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⒀ 전쟁터의 유령들
K고등학교의 남궁 선생은 ROTC 출신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 장교로 임관되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베트남으로 갔다. 그 중에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김명구도 끼여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온 동기생들은 제대를 했다. 남궁 선생 역시 제대했다. 그런데 친구 김명구는 월남에서 돌아오자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였다. 전쟁이 그에게 준 상처였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또한 국립묘지를 자주 갔다. 거기에서도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곤 했다. 결국 가족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게 되었다. 그는 병원에서도 술을 달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헛소리를 하곤 했다.
“김 상병! 이 하사! 고 병장! 나 혼자 살아서 미안하다, 미안해. 용서해라!”
눈물까지 흘리면서 그는 소리쳤다. 그는 한 달 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다. 병원에서 도저히 고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퇴원한 후에도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 증세가 나타났다.
하루는 남궁 선생과 함께 잠을 자는데 그런 증세를 보였다. 남궁 선생은 그를 깨웠다.
“이봐,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죽은 전우들이 나타나서 어째서 너는 우리와 함께 죽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 거야. 나 때문에 천국도 못 가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 그러고는 손을 잡아끄는 거야. 늘 똑같은 꿈이야.”
“임마, 네가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런 꿈을 꾸는 거야. 싸움터에 나가서 죽는 사람이 어디 그들뿐이니?”
그후 얼마 동안 남궁 선생은 김명구를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남궁 선생은 꿈을 꾸었다. 그런데 김명구가 나타나 웃으면서 말했다.
“야, 나는 오늘 간다. 몸조심하고 오래 살아.”
이렇게 말하면서 김명구는 사라졌다. 그의 주위에는 죽은 전우들이 어서 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꿈이 하도 이상하여 알아보니 남궁 선생이 그 꿈을 꾼 날 김명구는 결국 정신분열 증세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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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⒁ 방세가 싼 이유
어렸을 적 나는 앞집에 사는 여자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녀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녀의 집안은 시골에서 꽤나 부유했던 모양인데 가산을 탕진하고 어느 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막상 서울로 올라오고 보니 가진 돈은 적고, 방세는 너무 비싸 며칠 동안을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녔지만 도저히 방을 얻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낙골(난곡동) 근처를 헤매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그들 내외에게 다가왔다.
“방 보러 다니우?”
“네.”
“마침 우리집에 빈 방이 있는데 가보지 않겠수?”
그들 내외는 귀가 번쩍 뜨였다. 며칠 동안 집을 보러 다니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들은 아주머니를 따라갔다. 의외로 그 집은 깨끗했고 방값도 아주 쌌다. 그들은 당장 계약을 하고 이삿짐을 옮겼다. 혹시 그 아주머니의 마음이 변하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이렇게 그들의 서울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사한 첫날 밤 갑자기 두 딸이 한쪽 모서리를 가리키며 경기 들린 사람처럼 울기 시작했다.
“으앙…… 엄마, 저기 군인 아저씨가…….”
아무리 보아도 그들 내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러나 매일 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는 두 딸을 정신병원으로 데려가게 되었다. 의사는 아이들을 진단한 결과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 내외는 며칠 더 두고 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마침 주인집이 비어 있고 추운 데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녀는 주인집 시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댁들이 이사오기 전에 이 방에 젊은 총각이 살았었어요. 그런데 목을 매어 죽지 않았겠어요. 폐결핵으로 각혈이 심했던 모양인데 아, 글쎄 예비군복을 입고 저곳에서…….”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두 아이가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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