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2024년 2월 7일(한국시간). 아시안컵 준결승이 열리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이 그라운드에 쪼그리고 앉았다.
국가대표' 3명은 아주 진지하게, 물병을 (위로) 던졌다. 이강인 실패, 설영우 실패, 정우영 실패.
셋은 다시 물병을 던졌다. 이강인 실패, 설영우 성공. 설영우는 '댑' 세러머니로 (물병) 세우기를 자축했다.
이강인이 재차 도전해 성공. 정우영은 끝까지 실패. 이강인과 설영우는 정우영에게 딱밤을 날렸다.
한 팬이 SNS에 글을 남겼다.
"선수님들 뭐 하세요? 긴장 안 하시나요? 긴장은 저만 하는구나"
물론, 선수마다 긴장을 푸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병 세우기가 긴장감 해소에 탁월하다면, OK.
그러나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긴장의) 고삐를 당기는 것. 그도 그럴 게, 이 3명은 전날 탁구 논란의 주인공들이다.
'디스패치'가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수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했다.
# 식사도 무계획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식사' 철학.
"씻고 먹든, 먹고 씻든, 알아서 해줘!" (클린스만)
대표팀의 저녁 식사 시간은 2시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저녁도 자율에 맡겼다. 먼저 씻고 밥을 먹든, 먼저 먹고 몸을 씻든, 알아서 하라는 것.
'국대'의 저녁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경기를 논의하고, 전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특히 경기 전날 저녁은 더욱 중요하다.
2월 6일, 요르단전을 대비해 전체 연습을 진행했다. 그때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전언이다.
그리고 저녁 시간.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하나 둘씩 (식당에) 모였다. 코칭 스태프도 비슷한 시간에 나왔다. 단, 이강인 등은 보이지 않았다.
# 플레이룸
그 시각,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 등이 '플레이룸'에서 탁구를 쳤다. 플레이룸은 (숙소) 식당 바로 옆에 붙은 휴게 공간. 탁구대 등이 놓여 있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저녁을 먹는 동안, 플레이룸에 함성이 퍼졌다. "와", "아", "오"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땀을 흘리며 탁구채를 휘둘렀다.
한 고참 선수가 참다 못해 이들을 불렀다. (다른 막내선수가 데려왔다.) 손흥민이 나섰다. "전지훈련 왔냐? 경기에 집중하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자 이강인은 불만을 드러냈다. "저녁에 탁구를 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며 받아쳤다. 물론, 탁구가 문제는 아니다. 시기와 장소가 문제였다.
# 멱살과 주먹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강인이 반격했다. 손흥민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것. 손흥민은 피할 겨를도 없었다. 얼굴에 그대로 맞았다.
식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선수들이 엉켰고, 경호원이 말렸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옷에 걸려 'ㄱ' 자로 꺾였다. 그때 탈구가 일어났다.
손흥민은 화를 가라 앉히고, (먼저) 이강인을 찾아갔다. "내일 경기에 집중하자"며 손을 내민 것. 이강인도 "미안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일단락 됐을까? 고참 선수들은 이강인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선수들은 이강인의 돌발행동에 지친 상태였다.
# "이강인을 빼달라"
일부 선수들이 클린스만을 찾아갔다. 준결승 당일이었다.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팀워크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해줘' 클린스만은, 이번에는 해주지 않았다. 선수단의 문제와 선수들의 고민을 외면한 것. "이강인은 내가 써야하는 선수"라며 선발로 내보냈다.
사실, 클린스만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문제의 그날 밤, SNS에 "꿈을 이루는 데에는 팀이 필요하다" (It takes a team to build a dream)고 적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균열을 방치했다. 그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해줄' 선수를 먼저 찾았다. 무전술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다.
https://www.dispatch.co.kr/2281479#google_vig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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