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오프까지 뛰며 덕질을 좀 했는데 그때 알게된 트친이 집들이를 한다고 해서 간 적이 있어
이제부턴 다 잘될거라는 뜻에서 좋은 일로 이사를 간거고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탐라 넘어로 봤을 수도 있고, 이걸 인연으로 더 친해지면 좋지 않냐면서 초대받은거였어
나는 그 사람이랑 썩 친한편이 아니라 그닥 땡기지두않구 가기 싫었는데 좋은 뜻에서 선뜻 초대를 한거다보니 거절하기 좀 그렇고 다른 친한 겹트 둘한테 물어보니 둘다 간다고 해서 갔단 말이야
그 겹트들이랑 집들이 선물 사서 갔는데 그 트친 새집이 쫌 외벽부터 싸한게 느껴지는거야 다른 건물들은 멀쩡한데 그 집만 혼자 그늘져서 으슥한? 전반적으로 햇빛을 덜받는 느낌이었고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다른 트친슨 아무렇지 않게 집 너무 좋다고 넓어서 굿즈랑 놓기 딱이라고 칭찬을 막 하더라고
그래서 뭐 그런가보다 하고 나만 꺼림직한 상태로 있고 다른 사람들은 즐겁게 놀다가 슬슬 돌아갈때가 되니 초대해준 집주인이 답례품이라면서 인형이랑 꽃한송이 그리고 손수 편지를 쓴 카드를 주더라고 그래서 고맙게 받고 집으로 돌아갔어
인형이 꽤 귀여웠기도 하고 꽃도 향이 좋아서 차에 놔뒀어 그러다 일이 터졌지
이상하게 그 뒤로부터 차만 타면 정신이 몽롱해지는거야 평소에 일을 좀 워커홀릭으로 살다보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점점 그 차원을 넘더라고
언제 한번은 몽롱한 상태로 신호등앞에 정차해있는데 파란불로 바뀐거야 아 바꼈네? 가야지 하고 출발하니 여기저기서 빵빵거려서 놀래서 보니까 빨간불이고, 빨간불이라 정차했더니 뒤에서 막 클락션을 울려서 보니 파란불이고, 길따라 가는데 어느순간 도로가 아닌 비포장길을 가고있더라고
그냥 차만 타면 몽롱해져서 신호가 바뀐것도 인지를 제대로 못하고, 길도 인식을 못해 사고도 몇번 날뻔하고 그랬어
아 진짜 나 많이 피곤했나보다 차만 타면 이러네 하고 말다가 일이 하나 터졌어 휴일이라서 이른 시간에 세차장을 갔어 손님이 나 한명뿐이라 전세낸 기분으로 청소하려고 운전석에서 쓰레기 주섬주섬 꺼내고 옆으로 몸을 돌렸더니 웬 여자가 두걸음 정도 앞에서 나를 보며 서있는거야
어? 여기 나밖에 없지 않았나? 손님인가? 근데 왜 내앞에 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 찰나에 드는 생각이 저거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었어
나는 내가 미친건가 싶었지 아니 백주대낮까진 아니어도 나름 해떠있는 아침시간인데 귀신은 무슨 귀신? 이랬지 근데 너무 사람같지 않고 섬뜩한 느낌인거야 그리고 상똘아이가 아닌 이상 내 앞에 그러고 서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아ㅅㅂ 이거 뭐지.. 하고 눈 깔고 뒤로 주춤거리다 다시 보니 그새 사라졌더라고
놀라서 뛰어다니며 세차장 다 뒤져봤어 근데 아무데도 없는거야 온갖 쌍욕하면서 그대로 운전해서 세차장에서 도망가는데 집에 도착할쯤에 뭔가 오싹하더라고 내 옆에 뭐가 있는 느낌? 그래서 반쯤 울면서 옆을 슬쩍 봤는데 내 옆에 있는거라곤 다행히 귀신이 아니라 동료에게 받은 인형이랑 꽃만 있었어
와 놀래라! 하고 한숨 푹 쉬고나니까 불현듯 그러고보니 저 인형이랑 꽃받은 뒤부터 사고도 많이 날뻔하고 그랬던게 스쳐지나가더라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돌아버리겠는거야 그냥 우연일거라고 이게 무슨 같이 덕질하는 친구에 대한 무례이냐 하고 있다가 그대로 계속 집에 있기도 그래서 오늘 쉬는 다른 트친만나서 놀기로 하고 약속잡았어
만나서 노는데 걔가 그러더라고 야, 너 걔네집 다녀와서 별일 없냐? 나 걔네집 다녀온 뒤로 집에서 이상한 소리나고 가위도 눌리고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 생각해보니 집에 들인거라곤 걔네 집들이하고 답례로 받은 인형이랑 꽃이랑 카드밖에 없어서 버리고 나니까 가위눌리고 그러는 일이 사라졌다? 이러는데 소름이 쫙 돋는거야 나만 이상한 일을 겪고 그랬던게 아닌거지
그래서 내가 겪은 일 말해주니까 우리 둘다 식겁해서 다른 덕친은 어떤지 물어보니 걔는 괜찮다는거야 그래서 왜 그런가 봤더니 생각해보니 걔는 중간에 일있다고 나가서 뭐 받은게 없었거든
야 이거 진짜 이상하다, 무섭다, 너 빨리 그 인형버려라 해서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차에 있는 인형이며 꽃이며 카드까지 싹다 버렸어 근처 마트에서 꽃소금 사다가 차 바퀴랑 여기저기에 촥착 소금을 차를 절여버릴 기세로 뿌려댔고 그러고나니까 그 뒤로 차 타면 몽롱해지는 일 없이 멀쩡해졌어
그리고 그때 왔던 사람들 탐라너머로 염탐 좀 해봤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 이 일은 우리만 겪은거다 싶어지니 좀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고, 이걸 따지기도 이상하고 따져봤자 답례품 버린 못된 사람 되니까 그냥 덮어두고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하니까 서서히 멀어지기로 했지
그뒤로 오프덕질 빈도수를 줄였고, 남한테 뭐 선뜻 못받겠더라
아직도 궁금해 왜 답례품으로 받은 선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건지