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사회에서 말하는 흙수저야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도 붙어봤고
빛 한점 안들어와 한낮에도 불을 켜야하는 곰팡이 가득한 집에서도 살아봤어
어린 시절부터 알바를 했음에도 돈이 모이기는 커녕 늘 마이너스였어
그래도 가족들끼리 의지하고, 줄어드는 빚을 보며 마음 달랬다
30대 되서 이제 좀 숨 쉴 틈이 생겼다 생각했는데
엄마가 대장암에 걸렸어
마땅한 보험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조그맣게라도 모아둔 돈 다 쏟아부었어..일단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암 치료때문에 대출도 받았다..
그래도 그나마 초기에 잡아서 다행이었어
5년이 지나고 완치 판정 받았고 나도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잘 지냈어
그 때쯤 학자금 대출도 다 갚고, 빚도 하나 청산해서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나이 38에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어
코로나도 버텼는데 타격이 컸는지 어제까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퇴사처리 되서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알바는 했지만 조금 있던 돈도 다 쓰고
허덕이면서 백수생활 8개월하고
1년짜리 계약직 겨우 구해 다녔어
나이가 있으니 일 구하는 것도 진짜 힘들더라
계약직도 겨우겨우 구한 기분이었어
그리고 그 계약도 작년부로 끝이 났어
또 백수생활 시작인거지
내 인생 참 쉽지 않다 싶더라
올해 내 나이 마흔이야
그리고 이제서야 마이너스에서 제로가 되었어
부모님도 나도 고생 많았어, 우는 날도 많았고
잠들면 눈 뜨지 않기를 바라는 날도 있었고
그냥 죽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 날도 있어
sns보면 이 나이에는 얼마가 있어야 하고 이 정도는 되야 한다 등의
말이 있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 우울할 때도 있어
근데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고 없다가도 있는거라고
잘 나가던 사람이 나이 50에 돈 한푼 없을 수도 있는거고
돈 한푼 없던 사람이 주식이나 로또로 대받칠 수도 있는게
인생이잖아?
나도 노력하면 해 뜰 날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지냈어
그렇게 뭐든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했어
그리고 그 결과인걸까?
나 2월부터 출근해
오늘, 아니지..어제, 면접 본 회사에서 연락와서 2월부터 출근하래
사실 형식적인 면접이었고 예전에 내가 업무 차 잠깐 도와드렸던 분이
이 회사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신데..날 적극 추천했다고 해
연봉도 오르고 근무조건도 좋아
거기다 그저께,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이 연락와서
자기 이직한 회사에 사람 구하는데 나보고 오라더라고
그렇게 입사제의도 받았어
앞의 회사가 조건이 더 좋아서 거절했지만 말이야
요즘 취업시장 정말 힘들어서 이 나이에 어쩌나 싶었는데
열심히 살아온 지난 내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더라고
연초부터 좋은 일 생겨서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많을건가 보다 싶어
부모님도 60대 중반을 훌쩍 넘기셨는데도 아직 일하시고..
건강하신 것도 다행이고 그래
내 사정을 아는 누군, 부모와 인연 끊고 내 삶을 살아라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그거 참 어려운 거더라고
게다가 가족들과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다 사업실패로 그렇게 된거라
탓하기도 그렇고..그래서 그냥 가족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어
이 나이에 돈 한푼 없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냥 마냥 좋네
이제 돈도 모으고, 노후 준비해야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스타트지만
남과 비교하면 불행하기만 할테고
나는 내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보려고
2월부터 출근하라는 말에 잠이 안와서
나 힘들 때, 도움 많이 받았던 여기에 글 써본다
고마워
지금 힘든 시간 지나는 덬들도 있을거야
버티다보면 좋은 시간 올거야 힘내
이건 진짜야 내가 산 증인이잖아ㅎ
이 글을 읽는 덬들도 좋은 일들 많았음 좋겠다
다시 한번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