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퍼펙트 블루'는 곤 사토시의 첫번째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만화가이자 애니메이터로 경력을 쌓았고, 1993년 OVA '죠죠의 기묘한 모험' 등에서 작화와 연출 보조를 맡아 재능을 인정받았다.
2. 이 공로로 매드하우스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가 1994년 곤에게 연출 의향을 타진했고, '퍼펙트 블루'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3. '퍼펙트 블루'의 원작은 1991년에 발표된 다케우치 요시카즈의 소설 '퍼펙트 블루 : 완전변태'이다. 아이돌 가수가 걸그룹을 탈퇴하고 광적인 남성 팬에게 스토킹의 표적이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내용으로, 아이돌에 병적으로 몰입하는 오타쿠적 팬덤의 어두운 모습에 대해 다루고 있다.
4. 이 소설이 집필된 배경에는 1989년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이 있다. 미디어가 범인의 방을 찍어 공개하며 오타쿠 문화를 희생양 삼자, '오타쿠=잠재적 범죄자'라는 히스테리가 일본에 번졌는데, 소설 '퍼펙트 블루'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시켜 극단적 팬덤이 만든 뒤틀린 애정과 폭력,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병리에 대해 표현했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글이라는 평도 있으나, 독특한 문제의식으로 인해 잊기 힘든 충격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5. '퍼펙트 블루'는 실사 영화로 추진되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등으로 제작 여건이 악화되어 비디오용 영화로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내 OVA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곤 사토시는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데뷔작을 만들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저했으나, 원작자가 '주인공이 B급 아이돌일 것, 그녀에게 광적인 팬(스토커)이 존재할 것, 호러 장르일 것.' 이 3가지 규칙만 지키면 이야기는 마음대로 바꾸어도 좋다고 허락을 해 준 것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되었다.
6. 곤 사토시는 원작을 읽지 않고 제작사로부터 전달받은 각색 시나리오만 읽었다. 이 각본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아이돌 소녀가 이미지 변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변태 팬에게 습격당한다'는 단순 스플래터물이었고, 영화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아이돌과 호러물 양쪽에 모두 관심이 없었다.
7. 곤 감독은 영화화를 맡게 되면서 핵심 설정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뜯어고치는 수정 작업에 착수한다. 그는 원작에서 가져온 '아이돌'이라는 존재와 '오타쿠 스토커'라는 요소를 자기 식으로 해석해, 범인의 기괴함이나 범죄 행각 자체보다 스토킹의 대상이 된 피해자(주인공)의 내면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꿈', '기억과 사실', '본모습과 타인이 보는 모습'등 경계가 분명해야 할 것이 무너져 뒤섞이는 모티프를 핵심 주제로 구상해 낸다.
8. '퍼펙트 블루'에서 강조된 요소들 대부분은 원작 소설에 없다. 미마의 심리를 나타낸 극중극 '더블 바인드' 역시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정체성에 관한 주제 역시 오리지널 요소이다. 곤 감독은 '주인공인 나보다 더 나다운 캐릭터가 인터넷에 만들어진다'는 착안을 통해 미마가 과거 아이돌이었던 '이상적 자기 이미지'에 팬들이 집착한 나머지 '환각으로 구현된 분신'과 대면하게 된다는 구성을 창조했다.

9.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 역시 이런 정체성 혼란과 관계가 있다. 원작 소설은 광팬이 모든 범행을 저지르는 내용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미마의 매니저인 루미가 정신질환으로 자아를 잃고 '진짜 미마'로 범행을 저지르는 반전이 추가되었다.
10. 곤 사토시는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콘티의 모든 컷을 직접 그릴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임했다. 각본 작업과 콘티, 작화 작업이 병행되며 빠듯하게 진행되었고, 한정된 인원과 시간으로 완성해야 했기에 창의적인 연출로 부족한 자원을 만회했다. 현실과 환상을 연결하는 빠른 매치 컷 기법은 예산 절약과 예술적 표현을 동시에 달성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11.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퍼펙트 블루와 같은 성인 대상 사이코 호러물은 전례가 없었다. 제작 예산 역시 9천만 엔(83만 달러)으로 적은 편이라, 좁은 시장을 타겟으로 한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했고 관계자들도 소수 매니아층에 소리소문 없이 소비되고 마는 영화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완성 직전에 배급사 결정으로 극장 공개가 전격 결정되며 해외 영화제에 선을 보이게 된다.
12. 1997년 8월 '퍼펙트 블루'가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평단과 관객 모두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정에 없던 추가 상영이 마련되었고, 관객 투표로 최우수 국제영화상에 오르는 이변을 낳는다.
13. 이어 여러 판타스틱 영화제, 장르 영화제에 초청되며 해외 매니아들에게 입소문으로 '퍼펙트 블루'는 조금씩 알려진다. 유럽과 북미 배급사들이 관심을 보였고, 해와 홍보에서 B급 영화 거장 로저 코먼과 스타워즈 5편의 감독 어빈 커슈너가 이 영화를 극찬하는 코멘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곤 사토시는 '몇 사람 입에 오르내리다 사라질 작품' 정도로 여겼던 영화가 국제적 반향을 얻자 무척 놀랐다고 한다.
14. 곤 사토시는 퍼펙트 블루의 결말에 대해 100% 만족하지는 못하며, '좀 더 관객을 헷갈리게 할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그의 완벽주의적 태도 때문이고, 대체로 이 작품에 대해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15. 일본에서는 극장 흥행 성적이 높지 않았으나, 애니메이션 평론가들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다. 전반적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런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냈다'는 신선함으로 해외 언론에서 더 화제가 된 측면이 있다.

16. 제목인 '퍼펙트 블루'의 의미는 곤 사토시 본인도 모른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라서 그대로 사용했고, 영화로 각색되는 도중 스토리를 변경하고 주제를 달리 하면서 의미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제목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의미심장하고 신비롭게 들려서 그대로 유지했다.
17. 관객들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미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관객들은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사실은 그것을 파악하기 불가능한 것이 영화의 핵심이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 영화를 여러번 본다면 특유의 맛이 사라질 수도 있다. 곤 사토시 본인은 스토리보드를 만들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분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다.
18. 곤은 '더블 바인드'의 노출신 촬영을, 미마가 프로 배우가 되기 위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여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성인으로서 우리는 개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시련에 직면한다. 곤은 그녀의 노출신 촬영을 그런 극단적인 시련으로 간주했다.
19. 곤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거대 로봇, 커다란 눈의 소녀들이 계속해서 화면을 채울 것이고,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그것들을 보는 관객이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탱하는 도중에 자신같은 비주류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독특한 작품이 등장하길 바라고 있다.

20. 서구권에서 이 작품의 명성은 21세기를 넘어서며 갈수록 높아졌고, 작중에 쓰인 영상 언어와 서사 기법은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마돈나는 자신의 콘서트 Drowned World Tour 중 'What It Feels Like for a Girl' 리믹스 무대에서 '퍼펙트 블루'의 영상을 클립으로 삽입하여 사용했고, 이 영화의 환각 신을 무대 연출에도 응용했다. 2010년대 이후에도 여러 팝가수의 뮤직비디오나 비주얼 아트에서 '퍼펙트 블루'의 기법들은 종종 차용되고 있다.
21.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퍼펙트 블루'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작 '레퀴엠'의 욕조 장면은 미마의 욕조 신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고, 2010년작 '블랙 스완'은 주제와 연출이 매우 유사하여 팬들 사이에서 지금도 비교되고 있다. 아로노프스키는 '블랙 스완' 개봉 당시 이러한 유사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퍼펙트 블루'와의 유사점을 인정했지만,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했다. 그는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구매를 포기한 전력이 있다.
22. 몇 년동안 컬트적인 명성을 얻었던 '퍼펙트 블루'의 위상은 곤 사토시가 여러 편의 후속작을 내며 거장 반열에 오른 뒤에 더욱 높아진다. 타임즈, 토탈 필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디와이어 등의 유력 언론이 이 작품을 상위권에 꼽았고, 수많은 재평가가 이루어져서 초기의 비밀스러운 컬트 대접과는 달리, 지금은 전설적인 거장의 데뷔작이자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23. '퍼펙트 블루'는 이후 등장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창작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널리 언급된다. 이 작품의 성공은 일본 애니가 기존의 SF와 판타지, 모험 소재를 넘어 심리 스릴러, 호러, 서스펜스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4. 2025년 재개봉을 맞아 일본에서는 CHAM의 8cm 싱글이 발매될 예정이다. 이 싱글에는 CHAM의 대표곡인 '愛の天使(Angel of love)'와, 미마가 탈퇴를 발표하고 부르는 발라드 '想い出に抱かれて今は(Now Embraced by memories)'가 실린다(음악 스타일과 컨셉을 바꾼 2인조 CHAM의 히트곡 'Alone but at ease'는 제외되었다.) 발매일은 작중 'Angel of love'가 발매된 날짜인 11월 1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