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by Shedwick
오스카는 공포 영화와 복잡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장르는 종종 저평가되며, 뛰어난 연기마저도 후보 명단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몇몇 공포 영화들이 주요 부문에서 성공을 거둔 적도 있으며, 이는 아카데미가 이 장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는 상당한 수의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고, 특히 데미 무어(Demi Moore) 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서브스턴스》는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바디 호러(body horror) 영화다. 따라서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오스카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상당한 돌파구처럼 보였다.
그러나 데미 무어의 후보 지명이 곧 아카데미가 공포 영화를 진정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녀의 연기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후보 지명은 기존의 오스카 서사에 부합하는 선택이었지, 공포 영화 자체를 위한 승리는 아니었다.
만약 오스카가 정말로 공포 영화를 존중하려 했다면, 릴리 로즈 뎁(Lily-Rose Depp)을 《노스페라투(Nosferatu)》로 후보에 올렸어야 했다.
데미 무어의 후보 지명은 오스카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데미 무어의 《서브스턴스》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은 공포 영화가 가장 많이 인정받아온 부문을 그대로 따른다. 과거에도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 캐시 베이츠(Kathy Bates), 조디 포스터(Jodie Foster) 등이 공포 장르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여러 배우가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공포 영화 배우들이 부당하게 후보에서 제외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토니 콜렛(Toni Collette, 《유전(Hereditary)》)과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 《어스(Us)》) 가 오스카에서 무시당한 것은 아직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데미 무어의 후보 지명은 공포 영화 팬들에게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단순히 "공포 영화가 마침내 인정받았다!"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브스턴스》의 오스카 수상은 공포 영화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기존의 패턴을 따랐을 뿐이다
오스카에서 연기상 수상은 종종 배우의 "커리어 공로상" 처럼 작용할 때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일을 들 수 있다. 그녀의 수상은 단순히 영화 속 연기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그녀의 오랜 배우 생활에 대한 헌사처럼 보였다.
데미 무어도 비슷한 경우다.
그녀는 한 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른 적이 없었으며, 이번 영화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인기 스타였지만, 특정한 역할에 갇혀 있었던 배우였고,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는 "데미 무어가 여전히 강렬한 배우다"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그녀가 골든글로브에서 했던 수상 소감은 《서브스턴스》가 다루는 주제와 맞물리며, "자신이 과거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내러티브를 강화했다. 결국, 오스카가 공포 영화 자체를 인정했다기보다는, "데미 무어의 커리어 회복"이라는 서사에 더 힘을 실어줬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스카는 릴리 로즈 뎁을 후보에 올렸어야 했다
데미 무어가 《서브스턴스》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아카데미가 정말로 공포 영화 자체를 인정하려 했다면, 릴리 로즈 뎁(Lily-Rose Depp)의 《노스페라투》 연기를 주목했어야 했다.
뎁이 연기한 "엘렌 후터(Ellen Hutter)" 는 공포 연기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특히 그녀의 "빙의(possession)" 장면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에거스(Eggers) 감독은 CGI를 최소화하는 스타일로 연출했기 때문에, 뎁의 신체적 표현력과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핵심 요소가 됐다. 그녀는 극한의 신체적 연기를 펼치며, 감정적으로도 강렬한 깊이를 더했다. 이런 점에서 공포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카데미는 공포 영화를 공포 영화답게 인정해야 한다
물론, 데미 무어의 연기 또한 신체적으로 도전적인 역할이었고, 불쾌하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녀의 후보 지명에는 "공포 장르 자체의 인정"보다는, "커리어 부활"이라는 요소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노스페라투》는 기술적인 부문에서 여러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이 말은 곧, 아카데미가 영화의 비주얼과 미적 요소는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릴리 로즈 뎁의 연기 역시 충분히 평가받을 만했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는 엠마 스톤(Emma Stone, 《가엾은 것들(Poor Things)》)과 양자경(Michelle Yeoh,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같은 독창적인 연기를 인정하며 기존의 오스카 기준을 깨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공포 영화도 더 이상 "다른 장르를 빙자한 작품"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공포 영화 연기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릴리 로즈 뎁이 보여준 공포 연기야말로, 오스카가 진정으로 공포 영화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한다.
따라서 "데미 무어가 후보에 올랐으니 공포 장르도 인정받은 것이다" 라는 해석은 단편적이며, 진짜 공포 연기의 가치를 놓치는 것이다.
If the Oscars Really Respected Horror, They Would’ve Nominated This Act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