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시 점유율 27%...넷플릭스와 격차 4%p까지 줄어
공정위 조건부 승인 받았으나 2대 주주 KT 반대에 제동
KT "웨이브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 약화…합병 실익 약해"
넷플릭스의 독주로 국내 OTT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티빙의 2대 주주인 KT의 반대가 발목을 잡으며 정확한 성사 시점은 안갯속에 빠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2026년 말까지 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로는 서장호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본부장이 낙점됐다. 서 신임 대표는 그동안 CJ ENM에서 콘텐츠유통사업부장, 해외콘텐츠사업국장 등을 맡아온 인물로, 업계에서는 콘텐츠 유통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또 양사는 합병 효과를 미리 시험하듯 마케팅과 상품 출시 등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OTT 업계 최초로 티빙과 웨이브를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더블 이용권’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합병이 가져올 시장 구도 변화에 쏠리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통합 OTT가 넷플릭스의 독주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다.
실제 글로벌 리서치 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3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티빙은 16%, 쿠팡플레이 13%, 웨이브가 11%에 그쳤다. 그러나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질 경우 단순 합산으로 점유율이 27%까지 올라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4%포인트(p)까지 줄일 수 있다.
국내 방송사의 K콘텐츠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통합 OTT의 강점으로 꼽힌다. 티빙은 CJ ENM 계열 콘텐츠를, 웨이브는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있어 합병 시 구독자 유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이 본격화할 경우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20~50대 OTT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현재 티빙을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 601명 가운데 41.4%가 “웨이브와 합병할 경우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합병 후) 티빙의 요금이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종 합병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주주 승인이 필요하지만,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 지분 13.5%를 가진 2대 주주 KT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합병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배경에는 웨이브의 경쟁력 약화가 있다. 웨이브는 그동안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프로그램을 앞세워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지만, 지난해 SBS가 넷플릭스와 손잡으면서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합병이 추진될 경우 자사 IPTV 서비스 ‘지니TV’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KT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지난 4월 미디어토크에서 "웨이브가 지금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성, 그리고 가능성에 있어 티빙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단순한 점유율 확대를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지난 6월 열린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한 OTT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티빙과 웨이브가 합치면 올해 5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000만을 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글로벌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 콘텐츠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신 동국대 영상대학원 대우교수도 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디어 이슈&트렌드 보고서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한국 미디어 산업의 돌파구가 돼야 한다"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플랫폼에 맞서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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