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위해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 도입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보험사가 옛 실손보험 계약자에게 약정보다 많은 해지환급금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방법이다. 갈아탈 때 별도 심사도 받지 않는다. 비급여 MRI(자기공명영상)·도수치료·주사제 등을 본인 부담없이 사실상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1~2세대 실손보험 관리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 보험업계로 구성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보험개혁회의는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개선안의 핵심은 보험계약 재매입제도가 될 전망이다. 비급여 의료비를 횟수제한, 본인 부담금 없이 보장 받을 수 있는 1~2세대 실손보험을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계약 재매입 제도는 부채 구조조정의 방식으로 일본, 벨기에 등 해외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주고 해당 계약을 재매입해 해지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60세가 계약을 해지하면 300만원의 환급금을 받는다고 하면 이보다 2배 많은 600만원을 주는 식이 될 수 있다. 2010년 전후 팔린 실손보험 예정이율이 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급금은 2~3배 이상도 가능하다. 지난해 도입한 신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1~2세대 실손보험이 보험사 미래이익(CSM)을 갉아 먹는 주요인인 만큼 보험사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검토가 가능할 전망이다.
계약자는 인센티브를 받고 심사 없이 새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이 보장 내용이 적고 본인부담금이 있지만 보험료는 1세대 대비 3분의 1 가량 저렴해 갈아타기로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정부가 계약 재매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는 이유는 과거의 실손보험이 비급여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나온 3~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장 범위와 횟수(통원 50회) 제한되지만 그 이전 상품은 본인부담금 없이 사실상 무제한 비급여 진료비 보장을 받는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쇼핑'이 촉발돼 지난해에만 비급여 실손보험금이 8조원 나갔고 손해율은 130%를 돌파했다.
2013년 이전에 팔린 1~2세대 실손보험은 재가입 주기도 없다. 병의원에서 과잉 진료가 남발돼도 보장 내용과 범위를 바꿀 수 없다. 재가입 주기가 없는 실손보험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반면 3세대 이후는 재가입 주기가 5~15년으로 2028년부터 보장 내용을 바꿀 수 있다. 과거에 팔린 실손보험을 정리하지 않는 한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에 새로운 실손보험 출시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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