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냥 개봉영화라서,
누군가는 고독의 오후 감독의 다른 작품 이어서,
누군가는 브누와 마지멜이 주인공이라서
봤을테지만 나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했던 영화관에 아직 안 본 영화가 영방에서 풍경 이쁘다고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했던 글이 생각나서 보았어
제목은 생각했던대로 퍼시픽+픽션이 맞았던 것 같고
내 기준으로도 시네필스러운 영화가 맞았어
다행히 몇 시간 전에 먹었던 커피의 카페인 효과가 남아있어서인지 몸이 피곤한데도 정신은 말똥말똥한 상태였어
내용은 주인공인 판무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 판무관이라는게 자치권을 확보한 지역이라 사실 실권이 없는 자리지. 보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부하직원 하나도 없잖아. 월급 나오고 운전기사 있고 거주지나 이런거 있을뿐 그냥 돌아다니고 얼굴 비추고 원주민들 얘기 듣고 그런 ㅋㅋㅋㅋ
이 영화가 신기한게 뭐냐면 온갖 방법으로 최대한 대중성, 상업성을 멀리한다는거야
내용 이해가 바로 되지도 않고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볼거리도 많지도 않아
자기편 하나도 없고 자기 수족도 없고 가족도 없는데
액션씬도 없고 물리적인 자기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그저 자신의 정치적인 생명만 달린 심리전 영화를 만든다면?
그런데 그 심리전이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나오지도 않는 영화
딱 이거야.
007이나 미션임파서블 같은 상업 첩보영화들 생각해봐
그거 반대로 한거야
거기에 전개 속도도 느리고 타히티라면서 자연풍광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도 않아
서핑장면만 좀 개운하게 나올뿐 붉은 석양이 비치는 바다는 빨간색이 분홍색처럼 보일만큼 뿌옇지. 주인공의 상태를 의미하는 듯 했어
실권도 힘도 없고 루머는 나도는데 그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건 아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파헤칠 방법도 없고 그저 미인계나 술에 취하게 해서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거나 쌍안경으로 바다를 보기만 할 뿐
별 다를 방법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거라곤
비오는 밤 조명 확 켜고 맨몸으로 비바람을 맞는 것. 그게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그 자체의 모습이었어
자기는 이 섬을 떠날거라고 했지만 정말 떠난지는 알 수 없고
의문스러운 외국인들이 주인공 편이 아닌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상대편인지 제3의 세력인지도 모르겠고
마지막에 대충 어떻다라는 대사로 알 수 있지만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고 끝나버리는 오묘한 엔딩
많이 나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느린 속도로 "느껴야" 하는 영화
스스로 상업성을 걷어차버린 영화
일반대중은 이게 뭐야? 하고 평론가들은 누가 이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을테니 독특하다고 과감하다고 좋은 평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