으로 침입했다 이런 말씀 하시는데 치매에 동반되는 망상 중에 도둑맞았다, 누가 돈을 훔쳐갔다 이런 이야기들이 되게 흔함. 그래서 이미 이 이야기 나올때부터 어머니 치매 생각하고 있었음.
근데 아버지보다 누나가 먼저 돌아가신 건 정말 의외다..폐암이라니 담배 안 피셨을 것 같은데 (10개월동안 밖에 나가지고 않으셨으니?) ...치료 받아서 이제 잘 지내실 수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더라.
그리고 이 상황에서 동생분도 정말 큰 피해를 보신 것 같아 안쓰러움. 어쩌면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걸 받아들이기 위해 영화공부를 하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누나한테 인간적으로 계속 다가가려고 하신 것도 되게 좋은 분이라는 걸 느꼈음. 조현병 환자분들이 증상 심할 때도 주변 사람들이 자기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다 나신다고 하더라고.. 물론 안나시는 분도 있는데 내가 물어본 분들은 거의 기억나신다했어서.. 아마 누나분은 동생이 다가와준걸 고마워하셨을 것 같음.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랑 대화하는 장면에서 동생의 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느껴졌음. 아버지가 그때 병원 입원시켰어야해 라고 후회하는 말을 듣고싶으셨을 수도 있는데 그 이야기는 끝까지 안하시는걸 보면 나이드신 어른들의 비애도 있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치만 의사인 아버지가 버티고 있으니 자녀인 동생으로서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 같음. 가장 마지막에 누나의 손가락 브이 흔드는 장면으로 끝맺은 걸 보면 누나에 대한 애정이 많이 있어보여서 더욱 더 이 가정이 안타깝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