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부르기는 어려운 노래이긴 해요. 그래도 성격 좀 바꾸고 싶어서 일부러 골랐어요.”
프로야구 KT 위즈 외야수 정준영(20)은 지난 23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팬 페스티벌에서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을 열창했다. 보통 경기 도중 흥이 오른 상태에서 팬들이 함께 부르는 곡이지만, 이날 마련된 독무대에서 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유가 있는 선곡이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만난 정준영은 “원래 내 성격은 지극히 내성적이다. 그런데 프로 입단 후 성격을 조금씩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적극적이고 활달해야 그라운드에서도 거침없이 뛰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결심했다”면서 “이날 노래도 이런 이유에서 골랐다. 원래는 같이 불러야 흥이 나는 곡이지만, 용기를 내서 혼자 소화해보기로 했다”고 웃었다.
장충고를 나와 지난해 데뷔한 정준영은 KT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선 대타 겸 대주자 요원으로 나와 필요할 때마다 자기 몫을 해줬고, 수비에선 타고난 센스와 넓은 수비 범위로 선배들의 뒤를 받쳤다. 팬들은 아직은 어린아이 같은 정준영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삐약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데뷔와 함께 1군 자원이 된 정준영은 물론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아직 공수주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조언과 꾸지람도 많이 받았다. 한동안은 2군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때도 있었다.
정준영은 “입대 전까지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싶은데 얼마 전 사랑니를 빼서 잘 먹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신 운전면허시험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가 재능이 없어서인지 벌써 몇 차례 떨어졌다. 다행히 최근 필기와 실기 모두 합격해서 이제 도로주행시험만 남겨놓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상무는 야구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의 장 아닌가. 많은 선배들이 상무에서 실력을 쌓아 KBO리그에서 활약한 사실을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되기 위해 1년 6개월이란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준영은 신장 1m73㎝, 체중 73㎏으로 신체조건이 뛰어나지는 않다. 프로 데뷔 후 근육량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은 풀타임을 오롯이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정준영은 “지난 2년간 체력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상무에서 정말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제대 후에는 내구성이 더욱 뛰어난 선수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