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말란의 신작 '트랩'은 유명한 팝스타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임
평소에 별 관심도 없었던 이런 공연을 보러온 건
그가 애지중지하는 딸이 이 가수의 팬이기 때문
공연장 앞에서 부녀가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도입부를 보면 가족애를 다룬
훈훈한 내용일 것만 같지만
감독이 샤말란이니까 그럴 리는 없지
이 콘서트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고 공연을
관람하던 주인공은 이내 그 실체와 맞닥뜨리게 됨
이게 어떤 것인지는 예고편을 보면 나올 것 같고
이 영화가 특이한 이유는 거의 영화의 절반 이상이
콘서트장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임
그래서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오게 되고
우리는 본의 아니게 작중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가수의 공연 장면을 보아야 함
상당한 미모에 노래도 그럭저럭 잘 하는 것 같은
유색인종 가수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설정에 수상함을 느끼게 된 건 영화 도중에
다른 샤말란 작품과 마찬가지로 샤말란 본인이
카메오로 잠깐 출연했기 때문임
공연 스탭 역할로 나와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격하게 칭찬하는 샤말란을 향해
그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내게 작게 속삭였음
"혹시 저 가수 샤말란 딸 아니야?"
"뭐? 딸이 저렇게 예쁘다고? 완전 미인인데?"
"아니야, 내가 보기엔 닮은 것 같아. 자세히 보면
샤말란 얼굴이 있어.."
그 의구심이 더욱 커지게 된 건
중반부 이후에 내용이 갑자기 바뀌며 그 여가수가
더욱 큰 비중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었는데
주인공인 조쉬 하트넷 다음가는 분량을
받은 그녀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임
"대체 쟤는 누구야?"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며
나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의 통찰에 감탄하였음
레이디 레이븐(팝스타) 역 - "살레카 나이트 샤말란"
상영관을 나오며 검색해 보니 살레카는
이미 몇 년간 활동해온 경력있는 가수였음
유튜브에 뮤비도 있고 스포티파이에 음반도 있고
게속 여기저기에 나오던 기성 가수
그제야 난 기존 샤말란 영화의 미스터리가 풀리듯
이 콘서트의 비밀 및 이 영화의 모든 수상한 부분을
납득할 수 있었음
왜 콘서트장이 배경인가?
왜 가수가 계속 나오는가?
왜 저렇게까지 작중의 공연 비중이 높은가?
배경 화면(?)으로 등장하는 수준인데도 왜
저 가수는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고 세트를 바꾸고
댄서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노래를 계속 부르는가?
왜 저렇게까지 성의있게 가수의 무대가 연출되는가?
왜 알게 모르게 그 가수의 공연 및 노래를
두시간 동안 보고 들어야 하는가?
아마 영화 제작비로 저 많은 안무, 음악,
사운드트랙에 들어가는 열 곡도 넘는 솔로 곡
전부 제작했을텐데 대체 저분은 누구인가?
감독 딸이니까! 애당초에 앞뒤가 뒤바껴 있으니까!
작중 테일러 스위프트 급의 엄청난 팝스타로
묘사되는 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면
콘서트 장에서 어떤 중년 남자를 둘러싼 음모가
펼쳐진다는 스릴러 설정은 아마 뒤에 붙었을거고
아마 이쪽이 먼저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샤말란 영화 보러 갔다가 쌩돈 내고 감독님이
딸사랑하는 광경을 두 시간동안 보고 온 셈임
이렇게 해서라도 따님을 가수로 띄울 수 있으면
뭐 좋은 일이긴 하지만
첫번째로는 영화가 별 재미가 없고
두번째로는 따님의 노래가 그닥 좋지가 않더라 ㅠㅠ
시작할 때부터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가지
계속 나오는데도 한 곡도 제대로 귀에 안들어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