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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와 함께 태어나 함께 자랐다.
파란색 하늘과 구름 벽지, you've got a friend in me, 우디와 앤디가 즐겁게 놀며 시작하는 오프닝은 언제나 나를 그 때로 데려가 주었다. 좋은 날에는 즐거운 추억으로, 힘든 날에는 다시 일어설 용기로.
너무나 어렸기에 토이스토리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깨달을 생각도 없이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이 되었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보면 앤디 방을 탐험하는 고전 게임의 장면, 어두운 방과 dvd를 켜면 보이는 특징적인 레이아웃의 재생 버튼이 띄워진 티비 화면. 그리고 피자플래닛의 강렬한 네온.
나는 그 때도 토이스토리를 사랑했다. 아마도.
시리즈 2편의 알 아저씨의 장난감가게를 무서워했다. 그러면서도 알 아저씨의 섬세하고 집요한 손길과 반짝이던 집착의 눈빛은, 아직 어렸던 나였지만, 잠재된 무언가를 깨우게 된다. 지금 우리집 거실장을 가득 채운 컬렉션은 분명히 이 장면의 영향일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알이 우디를 관리하는 이 장면은 아주 유명했음)
토이스토리 3이 개봉한 것은 아마 중학생 때.
앤디가 짐을 싸며 우디와의 이별을 망설이던 장면은 지금도 마음을 울린다. so long partner 하고 돌아서는 것으로 둘은 어른이 된 걸까.
어린 아이(보니)에게 같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선택한 아름다운 이별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 새로운 만남과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그리고 헤어질 용기를 줬다.
랏소를 두 번 믿었고 두 번 속았다. 그들의 유쾌한 권선징악은 최고의 카타르시스였다.
3편을 기점으로 누군가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토이스토리를 얘기했다.
부족한 정보로 버킷오솔저 아미맨 직구를 알아보고, 피규어를 모으는 둥 '매니아'의 길을 걷게 된다.
다음편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10년.
졸업을 했고 취업을 했다.
둥지를 떠나 타지에 혼자서 자취를 시작했다
나는 아직 겨우 아동용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세상은 가혹하게도 나에게 한 사람의 책임을 기대했다. 당연하게도.
내면의 자아-타인의 기대간의 간극에 사회초년생은 많은 혼란을 느꼈다.
그렇게 기다리던 4편이 개봉했다.
(토이스토리 티셔츠를 입고 토이스토리 팝콘 통을 들고 토이스토리 포토티켓을 뽑아들고 내돈내산 영화관 관람을 한 날 밤 그 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냥 재미로만 보던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편은 깜짝선물과도 같았다.
3으로 완벽하게 꽉 닫은 엔딩이라고 생각했기에 감히 다음편을 기대하지 않았고 영원히 트릴로지를 돌려보며 추억을 되새길 줄 알았다.
이번에도 토이스토리는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줬다.
어린시절 즐거움을 함께 나눴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들은 세상에 한 발짝 나아가기를 응원해줬다.
두려워하는 나에게 할 수 있다 북돋아줬다. 좌절하는 나에게 괜찮다 토닥여줬다. 그럼에도 나아가길 망설이는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내밀어줬다. 세상에 던져진 나에게 뭐든 할 수 있다며.
우디의 도전은 나의 도전이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건 보핍의 변화. 보핍은 빛이 났다. 마치 히어로물을 보는 것처럼. 나의 우상이 되었다.
우디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는 보니를 보면서도 관계를 배웠다. 앤디가 그토록 사랑하던 장난감이기에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은 아니다는 이해, 그 관계에 집착할 필요는 없으며 나에겐 그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설렘까지.
그렇게 성인이 된 나에게 당신은 아주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애석하게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나의 뇌와 어른의 능력의 산물이 담긴 지갑은 온 집안을 토이스토리 굿즈로 차곡차곡 쌓는 기틀이 되었다.
5편 제작 소식이 들릴 때부터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개봉하였다.
이 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적자면 나는 그 사이 나를 꼭 닮은 아이를 만났다. 그녀는 태블릿이 있고, (보니보다 어리지만)친구관계에 신경을 쓰곤 한다.
릴리패드의 등장이 고지됐을 때부터 완벽한 시대 흐름 반영에 감탄을 했다.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하루하루 기대가 차올랐다. 이제 서른도 넘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영화관에서 나는 또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와중에 웃음도 충분히 챙겼다.
하이테크 에디션 버즈 라이트이어 군단 등장과 활약. 등장부터 범상치않던 그들은 신형 기체답게 LED화면을 가지고 있으며, 핫스팟을 탑재하고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심지어 드론모드까지! 저그의 정체가 밝혀지던 그 때의 혼란을 버즈군단 모두가 느끼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냈다. 오리지날 버즈의 진지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스마티팬츠를 의자로만 쓰던 바깥 장난감들과,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실내로 들어가려고 물고 늘어지던 스마티팬츠. 그리고 디바이스 삼총사의 활약과 유머.
릴리패드가 화면으로 폭죽을 터뜨려주던 장면 또한 묘미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랏소보다 더한 빌런이지 않을까 했는데 웬 걸 릴리패드도 보니를 위하는 '장난감'이었을 뿐이다. 이번 편에서는 이 점이 특히 좋았다.
제시를 "제시카"라고 부르는 릴리패드는 조금 얄미웠다 ㅋㅋ
불스아이의 의리는 정말 멋있었다!
버즈야 축하한다!
5편은 제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되는 완벽한 영화였다. 버려진 아픔을 꾹꾹 눌렀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니를 위해 또 다시 모든걸 던지는 제시의 헌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하는 동력이었다.
에밀리를 잊지 못한 제시가 최종 위로받던 그 장면. 결국 참지 못하고 울었다. 어느 누가 눈물을 참을 수 있을까. 에밀리 또한 나를 평생 생각하고 있었다는데. 나보다도 소중한 존재에게 나를 선물했다는데.
제시는 씩씩하게 일어났지만, 아마 나였다면 한참을 엉엉 울었을지 모른다.
토이스토리5에서 제시가 왜 그렇게 고군분투하느냐, 바로 보니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숫기가 없고, 모두가 가진 디지털 디바이스도 없는 보니가 느끼는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서!
내 자녀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내 자녀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이 둘이 딱 맞진 않더란다. 딱 맞는다 생각했던 친구도, 성장해가며 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그 관계에 스스로 도전해보기를 바라며 조언을 해주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던 때가 생각났다. 보니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정말 큰 용기를 냈을 때에 손에 땀을 쥐었다. 보니가 힘들어 할 때마다 내 자녀가 생각이 났고, 보니가 즐거워할 때는 내가 보니의 부모가 된 것처럼 마음이 좋았다. 보니보다도 내가 더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디와 버즈라고 생각해왔다.
제시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데 이 또한 위로가 되었다.
꼭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아.
성공하지 않아도, 모두 나의 이야기가 있는거니까.
1~2편은 나의 친구였고
3편에서는 이별과 배웅을 배웠다
4편은 나의 첫 걸음을 함께해줬고
5편은 나의 자녀를 투영하며 보게 됐다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토이스토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떨까.
이젠 낯선 상황을 마주할 용기도 있고, 또 피할 수 없는 책임도 있다. 앞으로 모르긴해도 분명 어떤 종류의 고비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혼자가 아니다. 우디, 버즈, 제시, 불스아이 그리고 많은 유쾌하고 시니컬한(그래서 더 좋아) 장난감 친구들. 그들이 내게 알려준 지혜. 그들이 건네준 지지. 우리의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사실. 모든 것이 나에게 담겨있다. 그냥 전진하면 된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쿠키 2개 있음!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 까지 기다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