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바빠서 겨우 오늘 퇴근해서야 보고 부랴부랴 남기는 막화 감상!
개인적으로 원작 한줄 서평으로 동료 작가들이 남긴 글귀 중 가장 공감되었던 표현이 "뛰어난 안정감"이었어.
바꿔 말하면 기발하다거나 허를 찌르는, 등의 수식어보다는 추론 가능한 범위 내의 빌드업이고 "추리" 자체에 집중하는 마니아라면 다소 싱거울 수 있을 정도의 트릭과 사건의 구조(충격적 상황에서의 11살 어린아이의 기억 오류나 23년 전 과거의 아날로그적 면모로 인한 설득력 있는 트릭이라던가)라는 건데, 전에도 말했듯 나는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도 안정적이고 정성스러워서 합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느닷없이 닥친 불행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의 치유와 회복과 성장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더욱이 드라마로 옮기면서 원작에서 좀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마키코가 도주하는 부분이 원작과 다르게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자신의 오랜 부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었다던가, 준이치의 현 여친이 그 과정에서 마키코를 불러들이기 위한 편의적인 기능에서 배제되었다던가, 준이치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 폭력성을 현여친에게 술김에 드러내는 부분이라던가던가던가)을 들어내고, 원작에서는 어머니를 잃은 아들이었던 나라 형사를 연인을 잃은 여자로 성별 전환한 것등 상당 부분 현실적이면서도 pc적인 각색이 돋보였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라 형사가 초반부터 이 사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그 경위를 좀 더 연출로 보여줬으며 어땠을까는 하지만, 겨우 42분 남짓한 9부작 드라마에서 메인캐 4인방의 감정과 서사를 그리는데도 힘든데(반대로 나오토가 왜 그리 마키코를 위해 희생하는지, 마키코가 과거의 트라우마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등) 그거까지 요구하는 건 과욕이겠지..^^ 신문실에서 우발적으로 발포하게 되었다며 불행한 사건이라고 하는 나라한테 마키코가 그 때 자신에겐 분명희 살의가 있었다고 살인을 인정하자 "나라도 죽이고 싶었을 겁니다. 나나 내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 한 놈이라면."이라고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걸로 갈음하자.
여튼 이 드라마에서 치유와 회복이라는 주제에서 감정선을 다루는 건 메인캐 4인방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사건 자체를 해결해 나가는 건 나라 형사이고

이 나라를 연기한 에구치 노리코가 아니었다며 이 캐릭터는 이렇게까지 독특하고 멋있지 않았을 거 같아.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써 의뭉스럽고 묘하게 고압적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은 괴짜스러움이 빛을 발한 나라 형사를 보실 분들은 부디 넷플 재회를 봐주세염!
그리고 중장년층 여배들에게 이렇게 좀 더 좋은 캐릭터들이 많이 가길 원하며 이만 글 줄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