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을 넘어 전폭적인 응원과 축하가 쏟아진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수상 결과다. 수상자(작)가 공개될 때마다 오랜시간 바라고 기다렸던 순간이라는 듯, 많은 이들이 내 일처럼 즐거워했고 또 안도했다.
상업 영화, 독립 영화, OTT까지 작품의 특성에 맞춰 굵직한 성과들을 내놓은 한국 영화의 힘은 최근 하향산업으로 매몰되는 듯 했던 영화계 부흥의 물꼬를 다시 텄고, 이번 영화 부문 심사 분위기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매 해 최선의 결과를 결정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남겨 둬야 했던 영화 부문 심사가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찰 수 있었던 이유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가 공개 됐을 때부터 '왜 이렇게 잘 뽑았지'라는 만족도 높은 대중의 반응을 얻었던 영화 부문인 만큼, 수상자를 가리는 2차, 3차 심사는 더욱 냉정하고 치열하게 치러졌다. 특별한 계산 없이 각 부문마다 심도 깊은 토론이 오간 진정성으로 심사 과정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기록까지 여럿 탄생한 바, 아쉬움보다는 기쁨과 감동이 더 우세한 순간을 선사할 수 있었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심사에는 육상효 영화감독(심사위원장)을 비롯해 김선아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박관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대표 겸 기린제작사 대표·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손상범 하우스오브임프레션 대표·이화정 저널리스트·황영미 시네라처 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등 7인이 참여,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극장 개봉과 OTT를 통해 공개 된 영화를 대상으로 후보 및 수상 결과를 냈다. 심사위원이 후보를 정하는 1차 심사를 진행하기 전, 백상예술대상 사무국은 30명의 사전설문 조사단(명단은 홈페이지 참고)에게 영화 부문 후보 추천 설문을 받았다. 시상 부문별로 후보 5명 또는 5개의 작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취합된 설문조사 결과로 후보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위원에게 각 분야별 목소리를 전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심사 자료로 제공했다.
육상효 심사위원장은 "'후보 전원에게 트로피를 안겨주고 싶다'는 마음을 모든 심사위원들이 품고 있었을 정도로 한치 부족함 없는 영화인들이 지난 1년 간의 영화계를 이끌어 줬다는 점에서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때문에 심사가 무르익으면 익을수록 심사위원 개개인의 의견이 많이 갈리기도 했고, 소소한 언쟁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금 한국 영화에 애정을 보내준 관객 분들까지 최대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결과를 도출해고자 노력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만만치 않았던 경합에 많은 부문 만장일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품격을 져버리지 않았던 심사 과정과 결과는 분명 유의미했다. 어떤 시상식이든 결과에 따른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모쪼록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더 크게 다가가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8일 진행된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영예의 대상은 누적관객수 1680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의 기록을 다시 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역 유해진에게 돌아갔다. 최종 '만장일치 대상'이다. 이로써 51회 영화 부문 남자 조연상 이후 꾸준히 후보로만 백상에 참석했던 유해진은 11년 만에 최우수 연기상을 건너 뛴 대상으로 그 노고와 역사를 치하 받았다. 영화 부문 배우 대상은 55회 정우성 이후 7년 만, 1000만 영화로 배우가 대상을 받은 건 51회 '명량' 최민식 이후 11년 만이다. 유해진의 대상은 최근 배우 대상에 꽤나 인색했던 흐름도 확실히 끊어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심사 시작부터 "변화한 관객들의 패턴에 맞는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 대상은 신드롬 열풍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에서 나와야 한다"는 통일 된 의견 속 다양한 포인트를 짚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올해 영화계 가장 큰 성과의 공을 단체에게 줄 것인지, 개인에게 돌릴 것인지'를 두고 1차 토론을 거쳤고, 최초 논의에서는 유해진과 함께 작품을 진두지휘한 장항준 감독이 함께 거론되면서 대상 후보가 좁혀졌지만, 트로피는 유해진의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후반부 모두를 터지게 만든 연기만 놓고 봐도 분명한 대상 감이지만, 작품 흥행에도 영향을 끼쳤을 배우 유해진의 삶의 궤적까지 더한다면 백상예술대상 만이 수여하는 최고상인 대상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총평했다.
김선아 심사위원은 "그 해 가장 뛰어난 성취와 함께 전방위 궤적을 함께 평가했을 때 '왕과 사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 데에는 수 많은 이유와 이슈들이 작용 했겠지만, 유해진이 쌓아온 힘도 컸다고 본다. 영화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조연으로 4000만을 넘어 주연으로도 기적을 발휘했다. 작품 하나로 한국 영화사에 남긴 가치도 매우 크다. 유해진 대상은 1600만 백성이 함께 기다렸던 결과이자 함께 기뻐할 장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화정 심사위원은 "'왕과 사는 남자'의 시작이자 중심이다. '단종 앓이' '단종 신드롬'으로 이어진 현상의 바탕에는 작품의 타이틀 롤로 왕을 지킨 남자 유해진이 있었다. 못하는 연기가 없는 배우이지만 유해진의 강점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코미디와 사극 종합선물세트가 이번 영화에서 아낌없이 발휘됐다", 황영미 심사위원은 "전문가의 눈과 대중의 눈을 오랜만에 하나로 통일되게 만든 교집합 아닐까 싶다. 공감과 화합을 이뤄냈다", 박관수 심사위원은 "작품 전반의 기여도 측면에서도 유해진 대상에 표를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들도 "큰 상을 받는 것이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배우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번 대상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최우수 연기상, 또 다른 대상의 길이 활짝 열릴 것이라 믿는다"는 신뢰를 표했다. 유해진의 이름이 최우수 연기상을 지나 엔딩을 장식하면서 그 사이 찰나의 시간, 시상식을 지켜보던 이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짜릿한 긴장감도 안길 수 있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한 작품에서 대상과 신인 연기상을 모두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상 시상식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것은 물론, 작품이 구찌 임팩트 어워드 부문까지 가져가면서 주연 배우의 인기상 포함 최종 4관왕으로 올해 최다관왕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왕과 사는 남자' 수상 부문은 인기상 외 심사위원의 심사로 결정된 세 부문 모두 100% 만장일치로 확정돼 작품을 둘러싼 확고한 선호도를 확인시켰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기여한 작품에 주는 구찌 임팩트 어워드는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주제 '더 스테이지(The Stage)'에 '임팩트'의 의미를 더해 '더 스테이지 오브 임팩트(The Stage of Impact)'를 부분 테마로 삼고, 영화계는 물론 역사·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의미 있는 신드롬과 담론을 이끌어낸 '왕과 사는 남자'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독립 영화계를 휩쓸며 파급력을 불러 일으킨 '3학년 2학기'와 경쟁했지만 전국을 들썩인 '왕과 사는 남자' 효과를 넘지는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평가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해 임팩트 있는 화제성에 둔다면 '왕과 사는 남자'가 올해의 구찌 임팩트 어워드 수상작으로는 가장 걸맞다. 전국의 5분의 1 이상이 영화를 관람했다"면서 "극장 안으로는 관객들을 다시 모이게 만들었고, 극장 밖으로는 사회적 현상을 터뜨렸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명량' 이후 대중적 관심을 소화하면서 역사를 소재로 예상 못한 트랜디함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남자 신인 연기상도 이변 없는 만장일치. 올해 전 부문 중 가장 빠르게 수상자가 결정됐다. '단종의 환생'이라는 찬사와 함께 역사적 인물을 재평가 시키며 1680만 흥행에 혁혁한 공을 세운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은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어 더 의미 깊은 신인 연기상과, 100% 투표로 약 109만 표를 획득한 인기상까지 2관왕을 홀로 휩쓸었다. 어린 시절 영화배우를 꿈꿨던 소년은 단순 무비스타를 넘어, 영화계를 뒤흔들고 백상 2관왕의 영광까지 끌어 안으면서 '보석의 눈을 지닌 보물'로 어엿하게 성장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남자 신인 연기상 부문은 없는 트로피를 만들어서라도 주고 싶은 후보들로 구성됐다. 빛나는 진주들만 포진됐다"며 "그렇기에 그 중에서도 넘볼 수 없이 월등하고 독보적인 성과를 낸 박지훈이 더욱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백재호 심사위원은 "대체가 어려울 정도로 잘했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흡인력 높인 존재감이 전혀 묻히지 않았다. 단종의 얼굴이 박지훈으로 새롭게 남았다는 것이 제일 큰 성과다", 손상범 심사위원은 "역사적 인물을 아이코닉하게 재해석해 관객들을 완벽히 설득 시켰다", 육상효 심사위원장은 "연기 자체도 잘했지만, 신인으로서 임팩트도 가장 컸다. 신인 연기상이 부족할 정도다", 김선아 심사위원은 "첫 장면에 등장할 때부터 '끝났다' 싶었다. 1600만 관객이 환호한 만큼, 어떤 칭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했고, 작품을 살렸다", 이화정 심사위원은 "성공적 캐스팅의 정석이다. 놀라운 화면 장악력에, 최근 영화계의 신선함 없는 배우 활용에 대한 욕구불만도 해소시켰다. 가능의 시선을 확신으로 바꾸면서 '배우 박지훈'의 무한 스펙트럼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은 "머지 않은 미래 최우수 연기상 후보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케 하는 후보들"이라면서 "조유현이라는 배우를 발견할 수 있어 굉장히 기뻤다. 북에서 온 성소수자라는 아웃사이더 캐릭터의 감정선을 매끄럽게 잡아내 인상적이었다. 신인은 잘 다듬어져 있는 모습보다 야생성을 보여줬을 때 매혹당할 확률이 큰데, 조유현이 그런 면모를 잘 보여줬다.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것에 있어 가능성을 보인 좋은 배우이지 않을까 싶다", "어마어마한 대작 프로젝트를 단단하게 이끌어 간 안효섭도 내공이 돋보였다", "'파반느' 문상민도 눈에 띄었다. 이런 시네마 얼굴이 감춰져 있을 줄은 몰랐다. 스타성까지 미래가 기대된다", "유이하는 실제 고등학생을 캐스팅한 줄 알았는데 서른 살이 넘었다고 해 깜짝 놀랐다.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했다"고 흡족한 칭찬을 덧붙였다.
여자 신인 연기상은 박지훈과 함께 유력 수상 후보로 손꼽혔던 '세계의 주인' 서수빈이 가져갔다. 강력한 경쟁 상대는 '좀비딸' 최유리였다. '야당'의 채원빈, '고백의 역사' 신은수도 각각 "아우라와 마스크가 주는 임팩트가 좋았다", "예상보다 더 사랑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최종 경합은 서수빈과 최유리의 싸움이었다. 최유리를 지지한 심사위원들은 "영화의 콘셉트를 충분히 인지하고 구현해냈다", "타이틀 롤의 책임감을 알맞게 소화했다"고 추천했다.
하지만 서수빈을 꼽은 심사위원들의 주장도 흔들리지 않았다. 육상효 심사위원장은 "좋은 감독과의 협업에서 나온 결과이겠지만 큰 비중을 당차게 잘 해냈다.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된다", 백재호 심사위원은 "처음엔 영화를 보기 전 기대했던 연기와 다른 결의 캐릭터가 보여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의구심이 해소됐고 충분히 설득 당했다"고 덧붙였다. 서수빈과 최유리는 2차, 3차 심사까지 4대 3의 격차를 좁히지도 더 넓히지도 못하면서 서수빈이 단 1표 차로 신인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서수빈을 영화의 세계로 이끈 '세계의 주인'은 윤가은 감독이 감독상도 차지했다. 백상 감독상 수상 전례가 있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굿뉴스' 변성현 감독과 함께 신인 감독상 출신 '만약에 우리' 김도영 감독, 1000만 감독으로 거듭난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사이에서 일궈낸 성과로, 여성 감독이 감독상으로 호명된 건 57회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이후 5년 만이다. 윤가은 감독 개인으로는 '우리들'로 53회 각본(시나리오)상을 받은 데 이어 9년 만의 쾌거다.
최종 경쟁 상대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었다. 박찬욱 감독과 윤가은 감독, '어쩔수가없다'와 '세계의 주인'은 감독상과 작품상 두 부문에서 동시에 경합했다. 원작과 다른 분위기로 박찬욱 감독만의 디테일이 채워진 '어쩔수가없다'에 지지 발언을 한 심사위원도 있었지만, 시나리오 창작부터 신인 발굴, 완성된 작품과 독립 영화계의 성취, 그리고 작품으로 보여준 감독의 변화와 성장까지 세심한 손길이 맞닿은 '세계의 주인'에 표가 더 쏠리면서 최종 6표로 윤가은 감독이 감독상을 획득했다.
올해의 작품상 '어쩔수가없다'는 '세계의 주인' 뿐만 아니라 '왕과 사는 남자'와도 경합에 경합을 거쳤다. 심사위원들은 '왕과 사는 남자'의 대중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작품 본연의 웰메이드 완성도에 점수를 더했다. 심사위원들은 "대중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작품상은 연기, 촬영, 조명, 미술, 음악, 연출 등 모든 면의 밸런스가 맞춰졌을 때 얻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대중적인 부분은 1600만 관객들에게 이미 인정 받았다고 본다"며 "작품상은 작품적 가치에 할애해야 할 것 같고, 프로젝트의 완성도는 '어쩔수가없다'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합을 모았다. 2차 투표에서는 '어쩔수가없다'가 6표, 최종 토론이 가미된 3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어쩔수가없다'의 작품상이 결정됐다.
'어쩔수가없다'는 이성민이 남자 조연상까지 2관왕을 지켰다. 이성민은 '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와 무려 4차에 걸친 투표 끝 3표 차로 이겼다. 심사 초반 류승범·박해준·유지태·이성민·장용까지 다섯 후보 모두에게 심사위원들의 지지가 갈리면서 난항을 예고했고, 여러 차례의 투표 결과 유지태·이성민·장용으로 주요 후보가 압축, 이성민이 유지태와의 결승 투표에서 최종 5표를 따냈다. 이미 여러 개의 백상 트로피를 수집한 이성민이지만 조연상 부문은 처음이다. 영화로는 55회 최우수 연기상에 이어 7년 만 수상이며, 51회, 59회 방송 부문 최우수 연기상에 이어 개인 통산 네 번째 트로피를 챙겼다.
장용은 "배우가 연기로 감정선을 이끌고 가야 하는 작품에서 드라마틱한 부분과 코믹한 활력을 모두 조율했다. 메시지에도 일조한 캐릭터라 생각한다", "브라운관에서 오래 활동한 배우라 스크린 톤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연기력으로 돌파해냈다"는 평을, 유지태는 "실록에 의거한 무게감을 영상으로 박제했다. 빌런의 한 축을 홀로 감당했는데,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유지태만큼의 아우라와 압도감이 없었을 것이다", "캐릭터성을 스스로 창조해 영화에 가치를 더했다", "그간의 단조로운 악역을 넘어 작품에 필요 충분 조건을 채웠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성민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배우 스스로 파격적인 도전에 임했고, 선역도 악인도 아닌 한 인간의 처연하면서도 때론 괴기스러워 보일 수 있는 모습을 박찬욱 감독의 세계관 안에서 충실히 이행했다", "비주얼과 연기의 표현력이 다채로운 인물들 사이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색깔로 그려졌다", "'어쩔수가없다'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에는 꼭 이성민이 존재했다", "영화를 볼 때부터 올해의 조연상으로 손꼽았다"며 마음을 기울였다.
여자 조연상은 복병 '휴민트' 신세경과 '어쩔수가없다' 염혜란이 각축전을 벌였다. 최초 심사에서는 염혜란에게 기운이 살짝 쏠리는 듯 싶었지만, 1차 투표에서 염혜란과 신세경, '왕과 사는 남자' 전미도가 붙었고, 2차 투표에서는 신세경이 염혜란을 제치고 여우 조연상을 품에 안으면서 깜짝 이변이자 백상이 선택한 배우로 이름을 새겼다. 투표 차는 단 1표였다. 염혜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동물적 섹시를 느꼈다”며 감탄한 심사위원들도 있었지만, "염혜란 배우의 연기력 자체는 모두가 알다시피 워낙 대단해 특별히 논할 것이 없다 하더라도, 캐릭터 적인 면에서 잘 어울렸냐를 따진다면 다소 물음표가 남는다", "연기력으로 노력해 만들어낸 캐릭터라는 이미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고 언급한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캐릭터의 키워드를 본인이 뽑아낸 배우는 염혜란 아닌가"라는 반박으로 난상 토론도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신세경을 잘 본 심사위원들이 목소리를 조금씩 더 높였다. "작품의 호불호를 떠나 신세경의 활용도는 무척 좋았다. 조인성·박정민을 기대하고 갔다가 오히려 신세경을 보며 눈이 떠진 순간들도 있었다", "의상 등 캐릭터를 둘러싼 여러 설정들은 결코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없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매력이 캐릭터에 대한 반발 심리를 일부 상쇄시켰다", "때론 힘을 더하고 때론 힘을 빼면서 강력하게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개인의 도전과 맡은 바 열연을 기대치 이상으로 해냈다", "촬영 감독의 공도 상당했을 것 같지만 일부 흑백 영화 시절의 느낌도 났다. 어느 장면에서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더라", "애초 신스틸러에 가까웠던 적은 분량을 본인의 능력으로 현장에서 키운 케이스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작품의 킥으로 충분히 활약했다"며 소중한 표를 행사했다.
매 해 높은 관심이 쏠리는 남녀 최우수 연기상 부문은 각각 '얼굴' 박정민, '만약에 우리' 문가영이 수상자로 낙점돼 세대교체 훈풍이 불었다. 박정민은 52회 신인 연기상, 57회 조연상에 이어 62회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5년 주기' 백상 수상을 이뤄낸 것은 물론, 한 부문 n차 수상 없이 단 3개의 트로피 만으로 신인 연기, 조연, 최우수 연기상을 석권한 '백상 최초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했다. 작품의 면면도 '동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얼굴'로 거를 타선이 없다. 최우수 연기상 후보로는 처음 노미네이트 된 해 수상 무대에 오른 것이라 완벽한 성장 서사도 완성했다. 문가영은 데뷔 20년 만 처음으로 백상에 입성한 해 수상자로 우뚝 발돋움했다.
유해진이 대상 수상자로 확정된 후 진행된 남자 최우수 연기상 심사에서 박정민은 또 다른 선배 이병헌과 맞서야 했다. 다만 심사위원들은 '연기 달인' 이병헌의 깔끔한 열연과 캐릭터 구현에 단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서도 “감정적으로 흡입된 건 '얼굴'의 박정민이었다. 박정민이 아버지의 젊은 시절까지 연기해주면서 작품 전체가 설득되고 장악됐다”, “굉장히 깊게 들어간 연기로 이전과는 또 다른 눈동자와 표정을 봤다”, "도장 파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박정민의 최우수 연기상은 언젠가는 받게 될 부문으로 시간 문제라 생각되지만 그 언제가 올해, 그 작품이 '얼굴'이 되어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박정민 수상을 지명했다. 3차에 걸친 투표 결과, 단 1표 차로 박정민이 이병헌을 제치고 생애 첫 최우수 연기상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문가영은 '파과' 이혜영, '파반느' 고아성과 진검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최종 단계에서는 문가영과 이혜영을 지지하는 심사위원들이 오랜 시간 팽팽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혜영을 높이 평가한 심사위원들은 “'파과'에서 이혜영이 보여준 아우라는 오로지 이혜영만 내뿜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역할에 다시 이런 배우, 이런 기획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전체를 장악하는 힘이 무서웠다. 구현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냈다”고 설득했지만, 스크린 속 문가영의 재발견, 캐릭터 소화력, 감탄을 자아낸 섬세한 열연, 관객을 동하게 만든 흥행까지 전방위에서 더 높은 지지가 쏠렸다. 이에 문가영이 최종 5표로 여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의 꿈을 이루면서 은호와 정원의 진정한 '컬러 엔딩'을 백상 무대에서 완성했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애니메이션 장르까지 후보 만으로 충무로의 미래를 기대케 한 신인 감독상 부문은 자유를 찾아 북에서 남한으로 넘어 온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3670' 박준호 감독이 감동을 만끽했다. 1차 투표에서 박준호 감독, '노이즈' 김수진 감독, '여름이 지나가면' 장병기 감독이 고른 표를 얻었고, 2차 투표에서 박준호 감독이 김수진 감독을 5표로 꺾으면서 신인 감독상을 손에 쥘 수 있었다.
'3670'과 박준호 감독에 대해 이화정 심사위원은 “신인의 패기와 도발, 신선함은 '3670'이 우세했다. 센세이셔널한 지점이 있었다. 탈북, 게이 등 기존 작품들에서 각각 다뤄졌던 소재들에 대한 감각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 관객들에게 긍정의 자극을 주는 스킬을 쓸 수 있는 감독으로 보였다”, 김선아 심사위원은 “두 소수성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야심이 돋보였다. 연출 스킬도 남달랐다. 독립 신을 넘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법한 감독의 등장이 반가웠다”, 박관수 심사위원은 “배우, 스태프들이 똘똘 뭉친 프로젝트로 익히 잘 알려졌었는데, 감독의 역량과 힘이 작품의 퀄리티로도 대단하게 완성됐다”고 호평했다.
시네필은 물론 심사위원들도 '아름다운 후보'라고 내심 뿌듯해 했던 각본(시나리오)상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의 변성현·이진성 감독이 '3670' 박준호 감독, '얼굴'의 연상호 감독보다 최종적으로 많은 표를 수확했다. 심사위원들은 “하나만 꼽기 어려울 만큼 올해는 잘 빠진 시나리오들이 특히 많았다. '3670' '사람과 고기' '세계의 주인' '얼굴' 모두 시나리오의 특색에 따라 영화화까지 이어졌다”면서 “그럼에도 '굿뉴스'는 더욱 독특한 스타일의 각본이었고, 여러 번 다뤄진 역사적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확장 시켰다. 흥미롭게 잘 쓴 대사들이 재미를 더했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각 부문 1인자의 경쟁이라 봐도 무방했던 예술상 부문은 '굿뉴스'의 편집과 '얼굴' 미술, '파반느' 음악에 대산 선호도가 1차로 높았고, 2차 투표에서 '파반느' 이민휘 음악 감독이 작품이 그려내고자 했던 시네마 감성을 십분 살려낸 음악으로 더 많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이끌면서 '굿뉴스' 편집에 1표 차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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