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 포 주 의 ※
글이 길어서 볼드체로 주제 표시해둠
박정민 인터뷰 (검정)
신세경 인터뷰 (보라)
※ 박건 ※
- Q.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다고 보나?
- 박건이라면 목숨까지 던질 수 있지만 박정민은 못 한다.
- 박건이라면 목숨을 던질 것이다. 박건처럼 사랑하는 이성을 목표로 하는 인물은 처음이다.
- 감정의 진폭을 가장 느끼고, 가장 많이 변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게 박건이라고 생각했다.
- 박건은 모든 표현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 싸워야 하고 총을 쏜다.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한다.
- 영화를 보면서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얼마나 인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죠. 조 과장도 그렇고 박건도 그렇고,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지점이 마음에 와닿았고,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Q. 멜로임에도 두사람 사이 특별한 스킨십 장면이 없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 그런 고민은 전혀 없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걸 수 있는데 그러면 박건이 약해 보일 것 같았다. 명분 없는 스킨십은 박건답지 않아 보일 것 같았다.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가 연기하다가 명분이 없고 목적이 없는 행동을 하면 어색하다. 손을 잡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과 애절해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무드가 달라진다. 리허설에서 한번 해볼까 하다가 어색해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 박건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박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명분 없는 스킨십은 하지 말자가 됐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박건이 그렇게까지 순애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굉장히 이성적이고 훈련이 고도로 된 병사 같은 느낌이었죠. 그런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촬영하면서도 계속 그 목적을 가지고 캐릭터를 끌고 가려고 했어요.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면서부터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선화라는 걸 염두에 두고 연기했죠. 그렇게 박건의 순애보적인 면을 찾으려 노력했다. 총을 쏘고 거칠게 싸우는 등 거침없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표현은 서툰 그런 면을 내게서 찾으려 했다. 이게 처음부터 찾아지는 건 아니고, 한 10회차 정도 촬영이 진행되니 자연스럽게 꺼내지더라. 그 이후는 쭉 밀고 가는 거지
- 박건이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것은 선화를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선화가 그곳에 흘러들어갔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분명한 목적성이 있었을 것. 선화를 어떻게 찾아 구하고 지킬지에만 몰두하는 인물로 박건을 설정하고 연기했다. 선화와 함께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모든 행동에 ‘선화’라는 키워드를 넣어 목적성을 설정했다.
-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과 개인 사이에서 갈등해보지 않은 사람이 갈등을 시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서툴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 멜로 연기를 해야지 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구해내는 것이다. 액션 영화고 누군가를 구출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대상이 채선화인데 이렇게까지 절절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박건과 선화의 감정이 깊게 표현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는 박건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복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경 배우가 선화 역으로 합류하고 같이 촬영을 하다 보니 뭔가 짙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감정이 좀 더 짙어지는 모양이다. '이게 어쩌면 멜로일 수도 있겠다'는 걸 촬영 중간에 알았다.
- (그게 언제쯤인가?) 박건은 원래 국가에 충성하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다. 그런 것에 익숙한 사람이 심경의 변화가 오는 지점이 있다.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어렵고 쓸쓸할 때가 선화의 노래를 들을 때이다. ‘아, 이 영화가 멜로일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단 한 번도 신념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았던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몸의 대화’를 하는 신이 많다 보니 액션도 감정적으로 하려 했고, 한 사람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가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 채선화 ※
- 선화는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을 살아온 사람이에요. 자신이 책임지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생존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강한 인물이죠. 채선화는 제가 만난 인물 가운데 가장 강한 생존 의지를 가진 인물, 삶을 향한 의지가 굉장히 강한 캐릭터였다. 그간 그녀가 해온 선택을 보면, 그렇게 용기가 있기도 힘들단 생각이 든다. 저는 감히 휴민트도 못 할 거 같은데
- 물론 조과장이나 박건과 비교할 때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울타리가 좁죠. 물리적인 힘이 센 캐릭터들에 비해 행동반경은 작을지 모르지만, 채선화는 그 좁은 울타리 안에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하며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립니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 선화는 과감한 결단력을 내리면서도 책임감으로 걸어가는 인물이다. 박건과 헤어진 계기도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치료 비용을 마련하려다가 아버지가 밀수로 적발됐다. 하필이면 담당자가 박건이었다. 사실 양쪽이 다 이해되는 상황이라 둘의 인생이 더 기구하다고 느꼈다. 둘의 운명이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박건과 재회했을 때는 위험한 상황 한가운데 서 있으니 근처에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고자 밀쳐내는 거다. 힘든 상황도 쉽게 표현하는 성격도 아니라 늘 절제하다가 후반부에서 제대로 된 감정을 표출한다.
- 선화를 나타내는 단어는 '생존'이다. 선화는 표현의 폭이 드라마틱하지 않아요. 초반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했다. 표정의 폭이 좁아서 섬세하게 파고들어야만 했다. 만들어진 미소와 진짜 얼굴 중에서 미스터리 한 부분을 보여주기로 했다. 조 과장과 호텔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잠자리 이야기를 나눌 때의 수치스러움, 정말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지 의구심, 박건의 이야기를 할 때의 흔들림 등 감정의 스텝을 밟아갔다.
- 되게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총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생존을 향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의지를 그런 장면들 속에서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고 표현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생각했어요.
- 정서적으로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 아주 많진 않아요. (두 인물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신들에서 확실하게 표현하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보위부가 수색하는 신들도 그런 장면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현장에 조과장님도 오셔서 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그 신이 일종의 긴장감도 있지만, 아주 짙은 정서가 깔려 있는,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신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멜로장인 조과장님이 지도를 해주셨어요. 상황 자체가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긴 하지만, 그 장면들이 쫀쫀해야 한다, 텐션이 정확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해주셨던걸로 기억이 나요.
※ 원칙주의자 ※
- 원리원칙주의자에 국가에 충성하는 이념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선화가 떠났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심경의 변화가 있다. 그리고 그 인물을 다시 만났을 때 무너져가는 자신의 신념을 마주한다. 그러다 보니 말로 표현하는 건 늘 어색하고, 결국에는 한 사람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판단을 했다. 말보다는 침묵하고 오히려 떨어져 있는 걸로 표현이 된다고 생각했다.
- 철두철미한 인물이 사랑을 잃은 후의 변화, 그리고 그 상대를 다시 만나면서 신념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한 캐릭터라, 오히려 침묵하고 거리를 두는 식으로 접근했다. 박건의 고독은 신념이 흔들리면서 그 갈등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 침묵이 너무 답답했다. 저는 대사에 기대는 편이라 말해야 감정이 나오는데 바라만 보는 게 어려웠다. 상대방은 오해하고 있고 진심을 알아줄지 갈등 섞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대사가 없어 힘들었다. 박건은 원리원칙주의자이고 갈등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이념적인 인간이라 선화가 떠난 거다. 그래서 모든 표현에 거칠다. 무언가를 잃은 심경의 변화, 무너져가는 신념을 말로 표현하는 건 어색하고 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게 익숙하다. 그런 사람의 고독을 표현해야 했다. 오히려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떨어져서 표현해야 했다.
- 저는 열연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보면 형편없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화보 찍듯이 만들어서 가자 했을 때 더 좋은 표정이 나오더라. 그렇게 모니터하면서 만들어갔다. 박건의 내면 상태를 촬영할 때는 무조건 선화라는 사람을 생각했다. 박건이 선화를 생각하면 어떨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 때문에 그 상황에서 박건이 행한 행위들에 대해 선화가 이해를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전 채선화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고 용기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박건의 어떤 선택들도 이해했을 거예요 '상황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원망은 했겠죠. 미련도 있었을 거고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고 봤어요.
- 채선화는 원칙적인 자기 남자에게 실망하고 엄마는 아프고 해서 돈을 벌어야 했을 것. 그런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판단을 한 것이다. 박건은 그 원칙주의적인 자신의 모습이 채선화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박건의 중요한 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잘하겠다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든 너를 구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 박건이 이번에는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선화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물고문과 진술서 ※
- 황치성에게 쓰는 진술서를 통해 채선화라는 인물의 전사가 조금 등장한다. . 물론 선화의 삶 위주로 작성한다. 박건은 언제 만났고 하는 게 적혀 있다. 되게 재밌고 마음 아프다. 핵심 내용은 황치성 대화 통해서 나와 있는데 필요한 건 둘 다 이미 알고 있었다. 저는 촬영 전에 그 진술서를 받아 읽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선화의 삶을 차근차근 보아와서 그런지 선화가 영화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아주 용기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진술서 내용을 읽으면서 그 둘의 귀여웠던 순간들, 풋풋했던 순간들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Q. 박건의 손으로 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둘 사이를 더 애틋하게 만든다.
-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두려웠다. 호흡기를 세숫대야에 담그지 못할 정도로 물 공포가 심하게 있다. 다행히 대역도 있었고 안전하게 촬영했다. 물고문이란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전까지 감정 교류가 필요했다. 상황이 박건과 채선화를 그렇게 만들었다. 눈에 수많은 감정을 담았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애증과 원망부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성인의 눈빛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사실 초반에 찍었는데 한국 세트장이었다. 정민씨랑은 낯을 가릴 때라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고 감독님의 디렉션에 의지했다.
- 그 장면은 선화가 당하는 물리적 고통보다, 그전까지 이어지는 감정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박건과 선화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감정을 많이 고민해서 연기했어요.
- 너무 답답하다. 개인적으로 대사에 기대는 배우이다. 말을 해야 감정이 나오는데 말없이 바라보라니. 고문 받는 장면. 무슨 말을 해야 나의 감정이 나올 텐데. 결국 아무 표정이 없을 때가 더 영화에 어울린다고 보았다. 화보 찍을 때처럼. 그냥 몰입해가며 만들어갔다. 감독님이 그런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클로즈업은 대본에 없던 것이다. 박건의 심정은 무조건 선화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 사랑하는 여자가 잘못해서 잡혀 왔는데 고문을 할 거면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은 거다. 최소한 죽이지는 않겠다는 마음이다.
- 그 장면에서 채선화는 박건을 향해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을 거로 생각해요. 물고문 직전에 박건을 쳐다보는 표정이 있어요. 이해하면서 한편으로 원망하고, 사랑도 미련도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 엔딩 ※
- 선화가 박건의 머리를 만져주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전사에 의하면 두 사람이 연애를 했던 소싯적에 박건이 좋아하던 행동이라고 하셨다.
- 선화는 그간의 삶의 태도 때문에 힘듦을 쉽게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절제된 느낌을 보여주다가, 박건이 총을 맞았을 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감정 표현을 해요. 그 장면이 저한테도 굉장히 중요했어요.
- 영화 말미에 박건을 향해 선화가 달려가다가 ‘안 되는데’ 원래는 없던 대사다. 감독님이 뭔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만든 대사다. 저는 그 대사가 마음에 많이 남아있다. 박건과 채선화가 본인들의 의지로 헤어진 게 아니라서 재회했을 때 위험한 상황에 다시 놓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여러 감정이 들겠지만, 이제야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떠나버리면 안 되는데 하는 감정이었을 거 같다.
-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이 ‘선화를 계속 바라봐 줘’라는 지시를 주셨어요. '어떻게 바라봐야 하지' 고민이 깊었다"며 "결국 한번 실수로 놓쳤던 전 연인을, 죽기 직전까지 눈에 담고 싶어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결심하고 연기했다.
- ‘내가 한 번 실수하고 잘못을 저질렀지만, 현재도 사랑하는 내 연인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고 싶어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거였죠.
- 영화 속에서 하는 행동 중에 우리끼리 전사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 있다. 무릎베개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그들이 전에 했던 행동을 하는 거다. 관객이 크게 알아줄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그런 전사가 있어서 연기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 휴대폰 녹음을 들을 때, 과거 박건의 목소리, 말투가 다르다. 어리고 순수할 때 박건은 지금 이렇게까지 폭력적이거나 하나밖에 모르는 인간은 아니었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별을 하게 되면 상대가 그립기도 하지만 상대와 보낸 시간 때문에 괴롭다. 상대로 인해 행복하고 좋았던 시간이 있다. 그것이 물밀 듯이 찾아왔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여자다.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서 부여잡고 싶은데 실패한 거다. 그렇게 변해버린 한 사람의 결정이 꼬여서 그렇게 된 거다.
※ 녹음 ※
- 감정을 잡기 위해 우리만의 전사를 생각했었다. 핸드폰으로 듣게 되는 박건의 목소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박건 목소리와는 다르다. 어릴 때, 순수했을 때는 그랬을 것이다. 지금처럼 자기임무밖에 모르는 인물이 아니다. 이별을 하고 상대가 그리울 것이다. 같이 지낸 그 시간이 그리움이 물밀 듯이 다가올 때, 채선화를 다시 봤을 때 감정이 격해질 것이다.
- 대본 보면서는 초반에 선화의 노래가 담긴 휴대폰 녹음을 들으면서 괴로워하는 그 신이 좀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 사람도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앞만 보고 매달리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거잖아요. 그런데서 이 안물이 생각보다 한 사람에게 많이 마음을 내어주고 있구나를 판단한거 같아요.
- 생각해보자면 갈등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 갈등하면서 생기는 고독이다.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어렵기도 했지만 쓸쓸했던 장면이 창가에서 선화의 노래를 들을 때다. 그 장면 때문에 멜로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박건이 창가에서 예전에 선화가 불렀던 노래인 ‘이별’을 다시 듣는 장면에서 '이건 멜로겠구나' 싶더라.
※ 재회와 "이별" ※
Q. 처음 레스토랑 '아리랑'에서 선화를 만나는데, 선화가 거기 있는 걸 알고 간 것인가, 아니면 몰랐던 건가?
- 그걸 정해야 해서 어려웠다. 감독님이랑 정한 것은 선화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건 아닌데 '아리랑'에 있는 건 모른다. 박건은 원래 자기 임무를 빨리 수행하고, 채선화를 찾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황치성 총영사를 따라갔다가 그곳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고 남는 시간에 선화를 찾아다녔고, 황치성과 같이 간 '아리랑'에서 선화를 발견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갔다.
- 멜로적으로 부담스럽고 잘할 수 있을까 했던 신은 하나다. 식당 뒤에서 선화를 만나는 장면이었어요. 선화와 건이 단둘이 이야기하는 거의 유일한 장면인데 대본으로만 봤을 땐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 신은 ‘그래서 이 둘이 어떻게 된 건데? 무슨 사이인데?’ 이런 궁금증을 줘야 했어요. 감정이 계속 튀어나와야 하지만 그게 직접적이어서는 안 되는, 그런 게 좀 어렵고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대사 연습을 제일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던 신이 그 신이에요. 리허설 때 첫 대사가 ‘잘 지냈소’였는데 감정 없이 편하게 내뱉으니까 오히려 좀 더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어렵사리 오랜만에 만나서 ‘잘 지냈냐’고 묻는다는 게 가슴을 때리는 게 있어서, 고민 끝에 이 감정을 가지고 가보자고 생각했죠. 감독님도 제가 고민을 많이 한 걸 알아서 인성이 형한테 SOS를 쳤던 거 같다. 그날 밤 촬영장에 조인성 형이 직접 오셔서 귓속말로 '이런 느낌으로 해보라'고 지도를 해주고 가셨다. '좋아, 좋아' 하며 응원해주실 정도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장면이다. 그날 하루 빼고는 멜로 연기로 접근하지는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출하기 위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액션신이 많다 보니까 한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다.
- 신세경 씨의 '이별'도 엄청 흥얼거렸다. 그런 매력이 있던 음악이다. '이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노래 왜 이렇게 잘해?', '사투리로 노래를 하네'였다. 영화를 보고 들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 노래의 진가를 촬영할 때 알았으면 더 애절하게 나왔을까 싶다. 세경 씨의 '이별'이 참 좋더라.
- 다시 만났을 때 선화는 이 사람이 내 가까이에 머물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겠죠. 그래서 멀리하고 싶었을 수 있었을거 같아요. 실제로 같이 죽을 필요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 처한건 나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을거 같아요.
- 재회했을 때 선화는 너무 위험한 상황 한가운데 서 있으니까 박건이 근처에 오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 영화 속 채선화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패티김의 '이별' 노래 역시 보컬 선생님을 통해 연습했다. 채선화에겐 그 장면이 여러 정서가 담긴 노래였다. 북한 식당에서 노래하는 사람인데 전 연인과 맞닥뜨린 상황이고, 그 와중에 부르는 노래는 추억이 있는 노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채선화가 느낄 여러 감정을 감안해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선화가 무대에서 정식으로 노래를 소개하는 신은 단지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정서가 담겨있는 신이다. 박건에게 좋았던 시절에 선물처럼 불러준 노래이기도 하다.
- 저는 모니터를 통해서 봤을 때 박건이 너무 멋있었다.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무래도 눈빛이었다. 정확히 기억나는 신은 레스토랑에서 황치성과 있을 때 선화를 아주 오랜만에 재회하는 신이 생각난다. 세트장 촬영했는데 현장 편집본으로 붙여보면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심장이 철렁했다.
※ 신발 ※
- 박건이 채선화에게 자신의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도 큰 울림이 있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촬영 전 콘티를 볼 때부터 그림만 봐도 눈물이 났다. 채선화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박건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 원래는 그 신에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빠졌다. 그런데 오히려 대사가 없는 게 더 좋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
※ 연기 ※
- 제가 감히 신세경이라는 배우를 입에 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법 같은 힘이 있는 배우다. 카메라 앞에서 신세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인물로서 저를 압도하는 것이 있다. 나를 바라보는데, 박건의 "왜 그렇게 가혹하게 사라졌소"라는 대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 그래서 제가 많이 기댔다. 세경 씨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이 기댔고, 내일 그런 장면이 있으면 '신세경이 있으니 알아서 되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같이 하는 장면이 아니라도 그를 기억하면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굉장히 아름다운데 지켜주고 싶기도 하고 강단이 있기도 하다. 두 이미지가 같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배우예요. 눈빛이나 목소리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뛰어나죠. 제가 이성과의 사랑 연기를 많이 해본 편은 아닌데 세경 씨가 흐름을 잘 잡아줘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많이 의지했고, 덕분에 박건의 감정도 더 잘 살아났던 것 같아요.
- 이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입었을때, 그 눈빛과 목소리로 상대방을 대할때 나오는 마법같은 힘이 있는거 같아요. 그걸 제가 (박건과 채선화의) 소풍 사진 찍으면서 느꼈거든요. 촬영 전에 찍은건데, 사실 서로 서먹서먹할 때였어요. 그런데 연인처럼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날이였어요. 워낙에 베테랑이니까, 주도를 해주셨어요.
- 채선화라는 인물이 판을 흔드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덕에 저도 선화라는 인물에 더 집중해서 박건을 연기할 수 있었고, 제가 선화라는 인물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멜로 연기에 참여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세경씨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이건 '신세경 피셜'인데 본인은 그렇게까지 마음을 빨리 여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스태프나 배우들과 좀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배우인데, 저희랑 있는게 재밌었던 것 같다. 또 타지에 가서 촬영을 하니까 좀 더 마음을 빨리 열어주고 재미있게 시간 보내려고 하더라. 저도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더라. 저희 팀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도 집중력이 좋았고, '어떻게 이렇게 하지?' 싶을 정도로 사람을 확 압도하는 게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좀 놀랐다. 신세경이 좋은 배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서 이 정도 힘이 있는 배우였나?' 등은 대면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니까.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랐다.
- 정민 씨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너무 너무 좋았다. 정서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정민 씨는 감독님과 작업을 여러 번 해봤으니까 감독님 현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의문이 생기거나 그런 지점을 많이 도와주셨다. 순간 순간 현장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줬다.
- 곁에서 일을 하다보면 구태여 찾지 않아도 매력이 느껴지는 분. 일을 하면서 느낀 매력은 상황이 혼란스러워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하는게 멋진거 같아요. 사실 제가 이 말을 홍보 과정에서 여러 번 했는데 너무 같은 말을 반복하면 빈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 않나. 근데 정말 요만큼의 빈말도 섞이지 않은 진심이다. '저렇게 해야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배우고 싶은 지점이 많았다. 현장편집을 통해서 금방 연기한 것들을 볼 때라던가, 그간 우리들이 찍어온 것들을 점검할 때라던가 할 때도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 과하게 겸손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저는 실제로 좋았다. 영화의 모든 신에 박건과 채선화의 전사를 설명할 수 없었다. 정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신은 나와 박정민이 잘 표현해 관객을 완벽하게 설득해야만 했다. 그런 장면들은 놓치는 것 없이 120% 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는데 박정민 덕분에 두 캐릭터의 전사가 잘 설명되고 완성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