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음.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산 주인공
통제형 엄마 밑에서 숨막히는 딸
어거지로 세상에 나왔으나 심약한 20대 공무원
픽션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지만
플라멩고라는 구심점이 전형적인 전개에
차별점 한 스푼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은 것 같아.
플라멩고의 동작 하나, 외치는 구호들,
함께 춤추고 서로를 지켜보며 던지는 눈빛,
마음을 담은 한마디들이 주인공을 변하게 했고
주인공 역시 그 변화들로 말미암아
딸, 부하 직원들에 손을 내미는 모습이 설득력 있었음.
주인공의 완벽주의, 딸과의 갈등,
그로 인한 내면의 고뇌가 중심 줄기이면서도
남성 중심 형님형님 조직문화라든지
공무원 사회의 어이 없는 폐쇄성,
더 잘해야지 강요하는 사회적 인식을
고루 담아냈는데 그 구성이 조잡해지거나
복잡해질 수 있음에도 군더더기 없이
어우러지게 잘 풀어냈단 생각이 들었음.
배우들 연기야 말해 뭐해인데
염혜란, 최성은 케미가 진짜 생각보다 더더더 개좋았고
특히 최성은 배우는 원덬이 되게 기대하는(?) 응원하는
배우인데 생각 이상으로 더 개잘하더라(!).
인터뷰에서 극중 인물인 김연경이 이해 안 되는 부분
많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본체는 쌉t..인 것 같은데ㅋㅋ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자칫 하면 진상 내지는 폐급으로 느껴질 수 있는
김연경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잘 그려준 것 같아.
두 배우 모두 감독이 작정하고 섭외했구나 싶었는데
최성은 배우는 앵글 하나하나 진짜ㅋㅋㅋㅋㅋㅋ
최성은 이렇게 찍으려고 캐스팅 했군요 할 정도로
미친 컷들 보여줌. 최성은 배우팬은 꼭 봐라 ㄹㅇ
유머 코드도 난 되게 잘 맞아서
백현진=진보 논객 겸 사회운동가 겸 백수 캐릭터가
아카라카 출신이라 시위 구호 잘 외치는 거에서
개터지고ㅋㅋㅋㅋㅋㅋㅋ
염혜란 배우 애드립으로 추정되는 툭툭 던지는 유머도
빵 터짐ㅋㅋㅋㅋ구정 홍보한다고 공사 현장에서
물벼락 맞을 때도 유튭 댓글이 리얼 그 자체라
개웃겼네 진짜ㅋㅋㅋㅋㅋㅋ
딸과의 갈등이 너무 가볍게 풀렸다는 지적도 있는데
영화의 톤앤매너, 더 중심적인 이야기(=주인공의 변화)를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었겠구나 싶으면서,
드라마를 위한 축소였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사실 죽을 만큼의 힘듦, 갈등이
내가 죽도록 미워한 상대방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에
풀려버리기도 해서 그렇게 납득을 한 것 같아 나는.
나도 통제형 부모 밑에서 자란지라
그들의 변화, 그 간단한 미안해 한마디가
얼마나 어렵고 또 그만큼 강력한 게 없는지 아니까.
마지막 장면도 너무 좋았다.
“연경아, 연경아, 아무렇게 춰도 난 플라멩고야.”
그리고 플라멩고 동작을 하는 두 사람의 풀샷으로 엔딩.
그래 좀 풀어지면 어때 좀 규칙을 벗어나면 어때
발 구르는 그곳이 무대이고
이리저리 흘러가다 멈췄다 다시 움직이는
그게 바로 나잖아.
빡세게 살든 태평하게 살든 뭐 어쩌라고!
그러니 내 삶의 양태가 어떻든
내가 나를 괴롭히거나 미워했다면
좀 보다듬어주고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그 화해가 내 주변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플라멩고로 멋지게 전달한 영화였어.
플라멩고 씬도 너무 멋지게 잘 담겨서
우와 하면서 봤다ㅠㅠ
감독님 첫 상업 영화 같은데 진짜 좋았어.
명망 있는 두 배우가 작은 영화로 만난 점도 너무 좋았던.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긴 후기를 남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