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팁/유용/추천 수특 문학 속 필사하기 좋은 구절들(현대시)
5,874 76
2022.06.15 20:06
5,874 76


GoRiq.jpg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듯 길을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이 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박용래, 울타리 밖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김소월,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이육사, 황혼

 

 



육 첩 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여진 시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조지훈, 낙화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김현승, 플라타너스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생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박두진, 도봉

 

 



언젠가, 아 언젠가는

이 칙칙한 어둠을 찢으며

눈물 속에 꽃처럼 피어날

저 남산 꽃 같은 사람

 

-김용택, 그리운 그 사람



 

구슬처럼 흘러가는 냇물 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앉아 빨래들을 두드리던 전설 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신동엽, 향아



 

강이여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물은 남몰래 소리를 이루었나

 

-정희성, 얼은 강을 건너며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중략)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장석남, 배를 매며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문정희, 이별 이후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정현승,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할 날들을 생각했다

 

-정현승, 강변역에서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김수영, 파밭 가에서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불가마 하나씩 깃들어 있나 보다

.

-김혜순, 별을 굽다




출처 : 2023 수능특강 문학

1편 :  수특 윤리와 사상 속 필사하기 좋은 구절들(서양 철학)
https://theqoo.net/2488036424


목록 스크랩 (55)
댓글 7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올여름을 뜨겁게 달굴 마블 환장커플! <데드풀과 울버린> 내한 레드카펫 초대 이벤트 279 06.27 9,00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556,45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388,4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792,88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3,052,92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929,72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4 20.09.29 2,831,29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3 20.05.17 3,516,21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5 20.04.30 4,076,36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536,91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4055 이슈 철강왕 박태준의 두 가지 평가 덬들의 의견은? 01:37 18
2444054 기사/뉴스 외국인 올해 코스피서 22조 쓸어담았다... 개인은 국내주식 던지고 해외주식 매수 01:36 38
2444053 이슈 트와이스의 새로운 인형 굿즈가 나오지 않는 이유... 01:36 130
2444052 이슈 18년 전 오늘 발매♬ Porno Graffitti(포르노 그라피티) 'ハネウマライダー' 01:33 27
2444051 이슈 뉴진스 일본 데뷔싱글 ‘Supernatural’ 오리콘 위클리 싱글 차트 4위 1 01:32 192
2444050 이슈 전 배구 국가대표 한유미 "일본 배구를 축하하면서도 부럽다고 생각들었다." 01:32 138
2444049 유머 바락겐니다 바라탁드릴게요.twt 01:27 185
2444048 이슈 뮤지컬 공연 도중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gif 4 01:25 1,070
2444047 이슈 에스파 윈터 두산 시구 기원 챌린지하는 철웅이 8 01:16 614
2444046 이슈 강아지에게 자라고 말하면 잘까? 16 01:16 1,484
2444045 이슈 KBO 현역 투수 완투 순위 TOP 10 18 01:14 720
2444044 이슈 살아있는 고양이를 방송 스튜디오에 데려와서 액막냥이라고 홍보하는 프로그램.X 71 01:11 4,071
2444043 이슈 해리포터 드라마 제작자 업데이트 6 01:10 1,187
2444042 유머 10명을 뽑는데 1448명이 지원한 ㅎㄷㄷ한 레전드 알바 8 01:09 2,906
2444041 이슈 24년 전 오늘 발매♬ hitomi 'LOVE 2000' 01:09 139
2444040 이슈 서인국 필모중 대중이 제일 좋아할거 같은 드라마 25 01:08 1,696
2444039 유머 화 안내는 사람의 특징 19 01:08 1,984
2444038 이슈 12년 전 오늘 발매된_ "Loving U" 2 01:07 210
2444037 이슈 살인청부업자공X대통령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wt 5 01:07 1,406
2444036 이슈 이틀간 91,200명 관객 동원한 뉴진스 버니즈캠프 in 도쿄돔 28 01:07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