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서사가 현세를 배척하는 것은 단지 그 학의 차이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 그리 심하게 배척하는 것입니까?”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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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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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대답하기를,
“내가 왜 심하게 배척하겠는가. 다만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뿐이다. 내가 이미 이 현재의 세상에 살고 있는 이상 의당 현세의 일에 대하여 진력하기를 위에서 말한 바대로 해야 할 것이니, 여기에 다시 더 보탤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서사의 말을 가지고 한 번 말해보자. 그들은 말하기를, ‘지금의 세상은 괴로운 세상이다.’ 하고, 또 ‘현재의 세상은 잠시 머물러 가는 세상이다.’ 하고, 또 ‘현재의 세상은 사람의 세상이 아니라 금수(禽獸)의 근거지이다.’ 하고, 또 ‘이 세상은 금수의 세상이다.’ 한다. 이 때문에 그들 나라의 현사(賢士) 흑랍(黑臘)이라는 자는 항상 웃기만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허물(虛物)을 좇아 다니는 것을 웃는다는 것이며, 덕목(德牧)이라는 자는 항상 곡을 하는데, 그들이 불쌍해서 곡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독 서사(西士)만 아는 것이란 말인가. 대우(大禹)가 말하기를, ‘삶은 나그네 살이이며 죽음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누구나 다 이 세상을 여인숙(旅人宿)으로 여기니, 어찌 장구히 연연해 할 만한 것이겠는가. 그들의 말은 옳지만, 이른바 금수의 세상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상제(上帝)께서 이 삼계(三界)의 세상을 만듦에 위로는 외연(巍然)히 하늘이 높고 아래로는 퇴연(頹然)히 땅이 놓여 있다. 하늘의 양기는 밑으로 내려오고 땅의 음기는 위로 올라가서 서로 섞이어 합쳐져서 만물이 화생(化生)하는데, 상제는 그 중에서 가장 청숙(淸淑)한 기질을 받은 자를 사람으로 명해서 삼재(三才)에 참여시켰다. 이 사람이 하늘을 가리켜 하늘이라 하고 땅을 가리켜 땅이라 하며, 만물 중에서 사육할 만한 것은 사육하고 잡아먹을 만한 것은 잡아먹고 이용할 만한 것은 이용하니, 어느 것도 우리 사람들이 상제를 도와서 이루어주는 도리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금수의 근거지이다.’ 하고, ‘금수의 세상이다.’ 하니, 그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 그 말이 엉터리라는 것은 굳이 여러 말로 따질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이 미혹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만약 서사의 말대로라면 그 유폐가 필시 살지 않는 것을 선(善)이라고 하는 데까지 이를 것이다. 만약 모든 인류가 다 없어지도록 한다면 이 천지간이 텅텅 비어서 정말 금수의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