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자신의 아들이 인지능력 분야에서 '경계선' 위를 걸어 왔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8월의 일이다. 당시 병무청의 정밀심리검사 결과 아들이 경계선 지능 및 지적장애에 따라 4급(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낯을 많이 가리고 공부를 조금 못하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며 "대학생활이 어떤지 물었더니 아들이 친구도 없어서 밥먹고 수업듣는 것도 다 혼자 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2003년생인 아들이 겪었던 19년 인생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아빠는 그제서야 알게 됐다.
병무청이 입영대상자가 정신분야에서 처한 문제를 입영 대상자나 부모보다 먼저 발견하고 있다. 검사를 정밀화하면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물론 각종 정신의학 분야 문제를 찾아 조기 치료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병무청에 따르면 2022년 병무청 병역판정검사 결과 정신건강의학 분야를 사유로 4급과 5급(전시근로역) 판정 나온 수검자가 크게 늘었다. 2022년 정신건강의학 사유 4급 판정자는 4939명으로 같은해 전체 4급 판정자(2만6560명) 가운데 18.6%를 차지했다. 2013년엔 4급 판정자(1만6862명) 가운데 8.4%(1413명)에 불과했다. 2022년 전시근로역인 5급 판정을 받은 전체 수검자는 6286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신건강의학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1330명)였다. 2013년엔 5급 판정 수검자 5924명 가운데 12.9%(767명)가 정신건강의학 사유였다.
병무청 심리검사는 과거 인성검사 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검사하는 2단계 절차에서 심리검사, 임상심리사 검사, 정신건강의학과의사 검사의 3단계 검사를 거쳐 최근 정밀심리검사를 추가한 4단계로 실시되고 있다.
실시 기관은 1차 지방 병무청(14개 병무청·15개 검사반)를 거쳐 2차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가 맡는 '2심제'가 적용되고 있다. 검사 당일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 병역판정검사 의사 면담 등이 이뤄져 병원, 진료안내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신건강검사보다 빠르게 연계 치료가 가능하다.
정신과 재신체검사 대상인 아들을 둔 B씨는 "이혼 후 먹고 사는게 바빠 내 아들을 제대로 돌볼 겨를도 없었고 답답해서 자주 다투기도 했다"며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내 아들이 힘든 상태라는 것을 생각도 못하다가 병무청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처럼 방치하면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 처음 판명되는 곳도 병무청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 휴학생으로 지난달 우울장애에 따라 4급 보충역 판정이 확정된 C씨는 "학교다닐 때 친구관계도 힘들었지만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도 가보지 못했다"며 "부모님께 말해서 정신과 치료도 받게 돼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고 했다.
-후략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8/0004931496?ntype=RANKING&sid=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