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 각시 (모노노케 히메)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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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원령공주는 1997년에 개봉한 것으로
자연을 침범하려는 인간과 신의 대립구도와
산과 아시타카를 그린 이야기.
그러나 원령공주가 개봉되기 17년 전부터
또 하나의 원령공주가 구상되고 있었음.
1997년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
1980년 모노노케 히메
TV 스페셜용 기획
기획, 이미지 보드 /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밑에 붙는 서술은 지브리연구카페에서 퍼온 걸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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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 패한 한 영주가
그의 동료와 떨어져 숲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동안 방황하던 영주는
빛이 나는 나무를 발견하였다.
거대한 나무 안에는 마치 동굴같은 집이 있었다.
파괴된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 살고있던 흔적은 많이 남아있었다.
영주는 밥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뒤에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주인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 산의 모든 것은 도깨비의 것이었다.
이 장소도 도깨비의 굴이었다.
"넌 내 음식이다. 가릴 여유도 없어."
도깨비가 말했다.
영주는 그에게 애걸하기 시작했다.
"만약 저를 살려주기만 하신다면
당신의 손에 원하시는 것 무엇이든지
채워드리겠습니다."
도깨비는 칼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더니 얘기했다.
"여자 하나를 주는 건 어때?"
그는 말한다.
"네. 알겠습니다."
"약속 잊지마"
도깨비는 동굴을 떠나며 얘기했다.
그 시각, 영주의 집.
아내는 남편의 행방을 병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녀와 가족들은 포기한 상태가 되는데..
영주의 집에 도착하자
도깨비는 그를 하늘에다가 풀어주며 소리쳤다.
"난 다음 보름달이 찰 때 올 것이다!"
영주는 떨어졌다.
영주는 높은 지붕의 콧날에 내리꽂혔다.
마을 사람들은 영주의 갑작스런 출현에 깜짝 놀랐다.
"영주님이 하늘에서 떨어지셨어."
그들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정말 당황스럽군!"
영주가 외쳤다.
영주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날
그는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당신이 싸움에서 진 것도 모자라
우리 딸을 도깨비한테 보내야 한다구요?"
아내는 단호히 소리쳤다.
안전을 위해 영주의 부인은 첫째딸과 둘째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그와 함께 남아있어준 사람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셋째딸 뿐이었다.
도깨비와 약속한 보름달 뜬 밤이 다가오고 있는데..
영주는 실신하듯 한 쪽 구석에 기대었다.
근심하던 그의 앞에 개구리 한마리가 나타나더니 말했다.
"영주님의 육체를 저에게 빌려주신다면
영주님께 제 마력을 드리겠어요."
셋째딸은 불길한 예감에 영주를 말렸지만
영주는 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영주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대는가 하면
과거 조상들이 썼던 갑옷을 입고 다녔다.
그 갑옷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영주의 육체를 빌린 개구리는
단신의 몸으로 적군을 물리쳤다.
그는 전쟁귀가 되어 시체의 산을 쌓았다.
영주는 셋째딸이 유일하게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딸을 없애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이거 얘기가 쉬워지겠는걸.
생각해보니 오늘은 도깨비가 오기로 한 날이잖아."
약속대로 도깨비는 여자를 데리러 왔다.
"너는 도깨비의 신부가 될 수밖에 없겠구나."
영주가 비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셋째딸은 자신의 아버지를 늘 걱정했다.
이 이별은 그녀에게 너무 힘든 것이었다.
도깨비는 소쿠리에 그녀를 넣고
인간이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떠났다.
집으로 도착한 도깨비는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은 우리의 혼인날이다.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자."
"나쁜 악령으로부터 아버지를 구하지 않으면
난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소녀가 반박했다.
소녀의 막무가내에 도깨비는 화를 내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잡아먹어버리겠어!"
"마음대로 하세요."
거듭되는 협박 속에서도 소녀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도깨비는 결국 포기했다.
"그래. 내가 너한테 뭔 기대를 하겠냐."
"부탁입니다. 절 도와주세요.
저희 아버지 속에 있는 악령을 쫓아내주신다면
기꺼이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도깨비는 소녀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 약속 절대 잊지 말도록."
그들은 산 건너에 사는 전설 속 거북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도깨비는 그녀가 쉽게 포기할거라 생각했지만
소녀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중간에 만난 폭설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주던 도깨비는
그녀를 향한 감정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산의 협곡을 지나고
긴 시간을 감내한 나무숲도 지나
마침내 그들은 거북과 조우하였다.
소녀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거북이 말했다.
"악령은 남자에게 매우 위험한 야심을 가져다주지.
너의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다면
짧은 순간이나마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물건을 주겠다."
"이 호수 깊은 곳에는 보물들이 묻혀있어.
그 중 네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있을거야."
그들은 물건을 찾기 위해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물체는 물 속에서 빛을 내던 청동거울이었다.
거북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충고를 해 주었다.
"네 의지의 힘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들은 거북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영주를 구하러 성으로 향했다.
그 시각, 영주는 자신의 곁으로
청동거울이 다가오고 있단걸 느꼈다.
도착한 성의 풍경은 어느새 무섭게 변해있었다.
악령의 힘이 거대해진 것이다.
갑옷과 무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반대로 백성들의 생활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백성들을 돕다가 병사들과 조우한 소녀.
도깨비는 소녀를 구하고 그녀를 위해 병사들과 싸웠다.
병사들과의 전투로 부상을 당한 도깨비.
소녀는 그를 계속 간호해주었다.
"더이상 너한테 내 아내가 돼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도깨비가 말했다.
그가 잠든 사이,
소녀는 조심스럽게 청동거울을 쳐다보았다.
거울 속에는 자고 있는 어느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이는 도깨비의 진실된 모습으로,
야생동물처럼 행동하던 그가
어느샌가 도깨비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소녀는 그에게 슬픈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 아버지의 성으로 향했다.
그 시각 잠에서 깬 도깨비는 소녀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자
변장하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소녀를 찾으러 갔다.
영주의 성에 다다른 도깨비는
자신을 저지하는 병사들을 모두 밀쳐내고 전진했다.
소녀는 이윽고 아버지의 앞에 당도했다.
영주가 검을 빼내어 소녀에게 다가가려하자
소녀는 재빨리 청동거울을 그의 앞에 들이댔다.
그 순간 영주의 몸이 굳어지고
악령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주의 육체에서 빠져나간 악령은
갑옷과 투구 속으로 들어가
영주의 몸을 베어버렸다.
악령은 뒤이어 소녀를 죽이기 위해 불을 내뿜었다.
그 때 도깨비가 나타나 불꽃을 막아섰다.
상황이 불리하단걸 직감한 악령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도깨비는 온 몸이 불에 타는 와중에도 그를 쫓아갔다.
용감한 도깨비는 자신의 목숨을 맞바꿔
소녀와 영주를 구해내었다.
소녀는 까맣게 타버린 재를 움켜쥐며 눈물을 흘렸다.
소녀의 눈물에 부활한 도깨비.
"울지마."
힘 빠진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도깨비는 절대로 아내를 남기고 떠나지 않아."
그들은 웃으며 서로 포옹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영주는 딸의 품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윽고 영주의 폭정에 참다못한 백성들이
성을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성문은 부서지고 불이 타올랐다.
그렇게 성은 모두 불태워졌다.
도깨비는 소녀를 데리고 자신이 사는 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출처 ㅇㅎㅌ/ㅇㅈ
훗날 이 작품은 이웃집 토토로와 원령공주로 재탄생됨.
도깨비의 외형은 토토로가,
모노노케 히메 타이틀은 원령공주가,
셋째(三,さん)딸은 모노노케 히메의 히로인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