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에 있는 한 물류업체 소장 A씨는 지난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의 고소인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 A씨가 근무하는 물류업체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보안업체 직원 B씨는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600원) 등 총 1,050원어치의 간식을 가져갔다. A씨는 자신의 휴대폰에 연결된 폐쇄회로(CC)TV에서 이 장면을 목격했고, B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절도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나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고 B씨를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B씨는 무죄를 받겠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실직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고,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물류업체 소장 A씨 "업무 특성 봐야" 분통
이 사건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인터넷상에선 "현대판 장 발장이다", "고작 초코파이 하나 먹었다고 재판까지 받을 일인가" 등 A씨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A씨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자인 제가 왜 공격을 받아야 하느냐"며 "업무 특성상 수시로 보안에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인데 남의 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듯 들어와 너무도 당당하게 행동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물류업체 사무실은 현대차 공장 부지 안 건물 2층에 있다. 보안업체 직원은 현대차 공장 외곽을 비롯한 부지 내 건물 1층에 각각 배치돼 24시간 교대로 경비를 선다.
A씨는 "평소에 보안업체 직원들을 믿고 사무실 문만 닫고 다녔다"며 "그동안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을지 추측만 할 뿐이다. 십수 년간 아무것도 모른 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사건 발생 한두 달 전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동료들도 아는 관행" VS "허가한 적 없어"
그러나 B씨는 수사기관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고의가 없었다"며 이에 반박했다. "탁송 기사들로부터 평소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고, 10년 넘게 자신뿐만 아니라 보안업체 동료들도 물류업체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먹는 게 관행이었다"는 주장이다. B씨 동료 수십 명은 법원에 이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허가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사무실은 물류업체 직원을 위한 공간"이라며 "탁송 기사도 함부로 사무실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판 모르는 보안업체 직원에게 간식을 왜 먹으라고 하겠느냐"며 "보안업체 직원과는 오며 가며 목례 정도의 인사만 할 뿐 아무 교류도 없고, 누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B씨 직업과 근무 경력을 고려하면 탁송 기사들은 물류업체 사무실 냉장고 속 물품에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전력이 있는 점 등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A씨 "반성 기미 없어… 합의 못해"
항소심 재판장인 김도형 전주지법 형사2부장은 지난 18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중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합의할 기회는 없었던 걸까.
A씨는 B씨를 신고하기 전 보안업체의 다른 직원이 물류업체 사무실에 들어오는 장면을 한 차례 목격했다. 이에 A씨는 보안업체 측에 '직원들이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경고했고, 업체 측은 '주의하겠다. 직원들에게 전파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며칠 뒤 B씨가 허가 없이 사무실에 들어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처음에 CCTV를 봤을 때 B씨가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그게 초코파이인지, 커스터드인지 몰랐다"며 "그게 어떤 물건이든, 중요한 건 아무도 없는 남의 사무실에 허락 없이 물건을 가져갔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저도 사람인데 젊은 청년 앞길을 막고 싶겠느냐"라며 "B씨가 한 번 사무실에 찾아왔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조 활동 영향" VS "본질 흐리는 소설"
B씨 측 변호사는 B씨가 경미한 사안으로 고소까지 당한 배경을 두고 "노동조합 활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B씨가 속한 노조 측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일반적으로 현대차 전주공장의 사건·사고 보고는 해당 업체 선에서 끝나지 않고 원청사까지 단계적으로 보고가 된다"며 "고소인(A씨) 의사와 상관없이 원청사가 노조와 조합원을 위축하기 위해 (사건을)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B씨가 노조에 가입했는지, 원청과 어떤 관계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차 측도 "협력업체만 해도 수천 개가 넘는데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을 일일이 알지 못한다"며 "언론 보도를 보고 사건을 알았고,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사안에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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